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민사회단체 “새만금신공항, 과연 필요한가?” 토론회 개최 이후
‘새만금신공항 저지 대책위원회(가)’ 구성키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이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되어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2021.6.19.완료예정)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2021.8.29.완료예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 건설 기본계획이 고시될 예정이다.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군산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전북본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전북녹색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전북도당’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앞두고 지난 4월 12일, 전북도의회 세미나실에서 전북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 정당인 등 35명이 참가하여 “새만금신공항,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날 토론회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은 ‘새만금공항 타당성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현 정부의 신공항 사업 강행으로 인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타면제 사업비를 합친 것 보다 많은 금액의 예타면제 사업이 실시되면서, 김대중 정부에서 만든 예타제도를 문재인 정부에서 무력화시키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였다. 또한 비용편익분석에서 B/C가 0.5도 안되는 결과로 토론회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라면서, 사업타당성 조사를 통해 정부 스스로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정부도 사업타당성을 부정하는 셈이고, 누가 봐도 타당성이 없는 사업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2017년 최초 조사된 항공 수요도 과다 예측되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였는데, 2019년 다시 검토한 수요 또한 역시 과다하게 예측되었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하루 2~3편 운행되는 군산공항의 경우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는데, 정부의 수요 예측은 현재의 포화를 가정한 것이 아니라 신규 수요창출을 전제로 포화를 가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공항이 운영되고 있는 광주, 전라남도, 충청남도, 대전, 세종, 충청북도까지 간접영향권으로 설정하여 수요흡수를 상정한 것 역시 과다 예측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항공 수요 변수와 새만금 개발 사업의 상황에 따라 수요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군산 공항의 수요가 3분의 1로 감소했고, 새만금이 대규모 산업단지로 개발이 활성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리고 새만금 신공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국내선 노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전국 가까이에 이미 국제선 공항이 9개나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노선만 해당하는 국제선 공항이 전북에서 폭발적 수요 증가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기존의 군산 공항도 이미 매년 3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신공항 건설로 시설 규모가 커진다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적자 공항 건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항증설 계획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 막연하고 불투명한 수요기대로 경제성도 환경성도 없는 또 하나의 적자 공항을 무턱대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선 수요의 경우 비행기 보다는 자동차 또는 KTX가 유리하고, 국제선 수요를 위해서라면 활주로 2본인 다른 공항과 비교해 볼 때 공항 건설을 하지 않고서도 여객터미널을 증설하는 대안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다면 8천억원을 쏟아부어 적자 공항이 될 것이 뻔한 새만금신공항을 건설을 할 것이 아니라, 전북과 타시도 간에 철도 등 탄소 중립에 걸맞는 육상교통체계를 보강할 것을 제안하였다.
두 번재 발제자인 이영웅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사무처장은 ‘제주 제2공항 반대 대응 활동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6년 이상 100여개가 넘는 연대 단체와 함께 신공항 사업에 대응해온 제주 도민들의 활동에는, 저가 항공사 증가로 인한 제주 관광객의 과도한 팽창으로 환경 파괴와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제주도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배경이 있었다. 초창기 공항 건설 찬성이 우세했던 도민여론이 반대여론으로 바뀐 계기에 제주의 수용력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팽창된 관광산업에 대한 도민들의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신공한 건설이 아닌 제주의 환경적·사회적 수용력을 고려한 적정 수요 산정을 요구하며 현 제주공항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수요 조차 적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대응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지정토론에는 구중서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사무국장,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이 참여하였다. 구중서 사무국장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 이후 기지의 확장과 새로운 무기체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군산미군기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신공항 부지와 1.3k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군산미군기지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제기하였다. 실제로 주한미군이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외교부, 새만금 개발청 등이 참여한 새만금 국제공항 관련 관계부처 회의에서 군산공항과 새만금 국제공항을 잇는 유도로 개설을 요구했음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과거 주한미군이 군산시에 보낸 서신들에서 미군이 신공항 부지인 새만금 서쪽에 두 번째 활주로 건설을 요청한 사실을 제시하였다. 또한 적자공항이 될 것이 뻔한 새만금 공항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미군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군 역시 추후 새만금 공항을 새로운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군사주의 팽창을 가져올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오동필 공동단장은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이 멸종위기 1급 조류인 저어새를 비롯한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알락꼬리마도요, 흰꼬리수리 등의 다양한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가 큰 지역임을 보여주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에도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도요물떼세 등의 보호종 서식지와 번식지가 포함됨을 보여주었다. 예정부지 주변인 유부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요새가 서식하고 있어 항공기와의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아 공항의 안전사고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공항 부지 공사를 위한 매립토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준설로 인한 연안습지 훼손과 준설지역의 성층화로 인한 수질악화 문제를 제기하였다. 적자공항이 될 것이 뻔한 새만금 공항을 갯벌의 가치와 바꿀 일이 아니라, 담수화계획 포기로 새만금 사업 계획이 변경된 만큼 만경강 유역의 유일한 원형 갯벌인 수라갯벌을 해수확대와 원형 갯벌 보존 계획을 통해 새만금 특유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갯벌로 복원할 것을 제안하였다.
김지은 사무국장은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가열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새만금 신공항 부지의 침수 가능성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강력한 폭우, 해일, 태풍 등의 통제할 수 없는 위험으로의 노출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기후붕괴에 직면한 전지구적 위기 속에서 공항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갯벌 매립으로 중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정부 및 전북도의 탄소중립선언과 모순되는 대규모 탄소 배출계획이며,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며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더욱 피폐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기후붕괴와 빈번해질 대규모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토건 자본가들의 배만 불릴 뿐인 침수될 공항을 건설하는데 예산을 낭비할 일이 아니라,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지역 공동체의 생태적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북시민사회단체의 대표와 활동가들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누가 봐도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며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원형 갯벌인 수라갯벌을 공항으로 개발하여 갯벌의 가치를 사장시키는 일은 오히려 지역경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에 입을 모았다. 공항으로 개발하지 않고 갯벌로 보존하여 생태관광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전북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토건사업을 무조건 환영하는 시대를 탈피하여, 얼마남지 않은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뜻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으로 ‘새만금 신공항 저지 대책위원회(가)’를 구성하기로 결의하고, 대책위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은 전북녹색연합 이세우 공동대표, 공동집행위원장은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 구중서 사무국장, 전북녹색연합 김지은 사무국장,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공동단장이 맡았다. 준비위원회는 4월까지 ‘새만금 신공항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5월 4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6월로 예정되어 있는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철회에 총력을 다하기로 결의하였다.
2021. 4. 20
새만금신공항 저지 대책위원회(가)
문의 : 구중서 010-6795-1202, 김지은 010-2760-7723, 오동필 010-7459-1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