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운문 장원>
게임
-풍기초 3학년 1반 양인규
삐용!삐용! 타닥타닥
손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게임은 마법이다
모든 감각기관들이 몰입한다.
“게임 그만해!”라고 말하는
부모님 CCTV가 돌아간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엄마의 눈 CCTV
눈이 나빠져도
바보가 되어도 더하고 싶은
아쉬움 남는다.
아... 차라리 게임이 없으면
아쉬움 안 남겠다.
<초등 고학년 운문 장원>
주사
-영주남부초 5학년 1반 장서연
앗!
따끔한 병원주사에서
뿅!
상대방을 반하게 만드는 주사로
으앙!
맞으면 울음이 나오는 주사에서
솨아!
맞으면 사랑에 빠지는 주사로
이런 주사,
어디에 없을까?
<중등 운문 장원>
신발
-동산여중 3학년 5반 문예서
신발장에 아주 낡은 신발 하나
주인 없는 하나의 신발 누구 신발일까.
누군가는 찾으러 오겠지.
외롭게 홀로 있는 신발
주인을 애타게 기다려 본다.
언제쯤 올까.
끼리릭 신발장이 열린다.
이제 내 차례인가.
아 또 새로운 친구구나.
나는 언제쯤 바깥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끼리릭 또 열린다.
진짜 나인가.
하지만 또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다.
하……
이제는 신발장이 편안해지려고 한다.
나는 언제쯤 밖을 볼 수 있을까.
끼리릭 이제는 정말 나를 선택했다.
이제 밖을 볼 수 있다.
내가 처음 본 곳은 초록색 통이었다.
내가 어딘가로 떨어진다.
이제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나는 어느 불구덩이로 들어간다.
<고등부 운문 장원>
바퀴
-상지여상 2학년 김희선
이름 모를 풀꽃 피우겠노라고
밤낮으로 별을 헤아리며
가꾼 땅이라는 것을,
부모.
오직 두 글자가 만들어낸 삶이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당신이 구르는 연유라는 것을,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은
당신의 부재를 연유로
무너질 땅이 아니라는 것을,
이 모든 것을 깨달은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풍성한 꽃입니다.
이 빠진 동그라미를 보고
우습다 생각한 적 없으며
매끄러운 길 따라 구르는
다른 이를 부러워한 적 없습니다.
쉴 새 없이
아니 쉴 수 없는 내리막에서
치이고 치여 생긴 상처는
아프지 않던가요?
멈추기가 두려워 소슬바람 아래
덜그덕 거리던 시절
이젠 맘 편히
하늘을 유영해도
괜찮습니다.
<대학·일반부 운문 장원>
끈
-경북 영주시 김수현
네발나비의 옷을 입은 여인은
꿩의바람꽃을 닮은
단화를 신고 날아오릅니다
발등 위로 여리여리한 리본은
막 월동을 끝낸 얕은 날갯짓이었을까요
한 번 더 질끈 동여매고 나니
매듭으로 자식들이 올라앉습니다
더듬이를 뻗어 마른 밭을 성실히 가꾸어도
풀칠하지 못한 어린 입들이
바짝 타들어 갑니다
새벽녘, 여인은 쏜살같이 달아납니다
도시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 사이를
치받고 날아오릅니다
어렵사리 얻은 하루 치의 식량에
비행으로 헐거워진 신발은
끈이 나풀거리며 아스팔트 위 바퀴 밑으로
촘촘히 말려 들어갑니다
여인의 한쪽 날개는 동강 잘려나갑니다
무참하게도 살갗을 찢는 비명은
의수의 고무 울림통을 지나
오동 관에 닿으려 합니다
허기진 어린 자식들의 울음소리에
여인은 가까스로 끈을 입에 물고
안간힘을 다해 당겼습니다
이제 여인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봉우리를 활짝 터트린 꽃처럼
텅 빈 팔꿈치 하나의 수줍은 웃음으로
낙엽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온기가 채 식지 않은 여인의 나비 옷을 입고
단화를 꺼내 신어봅니다
어머니, 저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요
제 끈을 좀 단단히 동여매 주시겠습니까
산란한 새끼들을 등에 업고
신작로 위를 가만가만 넘나듭니다
카페 게시글
게 시 판
제 37회 죽계백일장 부별 운문 장원 수상작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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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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