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견생견사 / 김화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개다
행복하거나 지루하거나 슬플 때마나 나는
개처럼 뒹굴거나 꼬리를 말아 쥐고 납작 웅크렸다
내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 것도
환상을 야금야금 즐기게 된 것도
모두 개 덕분이다
편견, 선입견, 발견, 혹은 광견들은
먹이를 위해 아양 떠는 법과
나를 향해 컹컹 짖는 법을 알려주었다
사랑이 떠났을 때 나는 광견처럼
질문과 욕설을 질질 흘리며 나를 깨물고 발길질했다
엄마가 은하계 어느 별로 여행을 떠났을 때
빈자리 가득 채운 만 개의 죽음을 발견했다
선입견은 내 마음의 꼬리를 슬쩍 감추게 하고
참견은 졸졸 따라다니며 딸처럼 간섭을 했고
편견은 절뚝이며 시간을 건너게 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새끼 치는 개들
그중 일견과 선견의 선연한 눈빛은
심연의 바닷속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참, 유난히 내 품을 파고들던 개가
탈색이 하연 백무늬불여일견이었나?
수심을 알 수 없던 까만 눈의 백문이불여일견이었나?
개 같은 내 인생
개처럼 헐떨거리며 나, 여기까지 왔다
(웬진『시인광장』 2014년 9월호)
카페 게시글
┌………┃추☆천☆시┃
자화상, 견생견사 / 김화순
빗새1
추천 1
조회 347
24.03.19 08:5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