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말씀이 오롯이 담긴 경전을 독송하며 서사(書寫)하는 공덕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금강경은 예로부터 사경경전의 제일로 꼽아왔다. 금강경에는 제불의 안목이 갖추어져 있으며, 모든 경전의 요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경을 해야 하는지 사경의식작법과 그 방법을 모르고 금강경은 그 분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불자들도 선뜻 금강경 사경을 하지 못해왔다.
이 책은 활자로 된 금강경 한 자 한 자를 바로 옆줄에 따라 쓸 수 있게 하였으며, 사경본 1권에 금강경 한 번을 사경할 수 있도록 편집하여 누구나 쉽게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경본 앞 부분에는 사경의식작법을 실었으며, 뒷 부분에는 사경에 대한 이해와 사경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사경할 수 있게 편집하였다.
사경수행에 대하여
금강경에는 제불의 안목이 갖추어져 있으며 모든 경전의 정요가 담겨 있어서 실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심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금강경의 글자 한 자에도 한량없는 비의가 담겨 있으며 한 구절의 문장 속에도 현의가 고스란하다. 이 사경을 통해 심대원고한 금강경의 사상을 투철하고 명백하게 이해할 것으로 믿어 수행법으로 채택하여 힘차게 권청하는 바이다.
1. 사경은 기도다
불자는 원을 세우고 수행해야 한다. 수행을 통해서 불보살님의 대자대비를 보고 무애위덕을 보며 무량공덕을 보아 원만과 성취와 청정의 현전을 체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수행의 힘이 사경을 함으로써 나타나고 이루어지므로 원을 세운 사경은 기도일 수밖에 없다.
①고인의 사십구재시 왕생사경기도
부모님이나 가까운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49재를 모시면서 하루 한 번씩 또는 몇 번씩이라도 정해놓고 또박또박 써내려가면 왕생의 요결이 된다. 특히 남들일 경우는 어디서든 시간이 나면 곧바로 사경할 수 있는 것이다. 사경한 것은 49재날 고인을 위해 불살라 준다.
②조상님이나 임신중절한 태아의 천도를 위한 사경기도 천도시식날을 미리 정해놓고 49일 동안이든 백일 동안이든 마음과 형편에 따라 사경을 지성껏 한다. 천도시식하는 날 함께 불살라 영가에게 공양한다.
③자식의 입시나 남편의 승진을 위한 사경기도
한 자 한자를 쓰는데 몸과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드리고 진리의 큰 은혜에 감사하면 법신문자의 대위덕으로 모든 선업이 이루어진다. 역시 기간을 정해 놓고 하루 한 번씩 또는 몇 번이라도 빠짐없이 써 내려간다. 사경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감사공양을 올린다.
④소원성취를 위한 사경기도
일체유심조다. 마음에서 이루어지면 현실에 나타난다. 법신공덕이 문자를 통해 온전히 드러나면 일체 소원이 성취된다. 소중하게 보관했다가 불전에 올린다.
2. 사경은 참회다.
사경을 하면 업장이 녹아내리며 마음이 밝아진다. 마음이 안정되어 매사에 충실하고 지혜가 빛나 성취의 위덕을 쓰게된다. 진정한 최상의 참회는 죄의 뿌리가 텅 비어 있음을 아는 것이며 청정자성을 내어 쓰는 것이다.
3. 사경은 작복(作福)이다.
복은 빌어서 생기지 않고 깨끗한 자비심으로 지어야 한다. 남에게 이익되는 일을 하되 조금도 집착하지 않으며 마치 허공에 새가 날아가도 자국이 남지 않듯이 순일무잡한 심성으로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사경은 이러한 무심의 선행작복을 이룩해준다.
4. 사경은 선(禪)이다.
사경 가운데서 일행삼매를 얻는다. 정심이 오롯하여 지극히 안정되며 안정 가운데 평화가 있으며 행복이 있는 것이다. 참 주인으로 인생을 껍데기에 속지않고 살아가게 된다. 일념을 얻으면 일체법을 얻는 것이니 어찌 앞에 열거한 일뿐이겠는가. 오직 꾸준한 사경수행을 통한 정신만이 요체 중에 요긴하리라 믿는다.
5. 사경은 경안(經眼)을 열어준다.
사경을 하므로 경문 한 자 한 자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고 문장의 뜻을 사무쳐 마침내 경의를 알게된다. 경을 읽어서 이해하는 것 보다 사경을 하면 경의 깊은 내용을 알게된다.
사경방법에 대하여
첫머리에 사경의식 작법을 자세히 시설해 놓았다. 그러나 다시 몇 가지 보충설명을 통해서 처음 사경하는 행자들에게 편익을 주고자 한다.
1. 사경을 시작할 때
사경은 깊은 정성으로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잡념이 끊어진 집중상태의 연속이다.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아야 하며 점 하나, 획 하나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옛 조상님들께서는 경문글자 한 자 쓰고 일어나서 삼배를 하거나(一字三拜) 경문 한 줄 쓰고 일어나 삼배를 하는(一行三拜) 정성을 기울였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전례를 알면서 보다 깊은 마음으로 사경에 임하자. 사경에 임할 때는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사경실이 따로 있으면 좋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조용한 방이나 서재를 사경실로 이용한다. 앞에 시설된 사경의식 작법에 따라서 차례로 진행하면 된다. 물론 사경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한 개비의 향을 피워올려 주변을 맑힌 다음 염불하고 시작한다.
2. 사경 중에 유의할 일
①글자를 틀리게 썼을 때: 틀린 글자 위에 점을 찍어놓고 제일 나중에 뒤에다 틀린 글자 를 다시 쓰지만 여기서는 바로 옆에 다시 쓰도록 한다. 지우거나 ×표를 하지 않는다.
②글자가 빠졌을 때: 맨 뒤에다 써 넣는다. 빠진 글자 위치에 끼워 넣는 표시(〈)를 한다. 여러 자가 빠진 경우에는 차례대로 표시를 하고 순서대로 쓴다.
3. 사경은 반드시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50일 사경기도나 백일 사경기도로 하고 또는 21일이나 천일도 좋을 것이다. 매일 매일 같은 시간에 사경한다. 부득이 여러 사람이 있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면 사경의식작법을 마음으로 관하여 읽고 사경을 한다. 사무실에서 사경을 하다가 손님이 오면 조용히 덮어 놓았다가 손님이 간 뒤에 다시 이어서 하면 된다. 출장시에는 비행기나 호텔에서도 하는 등 사경은 언제 어디서나 해도 좋다. 사경의식 작법을 할 수 없으면 다만 마음을 조용히 하여 잠시 염불하고 사경하면 된다.
4. 사경의 처리방법
①책으로 엮어서 집안의 가보로 삼는다.
②다른 불자에게 선물하든지 병고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③돌아가신 부모님, 조상님, 임신중절한 태아를 위하여 공양할 때는 태워드린다.
(절에가서소대) ④법당을 지을 때 중요한 기초부분에 밀폐하여 보관하거나 대들보 위에 안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