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뮬러 02화/늑대와 양치기 소년? 소녀!-
입사한지도 삼일째. 사무실에서 각종 일처리를 하는 중인 다해는 임무를 받고 나간 둘을 기다리며 빨리빨리 서류등을 처리한다. 이전에는 이렇게나 열심인 자신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늘따라 일이 잘 되는 것만 같아-맨날 잡담을 같이 떠는 사시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분도 최고로 좋다. 이게 보람이란 것인가? 그거야 오늘 과정을 끝내고 침대에 누운 후에야 더 잘 느낄 수 있겠으나 제발 이 열정이 작심삼일은 아니길 빈다. 곧 사시가 돌아왔다.
"헤유-. 역시, 아기 돌봐주는 일은 힘들어서 못하겠어. 거의 하루정도를 거기에다 바쳐야 한대니깐? 야월이는 아직 안 온거
야? 다해야. "
"응.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러 갔지? 아마. 여긴 주로 이런 일들을 하는구나."
"하핫. 그렇지 뭐. 그래도 무슨 일이건 다 힘드니까 또 가치가 있으니까 누구든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거잖아. 난 이 일이
너무 좋아.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거든. "
다해는 사시의 미소에, 까만 눈의 확신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 말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던가. 밤이 늦어 거의 퇴근할 적에 야월이 돌아와 셋은 다른 것을 할 여유도 없이 숙소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으니 살 것만 같다.
"자, 그럼 오늘 하루도 안녕이로구만."
눈을 감는다. 그 때, 저 멀리서 북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숙소 건물 내에는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다해는 놀라 방을 나온다. 복도에는 사시와 야월도 있었다.
"이건 뭐야? 불 났어?"
"적의 침입이야. 어서 경계로 가자."
세 명은 경계로 뛰어갔다. 경계에는 가련치, 한, 청설, 그리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남자까지 총 4명이 먼저 와 있었다.
"뭐에요? 아무도 없잖아."
"어떻게 된거냐? 이거."
가련치의 말에 북 옆에 서 있던 여자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저…, 그게……. 오늘은 15일이잖아요. 민방위 훈련치고 한번……."
"뭐야-, 장난이었어?"
사시는 짜증을 내면서 돌아간다. 모두들 눈살을 찌푸리며 숙소로 돌아가 버린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여자는 쿡, 하고 웃는다. 다해는 잠이 쏟아진다. 눈을 다 감았을 때, 북을 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보음 소리가 들린다. 다해가 뛰어나온 복도에는 역시 사시와 야월이 나와 있었다.
"적이 침입했나봐."
"어서 가자고."
셋은 뛰어 경계로 왔다. 그 곳에는 또 아까 그 4명이 먼저 와 서 있었다. 아까 그 이름 모를 남자는 웃다가 말을 꺼냈다.
"후후후후. 사희 녀석 또 장난이었군."
"에-, 또에요?"
다해는 실망의 눈초리……. 아무래도 경계를 지키는 사람은 사희라는 여인인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보던 남자는 하품을 하곤 돌아선다. 잠 오는 눈을 하고 있다. 흑발의 노란 눈을 가진 그가 누군지 모르는 다해는 한에게 묻는다.
"저 분은 누구죠? 처음 보는데."
"응. 흑누라는 녀석인데 네 상관이야. 좀 위험한 녀석이니까 너무 다가가진 말라구."
흑누의 뒷 모습을 보던 다해는, 그럴 것 같기도 해, 라고 말한다. 사희의 한번도 아닌 두번의 장난 아닌 장난에 모두들 조금씩 화가 오른 듯 사희를 흘겨본다. 사희도 어째 두 번씩이나 북을 장난으로 울린 것이 미안했는지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사과했다.그러나 모두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청설이 특히 화가 치민 것 같다.
"장난은 이번까지만으로 마쳐. 경계를 지키는 일은 장난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청설의 차가운 기에 눌려 사희는 완전히 밀린다. 뭐, 주위사람들도 사희와 같이 얼어버릴 정도였으니……. 그런 분위기를 풀려고 한은 최대노력을 한다.
"하핫. 장난은 이번으로 끝내. 사희도 혼자 보초를 서려니까 외로워서 그랬지."
"그래도 우리에겐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걸로 장난치면 어떡하냐? 한번만 더 그러면 부장님께 알려 바칠 줄 알아라. 알았냐?"
가련치가 한을 몰아내고 차갑게 말하자 사희는 더 주눅이 든다. 하긴 일을 마치고 잠드려는 피곤한 이들에게 심한 장난이기도 했으니. 정말 심한 장난은 치는게 아닌 것이다. 이번으로 끝내리라 믿고 돌아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에 사시가 입을 뾰족하니 내밀고는 실룩거린다.
"정말이지 사희 쟤는 힘든 하루일을 다 마치고 잠들려는 우리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한다니깐."
"저 녀석도 힘들거다. 다 자는 밤에 혼자 지키려니까."
야월의 말도 맞다고는 보지만 다해도 역시 사시와 같은 의견인 냥 사시의 말에 끄덕인다. 다시 다해는 이불 속으로 돌아온다. 눈을 감으니 살 것만 같다. 그 때, 들리는 북소리와 경보음 소리……. 신경질적으로 벌떡 일어난 다해는 고민의 선상에 선다.
'내가 두번 속지 세번 속느냐……!'
그 때,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야월이었다. 사시와 다해 둘 다 부르는 것을 보니 사시도 고민 중이었던 모양이다. 둘 다 하는 수 없이 나오자, 왜 이제 나왔냐,는 듯이 야월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왜 이제 나와? 북 소리 안들리나? 나 혼자 갈 걸 그랬나 보다."
"뭐, 하긴 늑대와 양치기 소년에서는 세번째에 늑대가 나타나지."
사시의 말도 맞다고 본다. 게다가 무슨일이든 세 번이지 않을까? 그에 셋은 급히 달려간다. 다해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세 번째도 거짓말이면 정말로 다시는 안 나갈거다!'
세 명이 달려간 경계에는 청설과 한, 흑누, 가련치도 이제 막 나온 것 같았다. 그리고 경계에 보이는 다섯 사람. 거기엔 사화련과 유리, 그리고 현성과 아직 다해가 모르는 사람 둘이 나와 있었다. 이제 막 경계로 달려온 총 7명을 보고는 사화련이 평소와는 다르게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한 차가운 말을 던진다.
"이제 오시는 겁니까?"
"상관보다 늦게 오다니 건방진 녀석들이로구만."
유리는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들것처럼 한 마디 던진다. 7명의 하관은 역시 고갤 들질 못한다. 경계 지역에 쳐들어왔던 적들은 무참히 쓰러져 있다. 현성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7명을 보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하긴, 사희 네 녀석도 좀 심했어. 거듭되는 거짓말엔 아무도 널 믿지 않을테니까. 그 점을 잘 기억해 두도록."
"네 죄송합니다. 대시님."
사화련과, 유리, 대, 중, 소시는 하관들 보고 먼저 가서 쉬라고 한다. 하관들이 모두 들어가자 사희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죄송하다고 할 뿐이다. 사화련은 미안해하는 사희를 보더니 웃는다.
"괜찮습니다. 저 분들도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지를 알고 몇번이라도 북을 치면, 항상 달려와 주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사희양도 다음부턴 북을 정말 중요할 때만 치도록 하세요. 혼자서는 힘들것도 같았으니 내일부
터는 저도 도와주도록 하죠."
유리와 대, 중, 소시는 쓰러진 사람들을 보곤 이젠 일어나도 된다 말한다. 죽은 척을 했던 사람들은 무릎의 흙을 털고는 일어난다.
첫댓글 죽은척한걸 알면 어쩌려고요?
하핫. 그거야 캄캄한 밤인데다가 부장인 유리가 있으니 다가가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만약 죽은 척 한걸 알면 왜 이런 짓을 상관들이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겠죠. 그만큼 중요한일이니만큼 사희에게나 하관들에게나 반성의 기회는 되었을테니까요.
오호, 그렇군요
네-?
그럴듯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