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을 보며 절로 오른다.
계곡의 물은 맑다.
월간 송광사 10월호는 아직 배포되지 않았다.
나의 송광사 참배는 빵점이다.
활자중독증 정도만 확인하고 우화각을 나와 산으로 접어드니
11시 반을 지난다.
한시간 반을 걸어 굴목재를 넘어 보리밥집에 가면 딱 점심 시간에 맞겠다.
숲으로 들어서도 모기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좋다.
토다리를 건너도 땀이 나지 않으니 좋다.
송광사대피소 지나 굴목재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도 쉬지 않는다.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굴목재를 넘어 내려간다.
산오르는 길은 그대로인데 계절이 변하니 걷기가 수월하다.
배도사대피소를 지나 보리밥집에 다가가도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다.
밥을 안 팔면 어쩌지?
아저씨가 마루에서 파를 다듬고 있다.
인사를 드리며 밥을 하느냐 여쭈니 앉으란다.
왜 손님이 없느냐 하니 어제 휴일에 많더니 오늘은 뜸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산길에서 만난 사람이 없었다.
보리밥에 동동주 반되를 주문하니 딸이 14,000원이라고 한다.
보리밥이 1,000원 올랐다.
산 속도 세상인지라 물가가 변하는 건 당연하다.
올라오며 맥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막걸리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보리밥을 안주삼아 동동주를 마시고 일어나니 1시 35분을 지난다.
선암사는 엊그제 다녀왔으니 오랜만에 장군봉에 가기로 한다.
장박골 골짜기 오르는데 몇 산객을 만난다.
보리밥집을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느냐는 이도 있다.
계곡의 물은 양도 많고 맑기도 하다.
작은굴목재를 넘어 배바위로 오르는 길도 고개를 쳐박고 오르니 금방이다.
장군봉엔 조망이 없을 것이니 배바위에 올라 산을 구경한다.
산줄기가 드러나지만 먼 하늘은 흐릿하다.
연산봉 능선 뒤로 모후산과 조그만 무등의 봉우리를 보고 일어난다.
배낭 속에 맥주 한캔이 있지만 술생각이 안 난다.
일어나 장군봉에 닿으니 아무도 없다.
혼자 앞뒤로 사진으르 찍어보고 지리산이 보일만한 쪽을 찾는다.
여전히 안 보인다.
나뭇잎 사이로 반야봉 엉덩이만 보이다 만다.
접치를 지나 연산봉 가는 길도 가깝다.
사람 참 간사하다. 아니 가을이 고맙다.
연산봉 사거리에 오니 3시 40분이다.
바보의 퇴근시간 전에 귀가하기는 여유가 있다.
쇠난간을 내려와 돌 위에 앉아 배낭을 벗는다.
이끼 낀 바위 위에 과일 안주를 늘어놓으니 제사 지낸 것 같아 경건한 마음으로 술을 마신다.
20여분 충분히 놀다가 일어난다.
가을 산행을 한시로 쓰면 어떨까?
뭔가 한자를 떠올려 보면서 걷지도 못하면서 달리려는 내가 보여 우습다.
40여분 긴 계곡의 숲길을 내려오니 송광사 채마밭에 배추가 많이 자랐다.
스님들 방인 듯한 전각이름이 임경당인 듯하다.
5시 반이 지나 바보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