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는 기도하다 지쳐 인왕산 바위 위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자꾸 어떤 깊은 새하얀 구름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야 ! 이곳은 참 기가 맥히게 아름다운 곳이구만.
황홀감이 넘치는 세계로군 !
이런 !
이 새털처럼 보드러운 흰 구름을 좀 보랑게.
도대처 이곳이 어딘지 모르겄네.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면 얼매나 좋을까··········.“
영수는 구름 속을 마음껏 뒹굴며,
어릴 적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영수 !
나는 하나님을 모시며 천국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이다.
하나님의 특별명령으로 네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천국을 구경시켜 주겠다.
너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해.
지상세계의 살아있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최초의 특혜란 말이야.
지금 천국 곳곳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너를 만나고 싶어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단다.
특히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 천사들이
너를 무척 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더라.
영수야 !
나의 영혼은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구원 받은 후,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단다.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믿음 없이는,
네 영혼의 참된 구원이란 그림의 떡일 뿐이야.“
그는 수문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구름을 타고 계속 날아갔다.
갑자기 하얀 뭉게구름 사이에 아름다운 계곡이 나타났다.
골짜기 사이사이에 푸른색 지붕으로 뒤덮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리 잡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수문장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이곳이 천국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우리의 목적지 천국은,
여기에서 꼬박이 3일을 더 날아가야 한다.
말하자면, 이곳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된다.
천국의 문 앞에서 입국을 거절당한 후,
겨우 지옥행 특급열차 신세를 모면한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지.
이 곳은 천국의 문전에서 최후의 심판을 다시 받기 위하여
지은 죄를 정성껏 씻는 곳이란다.
여기 영혼들은 기도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지낸단다.
자기중심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천국으로의 입국자격시험 공부를 하고 있지.
그러나 이곳에 있는 영혼들은 은근히 뜨거운 불가마 속에서
죽을 고생을 다 하고 있다.
그러니 지옥이란 곳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내기에 험악한 곳인 모양이다.
살아생전에 저 영혼들이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성경을 읽었더라면,
이미 천국에서 살고 있었을 거야.
이해하기 쉽게 말해서--- 저들은 지상에서 숨 쉬고 사는 동안
약간 타락 했던 영혼들이지.
그러니 한번 지은 죄는 끊임없는 기도로도 쉽게 씻기 어려운 모양이야.
그러나 저 곳 영혼들은 쉼 없이 기도하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구원을 포기 하지 않고 있단다.
한번 상상해 보거라.
열두 영혼들로 이루어진 천국 심판관들의 비위를
흡족하게 다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천국의 수문장과 영수는 3일째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 기기묘묘한 경치의 새로운 뭉게구름
지역이 나타났다.
온통 아름다운 꽃밭으로 이루어진 벌판이 끝없이
계속되는 곳이었다.
이곳의 구름 여행 첫날에 보았던 불가마 마을 보다
풍치가 빼어나게 더 아름다웠다.
강과 개울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들은
즐겁게 지저귀며 노니는 새들과 장난질이 한창이었다.
다람쥐 다섯 마리가 꼬리를 유연하게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몇몇의 화사하게 미소 짓던 남녀 영혼들이
꽃밭 길을 걸으며 영수에게 소리쳤다.
“정영수 씨는 행복하시겠어요.
천국이 코앞에 와 있으니까요.“
그는 이곳의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날씨와
평화로운 분위기의 꽃밭 풍경에 매료되어,
구름 위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대번에 눈치를 챈 수문장이 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어째서 가고 싶다던 천국을 놔두고
철없는 방황을 거듭 하느냐?
불가마 마을과 이곳은 네가 내릴 곳이 아니란 말야.
이 곳은 지상에서 인간의 신분으로 살던 시절,
힘들고 불쌍하게 살던 사람들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영혼들과,
어릴 때 죽은 꼬마 영혼들이 영원히 머무는 낙원이야.
인간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낙원이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 낙원의 영혼들은 살아있을 당시,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천국의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고심 끝에,
차마 그토록 사랑하는 이들 영혼들을 지옥으로 보낼 수 없어,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에 특별히 아름다운 안식처를 마련해 주셨다.
여기 아름다운 낙원에는
지옥행 특급열차는 존재 하지 않으며,
역겨운 냄새의 똥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지옥의 영혼들 소식도 전혀 모르고 지낸단다.
이곳 낙원은 태초 이래 변함없는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간세계에서 자연 재앙을 일으키는 엘리뇨와 라니냐 현상이란
골치 아픈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단다.
낙원의 영혼들은 누구의 구속 없이
아늑한 꽃마을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저기 귀여운 사슴들과 노루들이
영혼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노는 산책길이 보이지?
저 곳은 천국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 중,
살아생전에 이 곳 영혼들로부터 신세를 졌던 영혼들이 찾아와
서로 상봉하는 장소이다.
저 아름다운 장면 좀 보거라 !
서로 손잡고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영혼들의 모습을··············.
이곳의 경치는 천국보다 더 아름답다.
천국은 그저 천국일 뿐 화려하거나 황홀하지도 않단다.
하나님이 계시는 하늘나라는 소박하고 거룩한 곳이다.
결코 허황한 꿈의 나라가 아니라는 걸 알아두어라.
이제 곧 우리는 천국에 도착 하게 된다.“
영수는 천국의 모든 것이 그리워 안달이었다.
그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독백이 흘러나왔다.
“구름 속에서 보았던 신기한 두 나라.
하나는 천국으로의 꿈을 키우는 곳.
또 하나는 하늘의 낙원.
난 그 아름다운 낙원을 천국으로 착각 했었지.
둥실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의 신비경.
지상세계의 인간들은 아마 모르고들 있을 거야.
이토록 아름다운 구름나라를 떠나기가 너무나도 아쉽단 말야.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참으로 위대하시도다.
아~ 아~ 가고 싶은 그곳.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
과연 그 좋다는 천국이 어떤 모습일까?
주님은 그곳에서 지금쯤 무얼 하고 계실까?
지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다는 그곳.
인간들 모두가 동경하는 꿈속의 하늘나라.
사후에 영원히 쉬고 싶다는 구원의 안식처.
나도 역시 그곳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지.
그곳에 가면 주님을 직접 만나 볼 수 있겠지.
주님의 목소리를 내 두 귀로 들을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라니까.
거기는 인류의 꿈과 희망이 숨 쉬는 곳이라고 허드란 말여.
난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다니까.“
드디어 수문장과 영수는 천국의 문 앞에 도착하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강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철새들처럼
여기저기서 웅성대고 있었다.
맨 먼저 천국으로의 입국심사가 시작되었다.
이곳 영혼들에게 입국심사는 최후의 심판이라고도 일컬어지며,
열두 영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판대 앞에 성경책을 놓고 벌이는 심사는 너무 까다롭고 복잡하여,
죄 지은 영혼들은 지레 겁을 먹고 핑계 댈 궁리만 찾고 있었다.
천국에 들어가려는 영혼들의 죽기 전 일생동안 지나온 행적을 살핀 후,
합격 여부를 결정 한다고 했다.
영혼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천국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 곳을 동경하고 있었다.
영수는 초조한 심정으로 심판관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 중 한 심판관이 그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예수님은 삼위일체 중 두 번째의 하나님이시며,
하나님과 성령님이 지니신 동일한 권능을 갖고 계신 분이지.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 하시는 최고 책임자이시며,
하나님으로부터 심판의 권한을 위임 받으셨다.
우리 열두 심판관들은 하나님의 명령으로 예수님이 내리시는
심판의 과정을 돕고 있을 뿐이다.
생전에 주님의 구원을 감히 거절했던 영혼들은
성경 말씀에 의거하여 심판 받고,
즉시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야 한다.
너의 천국으로의 입국신청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니,
결격 사유가 너무 많구나.
첫째,
너 정영수는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가정을 뛰쳐나왔던 경력이 있구나.
가정을 포기하면서 하나님을 믿는
그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는 너무 극성을 부리며 주님을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
하나님과 똑같이 너의 아내와 아들들을 사랑해야 했단 말야.
네가 하나님을 배반할 수 없듯 너의 식구들도 소중한 거야.
인간세계의 가장 근본적이며 기본적인 바탕은
각자의 가정이다.
이 작은 집단으로부터 인간사회가 형성되어간단 말야.
그건 너의 큰 실수이었어.
하나님의 용서에도 어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거야.
지상세계의 모든 골치 아픈 문제들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무조건 해결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너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너의 형 영길이와
화해의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
피를 나눈 형제를 미워하는 행위는 예수님께서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신단 말야.
셋째,
너를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윤숙이를 개똥 버리듯
거름자리에 내던진 배반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추악함을 보여주고 있다.
윤숙이에 대한 너의 회개는 진실성이 결여된
가면의 뉘우침이었어.
남의 여자의 정조를 욕되게 해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싫어하시는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넷째,
너 정영수는 거짓 신앙생활로
하나님과 예수님의 심경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다.
너는 이 부분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까지 부르고 있으면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단 말야.
종교가 인간의 입신출세의 도구로 사용 되는 것은 금물이란다.
다섯째,
너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쓸데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너의 부모님께 불효를 저질러 왔다.
부모님에게 억지로 종교를 권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여섯째,
주님께서는 도둑질한 돈으로 교회를 세우라고 하지 않으셨다.
너의 아내의 동의 없이 몰래 돈주머니를 뒤지는 행위는 아주 못된 짓이었다.
심판관 전원일치의 판결로 너 정영수에게 지옥행을 명령한다.“
영수가 그토록 가고 싶던 천국으로의 꿈은
황당한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미 밖에는 지옥행 특급열차가 '뚜 ! 뚜 !'하는 짧은
기적 소리를 내며 출발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 섬뜩한 기적 소리에 영수의 의식은 몽롱해지며
도무지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수많은 영혼들의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애처로운 비명 소리가 열차 안에서 들려왔다.
갑자기 지옥의 열차 호송 책임자가 영수를 향하여
우악스럽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정영수 !
이 썩은 쓰레기 같은 더러운 자식아 !
뭘 그렇게 꾸물대며 두리번거리느냐?
넌 지금 지옥의 달콤한 똥물 맛이 그리워 미치겠지?
시간 없다. 어서 빨리 특급열차에 올라타라 !“
영수는 어쩔 수 없이,
그들 지옥행 영혼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입국사무소에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말로 큰일 났네.
내 필생의 소원인 천국 구경도 못허고 지옥의 똥물 구덩이로 떨어지다니············.
사랑허는 내 식구들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되다니,
증말 기맥힐 일이구만.
오~ 주님이시여 !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제가 그토록 많은 죄를 지었단 말입니까?
때로는 긴긴 밤을 지새우며 회개 혔구만요.
주님의 모든 것을 믿었기 때문이랑게요.
주님 !
저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죠.
‘너는 이제 용서 받고 구원 되었다.
너는 이제부터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 되었다.‘
아~ 가슴이 찢어질 듯한 이 고통.
난 절대 지옥행 특급열차에 오를 수 없단 말여.
거기는 마귀들의 소굴.
여태껏 그곳을 증오허며 살아왔단 말여.“
바로 그때였다.
“정영수는 하나님의 특별명령으로 천국을
구경하게 되어 있습니다.
심판관님들 !
어서 천국의 문을 열어 정영수를 안으로 들여보내시오“라고
수문장이 소리치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러자 심판관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수문장의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런 경우는 에덴동산이 무너진 이래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란 말이오.
우리는 절대 하나님의 말씀이 적혀있는 성경 말씀대로
정당하게 판결 했을 뿐이오.“
수문장과 심판관들 사이에 말다툼이 계속 되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산울림처럼 은은하고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영수를 즉시 천국으로 들여보내 거라.”
수문장이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심판관님들 ! 금방 하나님이 직접 내리시는 명령의 목소리를 들으셨지요?
정영수는 내가 직접 안내 하겠습니다.“
그러나 영수는 다시 입국사무소에 불려가
심판관들로부터 천국으로의 입국에 앞서 주의사항을 듣게 되었다.
한 심판관이 성경책을 펼치며 그에게 말을 꺼냈다.
“지금 내가 하는 설명을 잘 듣기 바란다.
주님의 영광과 명예를 걸고 천국에서 허튼짓을 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 천국세계에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과,
지상세계의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신 예수님조차
어찌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여러 잡다한 파벌로 갈라져 제각각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주님을 믿는 영혼들의 무수한 단체들을
근절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 영혼들은 똑같은 성경책을 들고 다니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상야릇한 정통성을 외치며 은밀한 모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집단에 속한 영혼들은
주님의 진정한 말씀의 뜻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 영혼들은 주님의 말씀 중 몇몇 구절의 시시콜콜한 해석 차이로,
때로는 영혼들끼리의 서로 다른 미세한 의식적 관점 차이로,
어떤 때는 영혼들 마다 자기들이 서로 유식 하다고 자만하며
내세우는 이해하기 힘든 신학적 견해 차이로 말미암아,
천 갈래 만 갈래로 분파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모임에 소속된 영혼들이 확실한 성경 지식을
근거로 하여 사실적 증명을 제시하며 다른 집단을 비판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무식을 드러내 보이며 완강히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영혼들은 주님을 더욱 기쁘게 해주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 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심판관들의 판단의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천국은 전체가 하나로 통일된 기도의 장소이기에,
천국의 모든 영혼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품 안에서
일치단결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이런 수많은 모임의 비밀 집회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신다.
우리 열두 심판관들은 먼 훗날 하늘나라에 닥쳐올지도 모를,
예기치 못할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여기 천국의 심판위원회에 비밀 조사반을 두어,
곳곳에 숨어있는 이런 골치 아픈 성경법 위반 범들을
색출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이처럼 타락한 영혼들이 발각되는 경우,
용서 없이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천국을 떠나야만 한다.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딸이라는 신분으로부터
속되게 변절된 이들 영혼들은,
여러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심판관들에게 항의 하지만,
결국 심판대에 놓여있는 성경책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성령은 오직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님은 지옥으로 쫓겨 가는 이런 가련한 양들의 무리를
무척 불쌍히 여기신다.
너 정영수는 천국에 들어간 후,
이와 같은 못된 단체에 가담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갑자기 ‘땡 ! 땡 ! 땡 !’ 하고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영수가 애타게 가고 싶던 천국의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는 너무나 신기하고 가슴 벅찬 순간을 이기지 못해,
감탄의 탄성을 지르며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만 !
주님께서 드디어 약속을 지키셨어.
드디어 주님을 직접 뵙게 되겠구먼 !
주님께서 나에게 기적의 증거를 보여주신 거여.
주님 ! 고맙구만요.
저는 지금껏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며 살아왔구먼요.
주님의 은총 !
이곳 천국에서 맘껏 느껴보는 구원의 환희.
오늘의 영광을 위하여 그 수많은 낮과 밤을 기도허며 떠나보냈지.
이 좋은 곳에 오려고 수없이 인왕산을 올랐던 거여.
그곳에서 난 외쳐 불렀었지.
사랑하는 주님 !
아~ 증말 행복하도다.
영수가 이렇게 하늘나라에 와 있다니···········.
이제 주님을 만날 수 있게 될테니 무엇을 더 바라겠어.
어서 빨리 주님이 계신다는 아홉 색깔 무지개 앞으로 떠나자.“
그러나 영원한 구원의 이상향으로 꿈꾸었던 천국은,
그가 5일 전에 떠났던 지상세계였다.
천국은 인간이 살고 있는 땅위에 있었고, 땅에는 천국이 있었다.
천국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이미 죽어서 승천했던 영혼들이
함께 이웃하며 공존하는 곳이었다.
인간세계의 어느 누구도 바로 옆에 서있거나 앉아 이야기 하고 있는
천국의 영혼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들과 항상 함께 하고 있는
천국의 모든 실체를 전혀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
숨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일상생활이 있었고,
천국의 영혼들 역시 천국생활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국은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상상하거나 믿고 있는 바와 같이,
단지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아무 하는 일 없이 한유하게 지내는
곳이 아니었다.
천국의 모든 영혼들은
지옥으로 쫓겨나지 않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 하고 있었다.
특히,
그곳에선 천국의 법전인 성경을 모독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었으며,
성경법을 어긴 영혼들은 즉시 열두 영혼들이 이끄는
심판위원회에 회부되어 엄격한 심판을 받고 있었다.
또한 지상세계에서 가끔 말썽을 일으키는 사법 비리란
이곳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일단 성경법 위반이 확인된 영혼들은 지옥행 판결을 받았다.
천국은 참으로 경이롭고 아름다움의
극치가 넘치는 곳이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느 곳에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교향악의 선율이,
영수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는,
경쾌한 가락의 별들의 합창 소리처럼 들려왔다.
몇몇의 영혼들이 쌍을 이루며 다정하게 손잡고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해온,
젖과 꿀이 흐른다던 천국의 강과 개천에는 유리알처럼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천국 곳곳에 피어있는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서로 무어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광경도 보였다.
영수는 자신의 눈앞에 지나다니는
하늘나라의 모든 영혼들에게 왠지 친근감을 느꼈다.
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인간세계에 살고 있을 당시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
이런 아름다운 천국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천국인이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실개천을 건너오는 모습이 보였다.
영수에게 다가온 천국인은 그를 덥석 끌어안으며 말했다.
“천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 허느만요.
난 수문장님 밑에서 천국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인디요,
당신에게 천국 곳곳을 안내해 주라는 지시를 받고 왔구먼요.
나는 오십 년 전 강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해준 후,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당게요.
열두 심판관들이 성경책을 뒤적이며 나 때문에 무척 고민 허고 있을 때,
하나님의 명령 한 마디로 천국의 문을 통과헐 수 있었당게요.
이 곳 천국에선 성경 말씀을 외면허는 행동을 허지 않으면,
지옥으로 쫓겨날 염려는 없구먼요.
주님과 함께 항상 진실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천국에 올 수 있다니깐요.“
천국의 문지기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자~ 그럼 먼저 이웃 동네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상세계부터 구경 헙시다.
우리 천국의 영혼들은 아무 때고 인간세계를 드나들 수 있당게요.
천국인들 바로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숨쉬는 인간들의 삶은 요지경 속이었다.
무엇이 그토록 급한지 정신없이 뛰어가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서로 멱살을 움켜잡고 입에 거품까지 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영수는 맨 먼저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아들들은 앞마당에서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며 울고 있었고,
종숙은 수심에 젖은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하도 궁금하여 아내에게 그토록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곁에 앉아있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의 집 안마당은 온통 잡초가 무성하여 보기에 볼썽사나웠다.
영수는 자신의 불쌍한 아들들을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자식들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왔다.
옆에 서 있던 천국의 문지기도 무척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영수는 자신이 다니던 개척교회로 서둘러 갔다.
마침 홍 목사가 눈물을 흘리며 교인들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었다.
영수는 중얼거리며 교회를 빠져나왔다.
“홍 목사 !
넌 백퍼센트 지옥감이다.
천국의 문 앞에서 땅을 치며 울부짖어보았자
아무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단 말여.
지옥의 똥물 속에서 영원히 견딜 일을 생각 혀야지.
그런 식으로 거짓 눈물을 흘리면 못 쓴단 말여.“
천국의 문지기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 목사처럼 진실성이 결여된 목회자들은
단단히 각오 혀야 헐 거요.
내가 보기엔 주님을 모독허는 저런 홍 목사의 발언은
설교로 인정헐 수 없거든요.
틀림없이 불가마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거구먼요.
특히, 저런 인간들이 천국의 심판관들 앞에서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유난히 더 난리를 치더라니깐요.
그려봤자 자기들 입만 아플 틴디 말요.“
천국의 문지기는 영수를 다른 곳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우리 천국의 기이한 장면들을 대강 구경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100년 쯤 될 거요.
인간들이 허는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때로는
헛웃음이 나온다니까요.
그러나 좋은 일 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들이 다시 들어간 곳은,
지상세계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가장들의 일터이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하여
논과 밭에서, 바다와 강에서, 공장과 사무실 등등에서 일하는
모습이 먼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내에게 폭행을 가하며 욕설을 퍼 붇고 있었다.
참으로 눈 뜨고는 못 볼 꼴불견의 장면도 여러 곳에서 자주 목격되었다.
문지기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예수님께서 저 사람들 걱정이 대단 허시당게요.
저런 식으로 살아가면서도,
죽을 땐 천국에 가기를 원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인간들이죠.
어떤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쌈질만 일삼으며 헛세월만 보낸다니깐요.“
영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윤숙을 찾아갔다.
그녀는 마침 영수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
지극정성으로 기도 중이었다.
그는 윤숙을 힘차게 끌어안으며 “윤숙아 ! 이 못난 영수를 용서해라.
세상천지에 남자들이 수두룩헌디 여태껏 시집도 안 가고
혼자 사는 거여 ? “라고 소리쳤지만,
그녀는 알아듣지 못 했다.
영수는 가슴속에 사무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이미 기나긴 세월이 흘렀어.
용서받지 못헐 내 실수였단 말여.
이토록 후회 될 줄은 증말 몰랐당게.
그까짓 이사장이면 뭐 허고 천금인들 무슨 소용 있겠어.
그 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이 너무 많았어.
사랑의 의미도 몰랐던 거여.
우린 그 숱한 날들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보냈단 말여.
그러나 그 행복했던 사랑이 위대했다는 사실을 몰랐당게.
그건 분명히 마귀의 훼방이었어.
그 사악한 놈들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은 거라니까.
못된 놈들 ! 우라질 놈들 !
네놈들을 그냥 두지 않을 테다.
절망에 빠져있는 그대여 !
노무 슬퍼허지 말라니까.
날 용서해 줘.
먼 훗날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면 되잖아? “
그는 울면서 윤숙 곁을 떠났다.
문지기도 몇 마디 거들었다.
“오십 년 전 내가 목숨이 끊어지던 순간,
사랑허던 애인 얼굴이 선하게 떠오르는디 미치겄드만요.
사랑허는 사람을 어떻게 매정허게 버린단 말인가요?
당신은 큰 잘못을 저지른 거요.
그러고도 어떻게 천국의 문을 통과 혔는지 알 수 없군요.
열 두 심판관들이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슬쩍 천국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게 아닌가요? “
어느 백발의 천국 노인이 그들 앞에 나타나 말했다.
“정영수 !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지상세계의 인간이 분명 하구나.
여기 천국의 영혼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단 말야
수문장이 너를 찾아오라고 하더라.
어서 가보자.
그런데 천국으로의 입국심사를 어떻게 통과했느냐?
천국의 문 앞에서 웅성대며 기웃거리는 수많은 영혼들을 봤겠지?
그들 중에는 죽기 전 평생 동안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찬양하던 영혼들이 부지기수란다.
그들 영혼들이 인간세계를 떠날 당시만 해도,
천국을 향해 안심하고 행복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겠지?
이곳에서 하나님의 재 심판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을 거다.
그들의 불평은 대단하단다.
언젠가 한 영혼이 이렇게 울부짖으며 기도하더라.
“주님 !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저는 살아있을 당시, 교회 짓는데 아내 몰래 은행에서 대부까지 받아
헌금을 냈거든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하기에 순순히 따랐던 거지요.
제가 저지른 죄라면, 이웃집 순덕이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일 뿐인데요.
그것도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천국이 오고 싶어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주님께 바쳤습니다.
저는 살아있을 당시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천국을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지요.“
영수야 ! 천국은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회개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진실한 생각과 행동을 해온 영혼들의 터전이란 말야.“
영수는 천국 노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지난날들을 뒤돌아보았다.
“내가 지금껏 무엇을 위하여 세상을 살어왔지?
그려~ 난 참 인생이 과연 무엇인지 몰랐던 거여.
터무니없는 욕망에 사로잽혀 헛된 세월 속에서 헤매 왔던 거랑게.
아~ 증말 이걸 어떡 허지?
새로운 인생을 시작헐 무슨 방도가 있을까?
인생을 단순허게 생각혔던 결과가 이토록
참혹헐 줄 몰랐당게.“
그가 진실로 후회하고 있을 때 “여태 어디 있었느냐?
너는 이제 천국을 떠나야한다“라고 소리치는
수문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영수는 수문장 앞에 무릎 꿇고 통곡하며 애원했다.
“저는 천국을 떠나고 싶지 않은디요.
여기서 그냥 영원히 살고 싶당게요.
천국에 오려고 사랑허는 저의 가족까지 버렸다니깐요.
이곳 하늘나라에 계신다는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천사들도 만나 봐야 허고요.
이렇게 황홀허고 아름다운 천국을 두고 떠날 수가 없당게요.“
그러자 수문장이 영수의 두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다독였다.
“너는 앞으로 천국에 올 기회가 주어진
살아있는 인간이란 말야.
숨쉬는 사람은 인간세계로 돌아가야 해.
숨이 끊어질 순간까지 노력하여 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잡으란 말이야.
천국의 문 앞에서 울고불고 날뛴다고
무슨 대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거든.
너는 지옥행 특급열차의 소름끼치던 기적 소리를 기억 하겠지?
천국에 다시 올 수 있는 기회는 순전히
너의 마음의 결정에 달려있단다.
나는 천국의 수문장으로서 주님을 잘 알고 있다.
주님은 무조건적으로 인간을 구원하지 않으신다
너는 지금껏 자신을 팽개치고 타락의 구렁텅이
속에서 방황하며 살아왔다.
아직 성경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거야.
인간은 말이야~ 때로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단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이제부터라도 성경에 적혀있는 성스러운 말씀을 잘 읽고 실천하면,
바로 그것이 네 자신의 구원이며 천국에 올 수 있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성경 속에 숨쉬고 있는 절대 하나님과
오직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 영혼의 영원한 양식이란 말야 !
또한 인간을 구원하는 사랑의 양식이기도 하단다.“
영수는 잽싸게 앞동산 양옥집 쪽으로 달려가며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야 ! 이거 큰일 났네,
천국을 떠날 시간이 닥쳐오는디········.“
그가 집 앞에 도착하자 삼례 댁의 앓는 신음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왔다.
“어매 ! 불효자식 영수가 왔구만요.
어디가 그렇게 아퍼서 누워 계시는 거요? “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영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홀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목이 메었다.
“오늘 따라 내 맘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겄네.
세상 살기 되게 힘들구만.
가정을 버리고 싸돌아 대니는 영수가 지어준 양옥집에 살면 머 허고,
어렵게 사준 텃논에 농사지으면 머 허겄어?
어쩌서 그 녀석은 그 나이 먹도록 철이 없는지 모르겄어.
첫댓글 왕왕 굿 ㅋㅋ 슬퍼요 ㅠㅠ
정말 좋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쓰느라 힘드셨겠지만 수고했어요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우리 교회 목사님 홍철의 홍목사님인디
20년째 개척교회에서 고생중이신디 ㅠㅠ
농담이고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