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여전에 여기 모 의사선생님께 질문을 드린것이
답변메일로 왔는데 저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워서 올립니다.
제픽스 내성으로 입원당시 너무 답답하고 걱정도 되어서
병석에서 문의메일을 드렸었죠...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한 답변주신 분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드리구요..
답변 주신분께 허락을 받지 않고 올리는 글이라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 많이하다가 올립니다.
(삭제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녹색이 제 글이고 검정색은 답변메일 원문이랍니다.
안녕하세요.
말씀하시는 간염보유자에게서 간염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약은 10년이내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약하나를 개발하는데 보통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향후 10년 내에는 간염이나 간경화 완치제가 나올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현재 임사시험 중에 있는 약들이 앞으로
10년이내에 상품화 될 수 있는 약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그정도 효과를 보이는 약은 없습니다. 그럼 한 100 년 이내에는 나올것인가...
그것도 불가능 할 겁니다.
20세기에 들어 현대의학은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평균수명도 늘고 과거에 치명적이던 많은
질병이 현재는 아주 사소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말 미 보건부 장관은 앞으로 10-20년내에
전염병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선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전혀 지켜지지 않았죠.
지금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의사와 미생물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이런 제기랄...여기까지는 거의 절망적인 답변이죠)
이 선언이 있었던 이유가 천연두바이러스와 폴리오바이러스(소아마비)의
박멸 또는 거의 박멸이었는데요.
그 이후 인류가 박멸한 바이러스는 없습니다.
그럼 만성적으로 감염된 바이러스를 사라지게 한 건 있느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최근에 나온 페그인터페론 알파가 일부 C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들의 절반 정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게 하고는 있지만
다른 만성바이러스성 질환, HIV(에이즈바이러스),
HPV(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HSV(허피스-입술에 물집을 일으키는 병-바이러스) 등등이
주요한 만성바이러스성 질병의 원인인데요.
이들도 모두 없애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두 감기와 같은 급성질병을 일으키구요...
현재 항바이러즈제의 개발 목표는
B형간염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식을 억제하여 장기적으로
간경변이나 간암이 오지 않게 하는 겁니다.
이건 제픽스나 헵세라,
현재 5년내 출시 가능한 너댓가지의 약으로
거의 대부분 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입니다.
(대반전이지요.. 저는 거의 가능하다는것이 주된의견이라는 이대목을 읽으면서
아,,이런걸 보고 날을듯이 기쁘다 ,,라는 표현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는 주옥같은 말씀들이 이어집니다.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간암통계는 전혀 신뢰할 필요가 없는데요.
일단 그 통계들이 대부분 서울대와 같이 중증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조사한 것이고 벌써 10년 전에 나온 논문들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약들을 쓰기 전의 자료이며
(제픽스는 99년에 나왔습니다)
90년대에 간경변, 간암 진단을 받은 분들은
대부분 이미 최소한 20-30년 전에 간염이 시작되었을 텐데
그때는 진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건강관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간염환자는 금주나 절주가 필요한데 그것도 하지 못한 거죠.
(간염환자는 간경변으로 또 간암으로 죽는다던데,,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에게 드리는 말은 '우리 목표는 간염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간질환으로 생명을 잃거나 생명을
위협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환자분들에게 조언을 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환자마다 개인적인 배경,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인 말씀을 드리면 간염환자라고 해서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제픽스나 헵세라를 드시더라도 간수치가 정상이라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에 나쁜 영향은 거의 안준다고 보셔도 됩니다.
굳이 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제일 고마웠답니다.
한창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제 동네병원 2주에 한번씩 갈때마다 듣는 말씀 -
과로하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무조건 푹 쉬어라..절대 과로하면 안된다...는 말씀때문에
사회생활 직장생활에서 항상
위축되었었고 장애 아닌 장애로 항상 근심 걱정으로만
살아왔었거든요.
그러나 음주는 하지 않거나 하루 맥주 1000cc이하 또는
소주 반병 이하로 줄이셔야 합니다.
거의 매일 드신다면 이 것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구요.
(절반으로 줄이는건 저는 반대. 술은 절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0, 50대에 비교적 일찍 간경변이 생기셔서 돌아가신 분들의
공통점은 바이러스성 간염과 알코올 문제가 함께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B,C형 간염만으로 그렇게 일찍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간손상이 있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경과가 썩 좋지 않으신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으신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B형간염은 그렇게 크게 걱정해야할 정도의 병은 아닙니다.
최소한 님은 실재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글을 허락도 안드리고 이카페에 올린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많은 회원들이 간염이라는 선입견 과 편견으로
나는 으례히 환자니까 ..
나는 간염이 있으니까 ...하면서 위축된 생활과
어? 오늘 소변 색깔이 노랗지? 오늘은 하루 집에서 푹 쉬어야 겠군...
등등..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것들까지도
간염과 연관짓고...
과대 건강 염려를 하는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많으신 여기 카페 회원님들도 제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그러하신 기우를 하시는것 같았구요.
이 글들을 읽기전
저는 지금껏 건강관리가 아닌 건강 염려로 인한 노심초사의 병이
더 컷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나친 방심은 하지 말아야 겠죠...
긍정적인 통계가 있는데요.
통계청에서는 매년 주요 사망원인을 발표합니다.
간질환(대부분은 간경변입니다.
그리고 간경변의 70-80%는 B형간염으로 인한 겁니다)으로
인한 사망은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데요.
지난 10년간 10대 사망원인 중 숫자가 줄어든 것은 간질환과
교통사고 뿐입니다.
그리고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율은 가장 많이 낮아졌습니다.
94년 10만명당 29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했지만
2004년에는 19명으로 줄었습니다. 극적일 정도로 놀라운 결과죠.
이상이 원문이구요
제가 다른 질환때문에 검사하다가
우연히 간염을 처음 알게 되었을때
(10 여년전 =당연 수치나 몸상태는 말짱했을때죠.)
의사선생님께서
간염보균자군요
간염은 아주 무섭고 어려운 질병이고
관리를 잘못하면 상당수가
간경화와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꼭 3개월에 한번씩 혈액검사와
6개월마다 초음파를 해야하고 ....
절대 과로피하고 무조건 잘쉬고....
어쨌든 그 말씀 이후로
지레 겁을 먹어서
제가 나약하게 살아왔던것만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물론 환자 본인도 알것은 알고 관리를 잘 해야겠지만
지난 10년동안 간장약 타러 병원을 그렇게 많이 다니면서도
저는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간경화로 가는걸로만 알았습니다.
질문란이나 익명란에 보면
저처럼 쓸데없이 과잉걱정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메일을 2주만 먼저 봤어도
제픽스내성으로 입원했을때
그정도로 노심초사 안했을텐데..하는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위 메일을 보면
환자의 마음을 고치시는 분이 진짜 명의란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앞으로는 그냥 똑같이 살면서
조금만 더 모범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겠습니다.
저도 지금 헵세라 값으로 월 10만원 정도 들지만
술 담배 할때는 월 10만원 더 지출 됐을겁니다.
회원님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자는 말씀입니다.
다시 한번 위 본문을 써주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제게 많은 위로가 되는 글..감사합니다. 항상 걱정만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네요.
의사가 쓴 게 아니라 제가 쓴 글인데요....
의사선생님인줄 알았어요.
하하하~ 님이나 윤구현님이 계시기에 울 카페가 발전?하는 겁니다. 화이팅!
술 안먹어도 치료 안하믄 바이러스 활동으로 간경화 간암으로 가는건 맞는거 같은뎅.
10년이내 바이러스 완치약이 안나온다는게 안타깝네요..나올꺼라 기대했는데...
"건강을 염려한 노심초사의 병"공감합니다.하지만 의사분들이 지나치게 과장해서 겁주는것도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잘 지키지 않으니까 예(소주 한잔정도는 괜찮다고 하면 .....아시죠?)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이 살면서 조금만더 모범적인생활 그게 오랜시간 잘 지켜지질 않드라구요.밝으미님 장문의 글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