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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을 연출한 임유철 감독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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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또 졌다”라는 오만석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 ‘비상’.
‘비상’은 국내 최초의 축구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4년 창단한 가난한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고통과 성장, 환희와 슬픔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첫 장면부터 인천과 수원의 경기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졌고, 양 팀 선수간의 격렬한 부딪힘과 가쁜 호흡을 스크린의 대형 화면으로 지켜본다는 것은 축구팬으로서는 최고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는 100여분 동안 스크린에서는 축구만이 존재했고, 그 축구를 통한 인생의 희노애락은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하위권팀이었던 인천이 어떤 과정을 거쳐 2005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줬고, 그 안에 있는 선수, 감독, 프런트들의 삶 역시 감동적으로 담겨있다.
이 영화를 만든 임유철 감독. 성균관대 재학 시절부터 독립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오마이뉴스와 월간 스크린에서 기자 생활을 거쳐 MBC에 입사했다. 그러나 좀 더 자신의 작품에 집중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떠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MBC를 그만두고 영화판에 뛰어 들었다.
‘비상’을 찍기 전까지는 축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임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인천과 장외룡 감독의 축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K리그의, 축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축구영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축구를 소재로 한국 사회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임유철 감독. 그가 밝히는 축구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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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분들이 훌쩍이실 때, 우리가 의도한 대로 웃어주실 때, 그 때는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다. 최고의 감동이다.”
- 먼저 영화개봉을 축하한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느낌이 어떤가?
행복하다.(웃음) 영화라는 것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야 완성되는 것인 만큼 지금처럼 행복할 때가 없다. 2년 동안 고생을 했고 비록 빚에 찌들려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사회에서의 엄청난 반응을 보고 영화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너무 기뻤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흥행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나와 스태프들이 고생해서 낳은 자식이 얼마나 행복하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200% 이상이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점이 행복하다.
- 방금 말했듯이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들이 나왔다. 편집을 모두 끝내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스스로의 느낌은 어땠는가?
너무나 행복했다. 관객 분들이 훌쩍이실 때, 우리가 의도한 대로 웃어주실 때, 그 때는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다. 최고의 감동이다.(웃음) 사실 걱정했던 것은 다른 팀 서포터 분들이었다. 인천 서포터들이야 좋아할 거라 예상했지만, 다른 팀의 서포터들, 특히 인천과 맞서는 수원-서울-부산-울산 서포터들에 대해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정말 성숙한 서포터들을 만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영화를 좋게 봐주셨다. 부산, 그리고 특히 울산 서포터즈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솔직히 말해 처음 서포터들을 취재하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했다. 정말 전쟁처럼 경기를 즐기고, 그 공간에서 다른 팀 이야기를 하면 거의 돌 맞을 분위기일 정도의 전투력을 보여주었는데, 영화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나 역시도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조심했던 것이 ‘다른 팀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이 영화는 인천이 주인공이고, 인천에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과의 이야기를 편집할 때 특히 조심스러웠다.
- 장외룡 감독과 임중용을 비롯한 인천 선수단의 반응은 어땠나?
장 감독님은 겸손하신 분이라 드러내놓고 감정 표현을 하시지는 않는다. 그냥 “수고했다. 네가 처음에 말한 대로 나왔네. 고맙다” 하는 말씀만 하셨다.
중용이는 조금 달랐다. 내 대학교 후배(성균관대)이기도 한데, 앞에서는 “형, 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다른 선수들이 고생한 부분이 안나왔네요” 하고 말했다. 그러나 따로 밥을 먹는 자리에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
이 영화에 자기 가족이 모두 나온다는 것이다. (아버지 무덤에 K리그 베스트11 상패를 들고 성묘하는 장면에서)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도 나오고, 거기서 눈물짓는 어머니도 나오고, 결혼할 아내도 나오고, 자신도 나오고...가문의 영광이라면서 평생 나에게 고마울 거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고마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이 취재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감동을 받지 못하면 절대 좋은 다큐가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 이 영화에서 그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장 감독님에게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봤다. 이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중용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용이가 아버지 산소에서 한판의 굿판처럼 모든 넋두리를 풀어내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당시 감독님이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내가 잘했으면 그 분이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텐데..결국 내 잘못”이라고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용이의 그 이야기가 카메라 앞이라서 했던 멘트가 아님을 나는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나 역시 억하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에 영화를 개봉하면서 모두에게 전화를 했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영화를 한번 봐주시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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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계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던 임 감독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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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다큐를 했지만, 인천은 모든 요소에서 다큐의 소재로 100% 충족됐던 팀이다. 특히 나는 사람을 중심으로 여기는데, 인천은 사람을 다루기에 최고의 팀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했고, 촬영하면서 그 이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 영화 기획단계로 돌아가 보자. K리그, 그 중에서도 인천을 다큐멘터리로 찍는다는 것은 흥행에서 매우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했는가?
사실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시사회에서 관객 분들이 좋아하기 전까지 계속 반대하는 이야기를 들었다.(웃음) 이 영화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모든 이의 목소리였다. 상업 다큐 영화라는 것이 극장에서 8천원이란 돈을 내야 하는 관객 분들의 호주머니를 열어야 하고, 그 후에도 관객분들이 그만한 가치를 얻어가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었다.
월드컵 때는 달랐다. 이 영화는 원래 독일 월드컵 때 개봉하기로 맞춰져 있었는데, 알다시피 일반 영화는 월드컵 시즌이 흥행참패의 지옥과도 같은 시기이다. 반대로 우리는 당시 거의 모든 극장에서 영화를 걸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 영화시장이 다큐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지만, 월드컵 특수를 누린 것이었다. 사실 이 영화가 월드컵 분위기에 맞는 기획 상품은 절대 아니지만, 그 기회를 노리고 싶긴 했다. 좀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런데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완성을 하지 못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무엇보다 중간에 넉달 동안 고생해서 찍었던 영상 자료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모두 무산됐다. 좋은 장비를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것도 공짜로 빌려서 쓰던 장비라 남을 탓할 수도 없었다. 스태프들은 못하겠다고 나가버리고...결국 빚을 져서 다시 장비를 사고 진행했다.
그렇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소재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10년 넘게 다큐를 했지만, 인천은 모든 요소에서 다큐의 소재로 100% 충족됐던 팀이다. 특히 나는 사람을 중심으로 여기는데, 인천은 사람을 다루기에 최고의 팀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고, 촬영하면서 그 이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욕심도 있었다. 예전에 IMF를 맞이하면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일어날 때 대우자동차를 네번 정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눈물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IMF라는 상처와 한국사회에서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 갖고 있는 애정을 느꼈고, 그것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대우자동차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그냥 기업홍보영화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그래서 선택한 것이 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였나?
그렇다. 그 때 마침 나타났던 것이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안종복 단장을 비롯해 과거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의 프런트들과 선수들이 신생팀에서 다시 일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왔다고 생각했다.
결국 한국사회를 비쥬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축구 다큐 영화를 기획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축구 선수들이 복수하는 방법은 자기가 열심히 뛰는 것뿐이고, 인천의 선수들은 정말 피눈물나는 과정을 겪고 K리그를 뛰는 선수들이었다. 화면 속에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한국사회의 상처를 몸으로 보여주고, 비쥬얼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한 마디로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 처음에는 FC 서울에 대한 영화를 찍을 계획이었다고 들었다.
원래 튜브 픽처스에 있었는데, 황우현 대표가 축구광이었다. (이모션 픽처스와는 영화 완성 이후에 함께 하게 됨) 거기서 처음 주문했던 것은 FC 서울과 이장수 감독의 다큐였다. 그 때는 정말 축구를 잘 몰랐고, 사람들에게 축구가 왜 재미있느냐고 묻고 다녔을 정도였다.(웃음)
이후 축구경기를 계속 보고, 모든 축구 전문서적을 뒤져보면서 여러 가지를 익혀 나갔다. 서울을 찍으면서 당시 주제는 휴머니티가 아니라 프로페셔널이었다. 지금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런데 주인공인 이장수 감독님이 조금 불편해하셨다. 물론 그 분이 ‘충칭의 별’이라는 다큐도 했었고, 기본적으로 다큐 카메라에 대해 호의적이긴 하셨다. 그러나 당시 부임 첫 해라 아직 완전히 팀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외부에서도 이장수 감독님 축구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터라 아무래도 여러 여건이 힘들었다.
결국 찍으면서 우리 스스로 더 이상 감독님을 괴롭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장수 감독님은 정말 멋있는 분이라 생각하는데, 그 분에게 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서울은 인천처럼 모든 라커룸과 작전회의를 열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생생한 다큐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점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알게 됐고, 황우현 대표에게 인천을 소재로 찍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인천이라는 팀이 주목받는 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축구 다큐가 무엇인지 한번 보여주겠다면서 지원 없으면 내가 그냥 하겠다면서 밀어부쳤다.
튜브 픽처스는 계속 반대를 했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고 나니까 최고의 축구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동의했다.
- 극장 개봉까지 우여곡절도 정말 많았다고 들었는데.
튜브 픽처스의 지원을 받아 찍고 있는데, 아까 말했듯이 중간에 데이터가 날아가 버리면서 월드컵 개봉을 맞추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월드컵 개봉은 물 건너갔고, 튜브에서도 영화를 포기했다.
그 과정에서 모든 부채와 약속들을 내가 책임져야 했고, 튜브에서는 특별한 대답도 없이 시간을 끄는 과정이 지속됐다. 결국 스태프들에게 인건비를 주지 못하니까 혼자서 지하 작업실에서 편집하고, 보충촬영을 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편집장비도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장비를 회수해갔고...
문제는 그 장비들을 팔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데이터들도 지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지우면 정말 끝이었다. 그래서 돈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했고, 데이터를 지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지우지는 않았더라. 술 먹고 무작정 업체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었다. 편집된 것을 보여주고 선처를 빌었더니 다행히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니구나. 개봉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 개봉시켜라. 안 되면 나중에 법적인 모든 책임을 져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해서 장비를 찾아왔고, 내가 독립제작자가 된 셈이다.(웃음) 그것을 가지고 돈을 구하기 위해 다른 분들을 만났는데, 영화를 보여드리면 다들 좋아하셨다. 그런데 극장에 올려서 과연 돈이 될까 하는 점에서는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다만 CJ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배급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지원해준 것이 1억 6천만원 정도였다. 제작비가 2억 5천만원 정도니까 나머지 비용을 내가 메우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그 상황에서 이모션 픽처스가 같이 하기로 된 것이다. 그래서 후반작업과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아 완성했다.
아쉬운 것은 우리가 갖게 된 노하우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축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2006년에 찍은 것들이 더 좋은 그림이 많은데, 2005년에 찍은 것만 사용하게 되어서 안타깝다. 잘려나간 부분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나중에 DVD판으로라도 넣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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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 중 장외룡 감독과 인천 선수들 ⓒ이모션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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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축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감독님이 하시는 축구가 한국에 새로운 축구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제대로 담겠습니다.”
- 축구팀은 사실 상당히 폐쇄적이다. 라커룸까지 적나라하게 촬영하는 것을 허락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인천은 기자들이 좋아하는 클럽이라고 들었다. 그게 기자들에게 술을 사고, 밥을 사서 그런 것이 아니라 프런트부터 친절하고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안종복 단장님이나 장외룡 감독님의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잘 잡혀 있다.
인천 라커룸을 보면 ‘항상 웃어라’에서부터 시작해 미디어를 대하는 수칙이 적혀 있다. 프로는 팬들과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 서비스를 하는 것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교육이 선수들에게 잘 되어 있다. 장 감독님이 J리그에서 최고 지도자 자격증을 땄는데, 일본의 무서운 점이 그런 프로페셔널로서의 소양교육이 철저하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 인천 역시 그런 점에서 잘 갖춰진 팀이었기에 라커룸 공개 등이 가능했다.
또 하나 장 감독님을 처음 만나자마자 바로 말씀드렸다. “진짜 축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감독님이 하시는 축구가 한국에 새로운 축구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제대로 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고, 장 감독님도 흔쾌히 동의하셨다.
장 감독님도 감독으로서 욕심이 많으신 분이고, 진짜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고 싶은 열정이 대단하셨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뭐든지 열어주겠다. 대신 제대로 다뤄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우리가 주저했던 부분, 예를 들자면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1차전에서 5실점했던 김이섭 골키퍼와 상담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상당히 미묘한 자리여서 우리가 자리를 비키려고 했더니 오히려 감독님이 “너희 다큐하는 녀석들 맞냐? 이런 걸 와서 찍어야지 뭐하냐”고 말씀하셨을 정도였다.
- 프런트나 코칭스태프는 그렇다 해도 선수들은 약간의 거부반응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선수들은 조금 달랐다. 내일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카메라가 옆에 붙어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긴장을 유발시켰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은 친해지니까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잘 갔지만, 임중용이나 김학철, 이상헌 같은 고참 선수들은 조금 부담스러워 했다. 그럴 경우 중용이가 주장이니까 대표로 와서 “형, 지금은 찍기가 좀 그렇네요”하고 이야기하면 우리도 욕심 부리지 않고 철저히 빠졌다.
선수들에게는 촬영을 시작하기 앞서 전체가 모였을 때 감독님께 부탁드려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을 얻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선수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이런 거였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박주영이 극복하기 쉬울까, 여러분들이 쉬울까? 박주영이 쉽다. 왜냐하면 박주영은 많은 팬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수는 부담감이 더 크긴 하겠지만, 어쨌든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기회를 얻는다.”
“축구선수들에게 진짜 힘은 연봉이 아니라 팬이다. 여러분들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수록 그라운드에서 더 많이 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여러분들의 이름을 팬들에게 기억시켜주겠다. 그 수가 많을지는 모르지만, 1명이라도 우리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면 팬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달라.”
선수들도 공감을 했는지 이후부터 조금씩 조금씩 문을 열어줬다. 먼저 찾아와서 “형~할 말 있는데”라고 하기도 하고, 내가 “뭐 찍을 만한 거 있어?” 물어보면 “이런 일이 있어요. 가보세요” 하면서 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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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발 대박나야할텐데........
어제 보고 왔는데 너무 잼있고 감동적이였어요~! 꼭 대박 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