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2826번에 쓴 글 '사마의 에서'가 영 찜찜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앞의 2826번 글은 <사마의. 미완의 책사>란 중국드라마 22편에
노쇠한 조조가 관운장의 장례를 치른 다음 수레를 타고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마의와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며 옛생각에 젖어 추억에 잠기고
400년 도읍이 하루 아침에 쇄락한 것을 슬퍼하는데,
이 때 농부 일행이 지나가고 소를 타고 가던 어린 소녀가 노래를 부릅니다.
낙양 민가(洛陽 民歌)로 소개된 노래는
열다섯에 종군하여
여든 살에 돌아와 보니
길에서 만난 이웃들이 묻네
집에 누가 남아있느냐고
내 집이 있던 곳은
송백나무 무덤만 남았다 하네
집 마당에는 조가 자라고
우물가에는 아욱만 무성하네
곡식을 빻아 밥을 하고
아욱을 따 국을 끓인다
밥과 국이 다 되었는데
누구와 먹어야 할 지 모르겠네
문을 나서 동쪽을 바라보니
눈물이 내 옷을 적시누나
드라마를 보며 옮긴 것인데, 셋째 줄이 영 의미가 통하지 않아 인터넷에 찾아보니
송대(宋代) 곽무천이 집(輯)한 악부시집 권25에 수록된 고시(古詩)에는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열다섯에 종군하여(十五從軍征)
여든살에 집에 돌아와(八十始得歸)
길에서 만난 이웃에게 묻네(道逢鄕里人)
집에 누가 남아 있느냐고(家中有阿誰)
멀리 보이는 내 집이 있던 곳은(遙看是君家)
잣나무 숲되고 공동묘지 되었다네(松柏塚累累)
토끼는 강아지에 쫓겨 굴로 들어가고(兎從狗窦入)
꿩은 지붕위로 날아가네(雉從梁上飛)
집마당엔 가꾼이없이 곡식이 자라고(中庭生旅穀)
우물가에도 야생 아욱이 무성하네(井上生旅葵)
곡식을 빻아 밥을 하고(舂穀持作飯)
아욱을 따 국을 끓인다(採葵持作羹)
밥과 국은 다 되었는데(羹飯一時熟)
누구와 먹어야할지 모르겠네(不知飴阿誰)
문을 나서 동쪽을 바라보니(出門東向看)
눈물이 내 옷을 적시네(淚落沾我衣)
셋째 줄 <길에서 만난 이웃들이 묻네> 와 <길에서 만난 이웃에게 묻네>는 전혀 의미가 다른데,
결국 같은 말을 어찌 번역했냐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원서로 읽어야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만, 영아, 한문, 다 시원치 않으니....
<토끼는 강아지에 쫓겨 둘에 들어가고 꿩은 지붕위로 날아가네>는 추가된 연입니다.
더 찾아보니,
이현세의 만화 [남벌]에 등장한 고시에는(이현세의 만화는 보지 못한 것입니다만)
十五從軍征(십오종군정) : 열다섯에 종군하여 전장에 나가
燒火燒野田(소화소야전) : 불 살라 들의 전답을 태우니
野鴨飛上天(야압비상천) : 기러기 날아 하늘로 올라가고
童男娶寡婦(동남취과부) : 어린 아이가 과부에 장가들고
壯女笑殺人(장녀소살인) : 건장한 여자 웃으며 사람을 죽인다
高高山頭樹(고고산두수) : 높고높은 산 위의 나무
風吹葉落去(풍취엽락거) : 바람 불어 나뭇잎 떨어져
一去數千里(일거수천리) : 한번에 수천 리를 간다
何當還故處(하당환고처) : 어떻게 해야 고향으로 돌아가나
十五從軍征(십오종군정) : 열다섯 살에 종군했다가
八十始得歸(팔십시득귀) : 여든살에 비로소 돌아왔도다
道逢鄉里人(도봉향리인) : 길에서 마을사람 만나
家中有阿誰(가중유아수) : 우리집에 누가 있는가 하니
遙看是君家(요간시군가) : 멀리서 보이는 것이 그대 집이라네
松柏冢纍纍(송백총류류) : 솔과 잣나무 언덕을 덮고
兔從狗竇入(토종구두입) : 토끼는 개를 따라 담구멍 뚫고 들나든다
雉從樑上飛(치종량상비) : 꿩은 들보 위에서 날고
中庭生旅穀(중정생려곡) : 마당 가운데에는 곡식이 나고
井上生旅葵(정상생려규) : 우물은 매말라 아욱이 나있네
舂穀持作飯(용곡지작반) : 곡식 삶아 밥 짓고
採葵持作羹(채규지작갱) : 아욱 따서 국 끓여
羹飯一時熟(갱반일시숙) : 국과 밥은 빨리 되나
不知飴阿誰(불지이아수) : 남은 사람 누구 있나
出門東向看(출문동향간) : 문을 나와 동쪽을 향해 바라보니
淚落沾我衣(루락첨아의) : 눈물이 떨어져 옷을 적시네
앞의 아홉 행이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원문인지는 미천한 학식으로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이현세의 만화에서는 전쟁의 참혹상이 비쳐집니다.
앞에 올렸던 2826번 글의 셋째줄이 찜찜했었는데, 이젠 조금 후련합니다.
이걸 찾던 참에 <뮬란>이란 중국 영화에 대해서도 소득이 있었습니다.
정리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열정이 느껴집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