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에 캐나다 보복 소비까지 겹쳐 수출길 막히자 가동 중지
쌓여가는 재고·숙성세 7,500만 달러, 켄터키 본사 생산 라인 멈춰
미국 버번 위스키의 상징인 짐빔(Jim Beam)이 트럼프 행정부발 무역 전쟁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내년 한 해 동안 켄터키주 본사 증류소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캐나다를 포함한 주요 수출국과의 갈등으로 판로가 막힌 데다, 쌓여가는 재고에 대한 세금 부담이 가중된 결과다.
짐빔의 제조사인 제임스 B. 빔 증류소 측은 켄터키주 클러몬트에 위치한 주력 증류소의 가동을 2026년 내내 멈출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업체 측은 이번 가동 중단 기간을 시설 현대화와 투자 기회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물량을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클러몬트 증류소는 짐빔 전체 연간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기지다. 이곳에서는 짐빔 외에도 놉 크릭, 바실 헤이든 등 유명 버번 브랜드들이 생산된다. 비록 소규모 실험 브랜드 증류소와 보스턴 소재 증류소는 가동을 이어가고 제품 포장과 창고 운영은 계속되지만, 주력 생산 라인이 멈춘다는 점은 미국 주류 산업이 처한 압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생산 중단은 기록적인 재고 수치와 맞물려 있다. 켄터키 증류주 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 내 창고에 쌓여 숙성 중인 버번 술통은 1,610만 개에 달한다. 증류주 업체들은 숙성 중인 술통의 가치에 부과되는 재산세 성격의 숙성세로만 무려 7,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해외 수출길까지 좁아지자 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처지에 내몰렸다.
특히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이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지난 2월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각 주 정부는 보복 조치로 미국산 와인과 위스키를 매장에서 대거 철수시켰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캐나다로 향하는 미국산 증류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나 급락하며 1,000만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해외 소비자들이 미국산 위스키 대신 자국산이나 다른 나라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 전역의 주류 매장에서는 미국산 위스키가 빠진 자리를 캐나다산 위스키나 다른 수입 주류들이 채우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재고 물량을 다시 풀기 시작했으나 무역 갈등의 불씨가 여전해 수출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켄터키주는 전 세계 버번 위스키의 95%를 생산하며, 짐빔은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존재다. 주류 산업은 켄터키주에서 2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2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무역 갈등 외에도 젊은 층의 소비 감소와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침체까지 겹치면서 수년간 숙성 기간이 필요한 위스키 산업의 특성상 미래 예측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다행히 당장의 구조조정은 없을 전망이다. 짐빔 증류소 노동조합 측은 증류 부서 직원들이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재배치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해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회사와 노조는 생산 중단 기간 동안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