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알리바바(Alibaba)가 두각을 보인 이후 한국에도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2015년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핀테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양자 간의 융합을 의미한다. 최근에 올수록 IT기술을 이용한 금융산업의 혁신을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핀테크에 포함되는 사업영역을 보면 지급결제서비스, 대출, 개인자산관리, 자금조달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까지는 지급서비스 분야에 가장 큰 비중이 있다. 이전에는 전자지갑이나 간편결제 등으로 불리던 사업영역이었는데, 이와 같은 지급서비스는 규격화가 쉽고, 비금융기업들의 진출이 용이한 영역이다.
핀테크 영역, 금융업 전반으로 확장 중
국제적으로 보면 아직 IT기업들이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더라도, 이미 핀테크의 영역은 지급서비스를 넘어 대출, 투자중개, 보험업과 같은 핵심 금융업 전반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이베이(eBay)가 1998년에 세운 페이팔(PayPal)은 전자상거래상의 지급결제서비스와 금융소비자 간의 송금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작년 시점에서 보자면 모회사인 이베이 매출 결제액의 4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페이팔(PayPal)은 2013년부터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대출중개서비스도 시작했는데, 페이팔 계정의 기록만으로 대출가능여부와 금액 및 이자율을 결정함으로써 별도의 신용조회와 같은 절차가 필요 없다.
알리바바도 2013년부터 전자상거래 기록과 재구매율 등과 같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대출 적격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신용대출업에 진출했다. 알리바바의 지급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 계정에 예치된 잔액을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MMF(Money Market Fund)도 출시되었으며, 변액생명보험 상품도 내놓았다. 심지어 ‘저장왕상은행(折江網上銀行)’ 설립을 인가받아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금융기관제휴 지급서비스 카카오페이가 나와 있고, 금융결제원과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여 뱅크월렛카카오를 내놓기도 했다. NHN은 일본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라인페이를 기반으로 하는 네이버페이를 내보일 예정이고, 전자금융업등록까지 마쳤다.
뿐만 아니라 SKT나 삼성전자와 같은 IT업체들도 지급결제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낙관대로 아직까지는 지급결제분야에 한정된 모습이지만, 비금융기업이 일반 금융업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 등 은행업에까지 진출할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입장이 아직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보다 어떤 준비를 잘 갖췄는지가
이미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자금도 2015년 중 2000억 원 이상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규 전자금융거래에서 보안성 심의를 폐지하고, ‘공인인증서 또는 이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이 인증되는 인증방법’을 사용할 의무를 폐지한 것도 대표적인 육성책의 일환이다. 금융사들이 알아서 인증방법을 마련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금융보안사건이 빈발하고, 특히 작년 1월에 1억 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정보유출이라는 대형참사가 터졌던 생생한 기억이 한국 금융의 현주소인데,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책 없이 전자금융업 육성과 인가에 우선 돌입한 모습이다.
물론 공인인증서가 있어도 금융사고는 계속됐지만, 무언가 신뢰할 만한 내용을 내놓기 바라는 것이 금융소비자의 입장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기존 금융사보다 보안의식이 강하지 않은 전자금융운영업체들에게 맡겨지는 것이라서 우려는 더 크다. 혁신이나 변화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준비를 갖췄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 준비의 핵심에는 획기적인 금융소비자보호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