비가 왔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산길을 걸었다.
조금 흐린 하늘이었지만 산행을 좋아하는 식구들이 산에 올랐다.
수리산은 언제나 처럼 평화로웠다.
산길을 30분쯤 걷는데 비가 쏟아진다.
대책없이 우리는 비를 맞았으면서 말없이 긴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신발 속에 물이 차 오르고 걸음 걸음마다 철벅철벅 물속처럼 출렁인다.
혹시나 하고 가져 간 휴대전화가 물이 스며들어 문제가 생겼다.
한없이 비를 맞고 흠뻑 젖어 들어 온 우리들은 그래도 행복했다.
축축한 날씨 탓에 여기저기 피어난 버섯들이 꽃보다 이쁘다.
졸다가 깨다가 졸다가....
그렇게 오후시간을 헤매이다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나는 가수다'를 보았다.
늘 그렇듯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은 아름다워 보인다.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 자체는 성스러운 행위처럼 보인다.
나는 오늘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여러번 울컥 울컥 했었다.
가수들 마다 자신의 특성이 있고 귀한 부분이 있지만 그 각각의 다름이 나를 감동케 하는 것 같다.
윤도현의 탈락이 참 아쉽고 짠한 마음이었지만
그의 시원한 한 마디,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의 가슴이 부르는 자신보다 더 큰 것임을 알았다'는 그 말은 감동이었다.
신사적이고 단정한 그의 모습은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세상만사가 순위를 매기게 되는 현실 속에서
그 순위에 따라 아슬 아슬 곡예를 하듯 살아가는 우리들.....
나는 장혜진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을 누를 수 없었으며
자우림의 노래 또한 가슴이 저미는 듯 감동적이었다.
늘 소심해 보이고 자신감이 떨어져 보이는 조관우의 노래는 너무나 좋았지만
순위가 발표되기 까지 지켜보는 마음이 참 조마조마했었다.
김조한의 노력도 빛나 보였지만 김범수의 타고 난 재능과 열정 또한 아름다웠다.
박정현의 노래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녀가 기울이는 노력의 뒷면이 눈에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담백하게 좋은 성적을 받아 빛나는 퇴장을 하고 싶어하던 그녀는 소망을 이루었다.
그녀는 이제 오래 오래 자신의 무수한 순간들을 돌아보며 행복해 할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그것만이 내 세상'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가요에 해박하지 못한 탓에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지만 가사가 전달되어지는 의미가 좋았다.
나의 그것은 무엇인지,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나의 그것이 무엇인지.....
최근 며칠을 두고 마음속을 맴맴돌며 나를 생각에 빠지게 하는 그것,
그것에 대해 나는 좀 더 전문적인 조사와 검증의 단계를 거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임도 있지만 머릿속이 한동안 많이 끓어 넘쳐야 할 수도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박정현,
그녀에게 축하의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나 자신에게 빛나는 갈채를 스스로 받을 그 순간을 위해
아낌없이 나를 던져 내 일에 몰입하기를 채근하게 된다.
이제 겨우 피로가 풀리는 시간이다.
아늑한 저녁시간,
왠지 어디선가 은근한 축복이 찾아들 것만 같다.
첫댓글 라떼 잘 마시고 뒷 마무리 까지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박 정현 ㅎㅎㅎ
웃으며 서서 박수 쳐주고 싶은 사랑스런 사람이에요
님의 말씀에 토씨도 같이 합니다
공감 그 자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