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변혁하겠다고 결심한 듯하다. 어떤 연방정부 프로그램도 신성불가침이 아니며 미국의 외교적 의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관세 폭탄 대상이 된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한국에도 4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자동차에도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미국의 우방과 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자원 낭비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계엄령의 정치적 여파로 인해 2차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을 주는 데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정치적 위기에다 백악관과의 직접적 의사소통이 어려워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보인다. 수십 년 만에 보기 드문 격렬하고 전례 없는 한미관계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이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그렇다면 트럼프 씨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1차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고위 관리가 쓴 7권의 책을 분석했다. 필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본능적인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반감을 가졌던 많은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범죄라고 불렀다"고 회상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역대 최악의 무역협정으로 불렀다"고 회고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평가할 수 있는 경제 효과의 12가지 기준 목록을 가지고 있었고, 그곳에서 한국은 최악의 국가였다"고 언급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집무실에서 열린 한미 군사훈련 관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회상했다. "군사훈련은 큰 실패였다. 나는 절대로 그 훈련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50억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거기서 철수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380억 달러의 무역 손실을 본다. 철수하자"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주한미군 철수 관련 논의가 격화되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수 문제는 (재선 후) 두 번째 임기 때 우선 사항으로 삼아야 한다"고 건의했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 그래, 두 번째 임기 때"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반감은 분명하고, 이 반감은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을 예상할 수 있을까.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압박해 주한미군을 축소하려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끝낼 가능성은 있을까.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미 협상이 전방위적으로 나빠지면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미국 정부 지출의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철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을 낭비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조만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선 국내의 정치적 교착상태를 해결하고 국가안보의 진용을 정비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한국의 투자 가능성을 환영하면서도 한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고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숫자와 통계에 집착하며 개인적 경험에 따른 관점을 중시한다. 따라서 사실이 과장됐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속에서 한국은 자유무역을 하는 나라가 아니다.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을 더 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정기적인 외교 채널뿐 아니라 다른 채널에서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 가족 채널에 의한 것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