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까지 가장 컸던 펭귄… 황제펭귄에 밀려 '2인자' 됐죠
임금펭귄
임금펭귄은 어릴 땐 갈색 솜털로 덮여 있다가 어른이 되면 털갈이를 하면서 등은 검은색, 배 부분은 흰색이 됩니다. 뒤쪽 오른쪽 펭귄이 어린 임금펭귄 ‘페스토’예요. /시 라이프 수족관
보들보들한 솜털로 뒤덮인 우람한 몸집에, 뒤뚱뒤뚱 걷는 깜찍한 모습으로 ‘온라인 스타’가 된 펭귄이 있어요. 호주 멜버른 수족관에 사는 ‘페스토’랍니다. 페스토는 얼마 전 털갈이를 시작했대요. 온몸을 뒤덮고 있던 갈색 솜털이 빠지면서 어른 펭귄에게 나는 검정·하양·노랑 깃털이 드러났죠. 사람들 사이에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귀여운 아기새의 모습이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와요.
펭귄은 적도 부근 갈라파고스 제도부터 남극에 이르는 지역까지 총 18종류가 살고 있는데요. 페스토는 그중 둘째로 큰 임금펭귄(king penguin)이에요. 다 자란 몸길이는 1m, 몸무게는 20㎏나 된답니다.
남극과 주변 지역 탐험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임금펭귄은 가장 큰 펭귄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19세기 후반에 이보다 더 덩치가 큰 펭귄이 발견돼 황제펭귄(emperor penguin)으로 이름 지어지면서 ‘2인자’가 됐답니다. 그런데 둘은 펭귄 무리 중에서도 아주 가까운 사이래요. 임금펭귄이 사는 곳은 남극 대륙에서 북쪽에 있는 여러 섬들이에요. 이 지역을 아남극(亞南極)이라고 하는데요. 대개 흰 눈과 단단한 얼음으로 덮여 있는 남극 대륙과는 달리 아남극엔 흙과 바위가 드러난 곳도 많답니다.
대부분의 펭귄은 알에서 태어났을 때 회색 또는 검은색 솜털에 덮여 있는데 임금펭귄 새끼의 솜털은 갈색을 하고 있어요. 천적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변 지역에 맞춘 보호색을 하고 있는 거죠. 번식철이 되면 임금펭귄 암컷은 오직 한 개의 알만 낳는답니다. 별도 둥지는 만들지 않고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면서 발위에 올려놓고 품어요. 배 아랫부분의 복슬복슬한 털로 알과 갓 태어난 어린 새끼를 품으며 보호하는거죠.
알을 품는 동안엔 걸어가다가 알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새는 부화 때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는대요. 새끼가 태어나면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먹이를 먹여요. 다른 펭귄들과 마찬가지로 임금펭귄도 날 수는 없지만 물속에선 수영 선수이면서 사냥꾼 같은 모습을 보이죠. 한 번 잠수해서 23분 동안 숨을 참았다는 기록이 있고, 수심 360m까지 내려갈 수 있어요.
이렇게 물속을 휘저으면서 물고기와 오징어 등을 사냥하는데요. 삼킨 먹이를 배 속에서 부드럽게 만든 뒤 토해내 새끼에게 먹인답니다. 임금펭귄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존 위협을 받는 동물이에요. 우리나라도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예전에 볼 수 있었던 명태나 오징어를 보기 어렵게 됐는데, 이런 일이 남극에서도 벌어질 수 있어요.
사냥을 위해 먹잇감을 찾느라고 무리하게 잠수하고 헤엄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만일 임금펭귄의 숫자가 줄어들면 이들의 상위 포식자인 물범과 범고래 등도 연쇄적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돼 남극의 바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