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계란 6개에 6달러' 공개서한 마약밀수트럭에서 밀수된 계란 발견 트레일러·식당서 계란 도난 등 혼란 미국은 관세전쟁 와중에도 "계란 팔아달라"고 요구
계란 오픈 런(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에 대기하다 개점과 동시에 뛰어드는 것),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계란 절도, 국경을 넘은 계란 밀수, 심지어 계란을 둘러싼 미 법무부 조사까지... 미국에서의 계란값 폭등은 좀처럼 물가를 잡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식탁 문제는 기억하십니까" 라고 묻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편지를 게재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계란은 지금도 6개에 6달러 가까이 됩니다… 나는 매일 젠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당신에게 세 번이나 투표한 것이 아닙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미국 식탁의 물가가 올랐다고 공격해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잡기에 집중하지 않고 "미국에는 남녀 두 성별만 존재한다"거나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출전 금지" 등의 선언에 매달리는 데 대한 불만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인 '계란값'을 두드리고 있다. 크리스텐 맥도널드 리벳 하원의원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달걀값이 일상적인 걱정거리인 상황에서 헌법의 위기나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대화는 사치"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 통계 발표에 따르면 계란값은 올 2월 한 상자에 12개들이가 5.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21년 2월 1.60달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70% 상승이다. 일부 지역의 소매가는 10.99달러에 팔리는 등 훨씬 비싸다. 그나마 계란이 있으면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품절될 정도다.
값비싼 계란은 밀수와 절도의 대상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세관국경단속국(CBP) 자료를 인용해,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사무소가 지난해 10월 이후 멕시코 입국자로부터 계란을 압수한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158% 늘었다고 보도했다. 마약 밀반입 수사 도중 트럭에서 발견된 20kg의 메탄페타민(히로폰) 옆에 함께 밀수한 알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운송 트레일러에 실은 10만개의 계란 4만달러어치가 도난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같은 달 시애틀의 한 식당에서도 계란 540개가 사라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달걀이 귀중품이 된 것은 달걀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소비자가 구매를 끊기는 어렵고 대체재도 없다. 계란 가격이 1% 상승해도 수요 감소는 0.15%뿐이지만 계란 공급이 1% 감소하면 가격은 약 6.67% 상승한다. 경제학자이자 오클라호마주립대 부총장인 제이슨 러스크 씨의 설명이다. 와플, 오믈렛, 케이크, 라면, 팬케이크 등 많은 음식의 필수 재료인 계란 가격이 오르면 다른 모든 음식의 가격이 오른다. 마켓워치는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달걀에 더 화를 내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느끼는 미국인들의 분노를 설명했다.
특히 팬데믹 때와 달리 공급망이 비교적 정상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란 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경제학자 폴 해리슨 박사는 "달걀처럼 일상적인 것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플레이션, 경제, 생활비,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한 더 큰 불안으로 이어진다" 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계란 판매업체인 카르메인푸드는 1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분기 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배인 3억 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인상은 양계농가를 강타한 조류독감 때문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미 법무부는 계란값 급등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계란 생산자들이 가격 인상을 위해 담합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은 지난달 계란값 안정화를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종합전략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7000만 1억 개의 달걀을 수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고율 관세 정책 등으로 여러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염치도, 외문도 없이 다른 나라에 계란을 수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그린란드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덴마크에까지 계란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