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신부] 2018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작은 것 안에 계시는 큰 주님

[글라라(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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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마태오 복음 18장 19~22절

-김기현 신부님

작은 것 안에 계시는 큰 주님

한 달 사이에 세 번 정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전 본당 신자 한 분이 저에게 문자를 보내신 겁니다.

‘신부님, 저희 다음 달에 신부님께 갈 예정입니다.’

올 초에 인사발령이 있었을 때 한 번 놀러오겠다는 분들이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인사말이려니 했었습니다. 그리고 올 해 이쪽 상황이 좋지 않아서 몇 군데에서도

매년 이쪽에 오던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안 오겠지..’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연락이 온 걸 보고 놀랐습니다. ‘한 번 말한 거는 지키시는구나..

멀리까지 오시려는 그 마음이 대단하다..’ 는 생각을 하면서 따뜻해졌었구요.

두 번째는 6월 말에 온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하루는 캘린더를 보는데 몰랐던 거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캘린더가 신부님들 축일이 적혀있는 그런 캘린더인데,

6월을 보다보니 ‘나도 축일이구나..’ 하는 걸 새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신자들이 오시기로 한 날짜가 제 축일에 맞춰서 오는 날짜더라고요.

그걸 보고 또 한 번 작은 감동을 느꼈죠.

‘이분들이 날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하루 종일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신자 분들이 오시면서, 여러분이 오시기 때문에 이런저런 짐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문제없다며 많은 짐을 지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굉장히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과 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활의 큰 활력을 얻은 느낌이 드는데요. 제 마음과 생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낸 일들은

어찌 보면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자 하나, 생각 해 주는 마음과 관심, 그리고 작은 수고스러움들이

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고 또 생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 주었는데요.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남북한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사 한 번 봉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북한에 뭔가를 지원하는 것들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아마도 통일을 위한 작은 초석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그 관심과 기도로 누군가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고, 누군가의 작은 선물로

벼랑 끝에 누군가가 새로운 삶을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지난번에 선교사 학교에서 전 카리타스 담당 신부님의 말을 들어보면

묘목을 심어주고, 농사에 필요한 기계들을 지원하고,

태양열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시골 가난한 이들에게서 작은 희망과 기쁨,

그리고 감사한 마음들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아마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정성과 기도가 모아져 그렇게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와 기쁨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작은 일들 안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더 큰 희망도 바라보게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이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작은 것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죠?

몇몇 신부님들이 오셨을 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여기는 신자가 열 명밖에 안되요...’ 하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더니,

한 신부님이 오늘 복음 내용을 이야기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나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두 세 사람은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하느님이 함께 하신다면 그들은 결코 작지 않고,

그들이 하는 일 또한 작은 일에 그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수가 적다고 불평하는 마음,

내가 하는 일들이 보잘 것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일상의 작은 것들 안에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자주 잊어버리는 마음이 들어차 있다면,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생각을 바꾸어 봅시다.

작은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님을 새삼 바라보고 소중하고 귀한 걸음을 내딛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신자분들이 오시긴 했는데,

여전히 신부 옆 자리는 어려우신 것 같다.

신자들은 누군가를 내 옆에 앉히면서

특석에 앉혀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내 옆자리는 벌칙자리인 것 같다...^^;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