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원주의 직접 생활권에 속하는 지역이다.
거리가 가까워서 여러모로 원주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던 터라,
횡성에 있는 버스터미널도 원주를 따라 판박이처럼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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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터미널은 원주와 닮은 꼴로 30년 이상 문제없이 운영을 해왔지만
오래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여 여러 논란이 생겼고,
결국 2009년 6월에 신터미널로 시설을 옮긴 원주를 따라
2013년에 건물을 새로 짓고 옆자리로 이사를 했다.
이전까지 원주와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사를 하면서 몸집을 크게 불린 원주와는 다르게
횡성터미널은 오히려 골목길 사이로 숨어 덩치가 작아졌다.
과연, 무엇이 이 두 터미널을 다른 모습으로 갈라놓게 만들었을까.
홍천에서 횡성까지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다.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주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곳이 횡성이고,
광주-원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안 막히면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수도권 사람들이 횡성을 올 일은 많지 않다.
횡성은 아마 경기도와 붙어있는 강원도 지역 중 가장 왕래가 적은 곳일 테다.
철원부터 홍천까지는 전방 지역이어서 입대만 하면 올 확률이 높은 데다,
각 지역마다 유명한 관광지를 적어도 하나쯤은 끼고 있지만,
횡성은 공항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부대도, 관광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횡성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터미널 주변이 매우 황량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외에도 수많은 연립주택이 들어서고 도로가 정비되어
신도시와 같은 느낌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횡성이 조금이나마 개발되는 이유는 원주와 가까운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터미널 정비 사업과도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다.
40년 가까이 썼던 낡은 터미널을 부수고, 커다란 규모의 보건소를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터미널은 골목 뒷편으로 밀려나 2013년에 비슷한 규모로 새로 지어졌다.
구터미널 시절엔 이 자리는 쓰레기장이었다.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 하나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저분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터미널이 골목으로 밀려나면서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가 되고,
버스가 나오는 길 또한 신터미널과 함께 만들어졌다.
마침 대구에서 춘천으로 가는 코리아와이드 경북 차량이 터미널에서 나오고 있다.
뒤에 있는 건물, 주차장, 그리고 지금의 차량 모두 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터미널을 새로 만들면서 환경이 깨끗이 정비되고 시설은 더욱 좋아졌으나,
정작 국도와 살짝 떨어지면서 찾아오기 어렵게 바뀌었다.
또한 터미널을 옮기면 대체로 규모가 커지는 기존의 터미널들과는 달리,
횡성터미널은 이전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규모가 작아졌다.
구터미널에는 8개의 플랫폼이 있었는데 신터미널로 옮겨오면서 절반으로 줄었으며,
주차장 규모도 예전보다 약간 좁아졌다.
비슷한 신세였던 원주와 비교하면 바뀐 모습이 하늘과 땅 차이이다.
터미널 위치와 규모를 살펴보면 횡성은 구터미널이 만들어졌을 시기보다,
오히려 지금이 터미널 입지가 악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부산 등의 외지를 가는 수요의 상당 부분을 원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기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통된 경강선 KTX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광주-원주간 고속도로, 경강선 KTX가 개통될 무렵까지,
횡성의 주력 노선은 양평을 경유하는 상봉행(완행)이었다.
그나마도 원주-춘천행 및 대구, 부산, 대전행보다 횟수가 적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완행은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어드는게 순리인데,
횡성터미널 주축 노선이 완행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다.
터미널이 바뀌면서 내부는 최신식 시설로 말끔히 꾸며졌다.
조명도 없고 빛도 잘 안들어오는 어두컴컴한 구터미널보다 훨씬 나아졌다.
수요가 적으니 굳이 규모를 늘리지 않고 아담하게 지어놨으면서도,
조명 대신 채광에 의존할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벽면을 마감한 게 눈에 띈다.
덕분에 버스가 언제 들어오는 지를 따뜻한 실내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얻었으니 만사 OK이다.
기존 구형 터미널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이용객이나 관리하는 입장에선 지금이 훨씬 편리할 것이다.
구터미널이 영업을 중단한 것은 2009년이고, 지금의 건물이 문을 연 시기는 2013년이다.
즉, 지금의 건물은 문을 연지 겨우 6년 밖에 안 된 파릇파릇한 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표소의 벽면을 보면 벌써 노후화의 흔적이 스며들었다.
그간의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느껴 묘하게 어색한 기분이 든다.
빠르게 지나간 세월만큼 시간표도 많이 달라졌다.
정확히 10년 전에 찍어놓은 사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번 살펴보겠다.
현재 횡성에는 서울[동서울] 9회(직행 3, 완행 6), 대구 / 부산 12회(우등 8, 완행 4),
청주-대전 12회(직행 3, 완행 9), 춘천-홍천 44회, 원주 45회,
속초 / 경주-포항 / 울산 6회, 양구 / 대전[유성] - 전주 2회, 강릉 1회가 다닌다.
10년 전에는 서울[상봉] 10회, [동서울] 2회, 대구 15회, 부산 11회, 청주-대전 14회,
속초 / 경주-포항 / 울산 5회, 용인 6회, 강릉 4회, 충주-대전 / 유성-전주 / 양구 / 둔내 / 평창-정선 2회였다.
춘천-홍천 및 원주행은 10~20분 간격이었다.
횡성터미널은 서울행보다 대구, 부산, 대전행 숫자가 더 많다는 특이점이 있는데,
이들은 춘천, 홍천, 원주 경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횟수가 유지 혹은 증가한 경주-포항 / 울산 / 전주행도 춘천-홍천-원주 경유 노선이다.
즉 이들의 주 수요처는 춘천, 원주이고, 횡성 수요의 비중은 굉장히 미미하다.
횡성 수요에 의존하는 서울행의 경우 상봉행이 사라지고 동서울행이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이전보다 횟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으며, 직행은 여전히 하루 세 번이 전부이다.
심지어 동서울발(직행 5회)과 횡성발(직행 3회)의 직행 숫자가 다르다.
직행 횟수가 몇 없는데 그마저도 일원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굳이 왕복 횟수를 맞출 만큼 고정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외에 용인, 평창-정선, 둔내행 시외버스가 그 사이에 폐지되었으며,
강릉행도 하루 한 번에 그치는 등 사실상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종합해보면 횡성터미널은 춘천-원주 선상에 놓인 혜택으로 버스 숫자가 많은 것이지,
자체 수요로 유지되는 노선은 거의 없는 데다 이마저도 쇠퇴 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횡성에 자체적인 터미널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횡성 사람들의 상당수는 원주에서 버스를 이용하거나 새로 뚫린 횡성역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은 오히려 시외버스보다 농어촌버스의 비중이 더 높을 지도 모른다.
횡성 곳곳으로 가는 모든 농어촌버스가 여기서 집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이 대다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시골의 특성상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횡성의 대표 회사 중 하나였던 동신운수가 횡성에서 아예 손을 떼고,
서석 및 둔내로 가는 단거리 시외버스가 폐지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시간표를 보니 원주와의 차이가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당연히 짐작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왜 비슷한 규모에서 출발했으면서 이렇게까지 모습이 달라졌는지 설명할 길이 부족했다.
그러나 상세한 시간표를 보는 순간,
횡성터미널이 왜 작아졌으며 원래 자리에서 밀려났는 지 자세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금강고속, 강원진흥고속, 코리아와이드 경북, 명성교통 등등
수많은 버스업체가 터미널에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다.
그러나 춘천-원주 가도에 놓인 지리적 이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분주히 버스가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조그마한 주차장 일부는 이미 택시와 몇몇 자동차가 점령한 상태고,
드나드는 버스보다 찾는 사람의 수가 적은 듯이 보였다.
게다가 터미널 직원이 고객보다 많았던 건 어떤 이유에서도 핑계가 될 수 없다.
짧게 스쳤던 횡성에서의 인연은 많은 생각을 스치게 만들었다.
기껏 지어놓고 썰렁한 지금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과거 사람이 가장 많았던 리즈 시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차량이 드나들었을까,
그때는 얼마나 많은 노선이 있었을까, 지금은 없는 버스회사는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 보고 싶은 이야기가 횡성에는 너무도 많이 숨겨져 있다.
알지 못했던 스토리를 재미나게 풀어헤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라면서,
횡성에서의 짧은 만남은 이것으로 끝을 냈다.
첫댓글 원주나 춘천에 버스노선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횡성 출발 노선은 동서울 밖에 없고 그나마도 운행횟수가 적은 것을 보면 자체적인 장거리 버스 수요는 거의 없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겠네요. 원주에서 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판단되면 횡성에서 철수할 업체는 없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새 시설에 아담하고 좋은 모습으로 터미널이 들어섰는데 그 이면에 보이는 현실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횡성이 인구 대비, 거리 대비 서울행 노선이 매우 적은 곳이죠. 그래도 춘천-원주 완행 경로에 놓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글과 사진 잘 읽었습니다.^^
횡성터미널은 제가 한 달에 한번씩은 방문하는 터미널 입니다.(아버지가 정년퇴직 하시고 횡성에 계십니다.)
집이 울산이라 저 혼자 또는 어머니랑 주말에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도 강원도 분이시라 저 또한 원주&횡성에 많은 애착이 갑니다.
말씀하신대로 지금 터미널이 아닌 구 터미널 생각도나고, 구 터미널 운영이 어려워지자 현터미널 운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도 기억합니다.
제가 본 횡성터미널의 대부분 승객들은 원주 및 춘천 승객이고,
지방승객 (서 북대구, 경주, 포항, 울산) 승객들은 없을때가 훨씬 많습니다.ㅠㅠ
이대로 가다간 지방노선이 없어 질 것같아 방문 할 때마다 설레면서도 안타까운 터미널 입니다.
꾸준히 부모님 댁에 방문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횡성에 대한 많은 추억이 있으시겠네요. 바로 가는 노선이 있어서 참 다행인데, 대부분이 춘천 또는 원주 가는 수요라 없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다만 횡성에서 지방 노선이 없어진다는 건 원주행 시외버스가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하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아요~
실제 횡성읍 이웃 마을인 공근은 남쪽으로 가는 시외버스 승객이 거의 없다보니 작년에 통과로 바뀌었지요. 하지만 홍천 출발 입장에서는 횡성 승객이 없으면 소요 시간이 10분 정도 짧아지니 내리거나 타는 승객이 없기를 은근히 바라기는 합니다.
터미널 내부에서 밖을볼수 있는점이
무척 좋네요.
크게 지어놓고 냉,난방도 제대로 못하는것보다 실용적이구요.
그나저나 속초요금이 대구와 비슷하네요.
국도요금을 적용하는건지?
중간경유지는 안써놨는데 운행경로도
궁금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횡성ㅡ홍천ㅡ인제ㅡ원통 경유일듯 싶은데 맞는지 몰것네요. 계~~속 국도이다보니비싸나봅니다.
속초ㅡ 유성 5시간탄적있는데 횡성경유할때 저 코스로오더군요
터미널을 수요에 맞으면서도 실용적으로 지어놔서 참 편리해보이죠 ^^
속초행은 원주 - 횡성 - 홍천 - 원통 - 속초까지 전구간 국도를 탑니다. 그래서 요금이 비싼 것 같아요~
@ph23 요금표에 적힌대로 인제,원통경유가 맞나보네요.
횡성~속초는 전주~유성~원주~횡성~홍천~속초 노선입니다. 원주~속초를 국도로 가다보니 요금이 엄청나긴 하겟죠 -_- 강원 관내나 충북 관내 노선들 요금보면 거리대비 엄청난 요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춘천~원주 운행중인 노선의 중간경유지 역할이라 자체 착발노선이 전무하긴 합니다.
그외에도 횡성읍과 타지역(둔내,안흥)이 의외로 먼 거리라 수요를 집중시킬 수 없는 점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횡성군 전역에서 모이는 집결지이니 그것만 해도 의미가 큰것 같습니다. 10-15분 간격으로 다니는 2번 시내버스만 아니어도 지금보다 노선이 훨씬 풍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근 군이라서 관심이 많은 곳 중의 하나인데 쓰신 글 잘 보았습니다. 횡성은 홍천과는 달리 읍내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1. 현재 횡성에서 볼 수 있는 코리아와이드 경북은 춘천-홍천-횡성-부산동부 노선뿐입니다. 대구 노선 공배 회사 중 하나인 코리아와이드 경북→코리아와이드 대성→KD로 작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부산행은 원주 경유 안합니다. 바로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2. 터미널 건물은 작으면서도 외부 채광이 되고 앉아서 버스가 오는 걸 볼 수 있어서 매우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터미널과는 달리 자동발매기는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지요.
3. 횡성-동서울 무정차는 2년 전에 생겼습니다. 그전에는 모두 완행 노선이었고 회수도 7회뿐이었습니다. 아마도 KTX를 의식해서 조정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국도 경유의 사악한 요금은 바뀌지 않았지요. 원주 가서 갈아타는게 약간 저렴하지요.
4. 둔내는 횡성군이어서 모두 농어촌버스로 대체되었지요. 과거 시외버스일 때에는 극악의 요금이었는데 농어촌버스에 단일 요금이 되면서 시외버스가 남는다고 해도 탈 사람은 많지 않겠죠. 서석 행이 없어진 건 안타깝습니다.
5. 횡성 자체가 강릉과 오가는 수요가 적고(강원도는 영서와 영동 교류가 많지 않습니다) 횡성휴게소나 원주 우산동에서 고속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원주시내버스 2번이 수시로 오가지만 원주-횡성 간의 시외버스도 승객이 많습니다. 원주에서 홍천으로 오면 원주에서는 거의 만석으로 탔다고 승객이 많아 보이는데 대부분이 횡성에서 내리지요.
@일인승무 대구 노선이 KD로 넘어갔었군요.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동발매기가 없다는 건 갔을 때 의아했던 부분이었는데 정작 글을 쓸땐 잊고있었네요 ㅎㅎ 그동안 횡성에 왜 무정차 서울 노선이 없을까 궁금했었는데, 늦게나마 생겨서 다행입니다. 횡성이 원주 영향력이 강하다보니 시외버스, 시내버스 가리지 않고 수요가 많나봅니다. 상세하고 알찬 말씀 댓글로 길게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