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차려진 것 같은 적이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난 결심을 하는 것이 내 손으로 직접 장을 담가보자 몇 번을 국기에 대한 맹세보다 더 쎄게 결심을 했건만 남편의 말대로 콩들이 지덜이 알아서 항아리에 들어가지 않는 한 절대 못 담글거라고 늘상 하는 잔소리덕에 여지껏 된장동냥으로 살았다.진짜 뭔 대책을 세우기는 해야 하는데 생각만 굴뚝같은 건 이 된장만들기가 여간해 선 잘 담그기가 나에겐 밤 하늘에 매달린 별세기와 똑같다고 주장하고 싶다.
나에겐 외삼춘이 셋이나 된다. 친 삼춘은 소식을 모르고 다행이 외삼춘들이 셋이나 되시고 사시는 곳도 사방팔방에 곳곳에서 사시니 여름이면 해변에 사시는 외삼춘 집에 피서 겸 자주 놀러 간다. 문제는 이 외삼촌이 아직 농촌 총각이시다. 혼자 사시니 더구나 나보다 반찬걱정은 배가 될터인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고추장이며 된장을 곧 잘 담그시는 것이다. 어휴~~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아서 어떻게 그럴 수 있으시냐고 여쭤보고 싶은데. 내 대답에 분명히 그러니까 너두 담가먹어라? 이러실까 봐 아직 질문을 못 드려었다. 사시는 곳도 누가 오래 된 집을 관리차원으로 살아만 주세요 사정해서 세도 안내고 살아만 주는 그 집이 한 백년 넘은 고택처럼 너른 대청마루도 마당도 키가 큰 목련나무도 있었는데. 내가 좀 고밍쥐처럼 이 구석 저 구석을 잘 뒤져보고 다닌다.
뒤란에 보니 전에 주인이 쓰던 항아리들이 엎어져 있고 함지박으로 뚜껑처럼 모자를 씌운 장단지들을 보니 어디 된장파는 너른 고택에 여행 온 기분이엇다. 그래도 한 번은 뚜껑을 열고 싶어 몇 개의 항아리를 열어 봤는데. 세 번째인가 네 번째에 오래 된 된장인지 시커멓게 그대로 담긴 항아리를 발견한 것이다. 너무 오래 되어서 폭삭 삭은 게 아닐까 집게 손가락으로 겉으론 쩍쩍 갈라진 피부를 제치고 속을 후벼 파서 맛을 봤는데.
오우..이 맛이여! 어머나 이게 횡재라는 거다! 그 한 단지를 몽땅 들고 오고 싶은데 삼춘에게 말씀을 드리니 항아리만 놔두고 봉지에 덜어서 퍼 가란다.
" 삼춘 이거 몇 년 된 것 같아요?" 된장이 시커멓게 변 할 정도면 넉넉 잡고 한 십년은 될 것 같기도 하고 했더니
삼춘이 그러신다. 아무튼 이 집에서 사람이 안 살은 건 한 이 십년이 다 되었단다.
그럼 저 된장 나이가 몇 살이라는 거여? 나도 유통기한이 괜히 걱정되가도 하고 맛을 보니 진짜 제 맛이 들어 그 오묘한 맛에 고개가 갸우뚱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젤 좋아하는 강된장을 만들려고 보니 그 구수한 냄새가 사람 속 환장하게 하네. 내가 된장을 잘 못 담그는 것을 외삼춘 집주인이 먼 천리안으로 나 먹을 된장을 미리 준비해서 담근 것이 아닐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면서 강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몇 칠 먹을만큼 풋고추도 찍어서 먹어야 하고 상추쌈도 싸먹어야 하고 여름엔 땀을 많이 흘려 입맛도 밥 맛 없을 땐 강된장 한 숟갈에 밥 비벼 먹을려면 넉넉하게 밥주걱으로 다 섯번 푸고 거기다가 물을 된장보다 적은 양을 붓는데. 사실은 이 물 대신 쌀뜨물을 넣으면 더 좋다. 그렇게 뜨거운 기운에 된장이 풀어지면 요즘 논두렁에 멋모르고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우렁 몇 마리 잡아서 껍질까고 연한 것들을 박박 씻어 냉동보관 했던 것을 넣고 , 햇마늘도 통째로 한 주먹 넣고.,조미료 맛에 길들어진 혀를 위해서 멸칫가루도 한 숟갈 넣고 매운 풋고추를 두 개만 가위로 짤라서 넣으며 휘휘 저어 일단 가스불에 볶으면 강된장이 완성된다.
된장 애길 하다가 하나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울엄마가 나보고 늘 그러셨는데..
사람은 뭐니 뭐니해도 오래 오래 살아서 착하게 착하게 살아야 하는디. 그럴려면 니 된장 많이 먹어여 한다이. 그래야 간강하게 오래 살지.
첫댓글 그럼 그렇고 말고요 ! 옛날에 배 아프다며 찬물 한그릇에 된장 풀어서 끌걱 끌걱 마시게 한때가 생각나요. 요즘에 입맛 없을때 시원한 찬물 한그릇 에 밥한그릇 말아서 풋고추 아삭아삭 된장 찍으며 잡으려 갈시간도 없이 목구멍에 넘어가고 없씨유,히 히,여름 밥맛 없을때 시도해 보슈 시조생각에 웃음이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