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뭏튼 민중의 생존권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과제는 지역에서 실천활동과 꾸준히 전개되어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수차 알려드린대로 갑추위 주최의 송년회가 잡혔습니다. 위치는 본오동과 사동사이의 한국통신이 있고 삼거리 건너편에 철로(한양대역과 상록수역 고가철길)가 있고 사동쪽에 1층에는 타이어 판매점이고 2층에 큰글씨로 대가미(大家味)라고 써 있는 집입니다.
송년회를 통해 지역에서 잘 만나지 못했던 분들과 또 분회별로 모여왔던 우리 갑지역의 당원들이 함께 하면서 앞으로의 발전을 일구는 자리로 많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여러분께 드리는 초대장입니다.
송년회 초대
님이 보고 싶습니다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데에서 먹고 자는 이땅의 민중들의 기막힌 현실과
신자유주의와 미사일로 세계를 기아와 전쟁으로 몰아 넣고 있는 미국의 횡포를 접하는 한 이땅의 풀 한포기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민중들의 피를 토하는 절규는 우리의 투쟁이 되어 오늘도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용광로가 됩니다.
꿈은 삶의 에너지라고 말들 합니다.
우리도 평등세상,더불어 사는 세상을 민중의 힘으로 만들어 간다는 꿈이 있기에 가시밭길을 동지와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님!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삶의 현장 그리고 투쟁의 현장에서 당당하게 살아오신 동지를
만나 뵙고 싶습니다.
동지의 무용담도 좋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수필같은 이야기도 듣고 싶고
동지의 투박한 손에 들린 소주잔에 마음을 담아 동지애를 따르고 싶습니다.
님!
우리 만나서 옛언약 되새기면서 " 철의 노동자" " 삼천만 잠들었을때..
나 태어나 이 강산에.."을 불러 보기로 합시다.
님은 동지이며 진보정당의 조직자체이자 바로 전망입니다.
꼭 참석하셔서 전망을 꿈을 힘차게 열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님의 심부름꾼 민주노동당 안산갑 추진위원회 구고암 드림
일시: 12월 14일 (금) 늦은 7시 30분
장소: 대가미 (상록수역 근처 한국통신 앞)
회비 : 1만원
1. 12. 18일 7시 성포동에서 정치실천 활동 전개
성포동 아파트 주변과 통행이 많은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우리당이 벌이고 있는 판공비 공개 활동과 참여예산제에 대하여 선전홍보전을 가질 예정입니다.
성포동 분회원 여러분과 또 타분회에서도 많은 참석 바랍니다.
2. 일동분회 선거기획단 꾸려
3. 15-16 전국 분회장 수련회
제2차 전국분회장수련회에 전국의 분회장님들을 모십니다 !!!
1. 명칭 : '2002 양대선거 승리와 분회의 강화를 위한 제2차 전국분회장수련회
2. 일시 : 2001년 12월 15일(토) 오후 2시 ∼ 12월 16일 오전 12시
3. 장소 : 충청남도 금산읍 일월유스호스텔
(행사장 전화: 041-751-1111-5, 홈페이지 : www.ilwolyh.com)
4. 참가자 : 400명 예상(분회장, 분회준비주체, 열성활동가 전원)
5. 참가비 : 1만5천원 (예상 - 변경될 수 있음)
<<제안취지>>
우리 당은 지난 2000년 10월에 약 250여명의 분회장 및 열성활동가들이 모여 <제1차 전국분회장수련회>를 개최하고, 지구당을 내용적으로 강화해들어가며, 일상적으로 지역주민정치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틀로써 '분회'를 건설하고 강화하자는 중대한 결의를 하였습니다. 16000 당원이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대중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갈 수 있는 조직적 무기로서 '분회'라는 조직방침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미 분회가 지구당의 기층조직으로 분명하게 위치지워지면서 모범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있으며, 지구당체계로의 개편에 조직역량을 집중시키면서 '있던' 분회가 '없어진' 곳도 있습니다. 또한 내년 선거를 준비하면서 의욕적으로 분회를 재정비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번에 개최하게 될 전국분회장수련회는 분회의 '현재적 상황과 조건'을 한편으로 고려하고,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이라는 엄청난 조직역량이 소요되는 시기에 분회가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계획을 또측면으로 고려하면서 열리는 수련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리는 <제2차 전국분회장수련회>는
첫째, '분회의 재정비와 전진'을 결의하는 수련회가 될 것입니다. <전국분회장수련회>를 준비하는 1달여의 기간동안 각 지구당에서는 분회장들을 다시 세우고 분회체계를 개편하는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정비된 분회장들이 전국분회장수련회에 참석하여 향후 분회의 나아갈 바를 고민하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내년 선거시기 '분회'는 우리 당의 선거조직전략에서 핵심적인 구성부분을 점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당의 촉수로서, 우리 당의 최전방 조직으로서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선거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일선부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2차 전국분회장수련회의 핵심주제는 '2002년 양대선거에서 분회는 어떠한 정치활동을 전개할 것인가?' 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답변을 모색하는 대회가 될 것입니다.
전국의 분회장님들과 분회 준비주체 및 당의 열성활동가들은 하나같이 제2차 전국분회장수련회를 같이 준비하고, 참여하여 2002년을 대비하는 대회로 위치지워질 수 있도록 투쟁합시다. <끝>
4. 브라질의 참여예산제와 예산참여운동의 의의
예산참여운동은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1989년부터 브라질노동자당에 의해서 10년이 넘게 실천하고 있는 참여예산제의 한국식 표현이다. 포르투알레그레시의 경우 시의회에서 법제화된 것은 아니지만 시정부를 장악한 브라질노동자당가 그 집행력을바탕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방정부에 의해서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운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것이다.
브라질노동자당은 매우 이질적인 집단들이 당에 결합해 있어서인지, 특정한 이념보다는 당내 민주주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브라질노동자당은 누클레오와 2단계 전당대회로 이뤄지는 당내 민주주의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의해 예산을 통제하는 시스템인 참여예산제를 개발하였다. 브라질노동자당은 1988년 지방선거에서 다수의 시정부를 장악하게 되자 참여예산제를 이듬해부터 실시하였고, 히오그란데두술주의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특히 성공적으로 발전하였다
브라질 정치에서 지방권력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라고 하는 두 개의 선출단위로 나뉘어 있다.
브라질에서 공공예산은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의 세 가지 수준에서 편성된다. 시정부는 세입과 세출을 결정하는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세입은 지방세와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의 이전수입으로 이뤄져 있고, 세출은 크게 인건비, 공공서비스, 사업 및 시설투자비로 이뤄져 있다. 시정부의 상대적 자율성은 주로 세 번째 세출 영역에서 나타난다. 예산은 수행할 사업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없고, 지출 한계만 설정해 주면 되기 때문에 집행부는 충분한 재량권을 갖고 예산을 집행한다.
1) 기본원칙
참여예산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자체 정부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이러한 참여의 통로가 되는 기구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기구의 구성과 운영 과정은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따르고 있다.
첫째, 모든 시민에게는 참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단체는 특별한 지위나 권리가 없다.
둘째, 참여기구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결정한 내부규칙에 의해 운영되고, 의사결정은 직접 민주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셋째, 투자자원은 일반기준(잠여기구에 의해 제정된 실질적인 기준)과 전문기준(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의 법률 규정과 기술적, 경제적 실행가능성)을 조합한 객관적인 방법에 따라 배분된다.
2) 참여기구들
참여예산제를 실시하기 브라질에서 만들어졌던 기구나 조직은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시민들의 토론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행정단위로서 기획실, 협력조정관, 지역조정관, 의제조정관, 자치행정센터등이다. 특히 협력조정관과 기획실의 역할이 중요한데 협력조정관은 직접적으로, 혹은 지역조정관들과 의제조정관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시정부와 시민·지역단체들을 중재한 기관이다. 그리고 총회와 각종 회의를 지원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기획실은 협력조정관과 조정기능을 공유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일반기준과 전문기준을 통해서 실행가능한 시정부의 집행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는 시정부에 대해 자율적인 단체들로 주로 지역에 기반해 구성되어 있는데, 시민참여와 우선순위 결정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매개기능을 한다. 이들은 자율적 구조로 조직화 가능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는 앞의 둘 사이에서 중재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고안된 기구들이다. 예산평의회, 지역별 총회, 지역별 대의원 포럼, 의제별 총회, 의제별 대의원 포럼 등이 그것인데 참여예산제의 공식적인 중심기구이다.
3) 참여과정
참여예산제는 지역별 총회 및 의제별 총회, 대의원 포럼, 평의회를 그 축으로 하고 있다. 16개 지역과 6개 의제별로 2차에 걸쳐 총회가 열리고, 총회의 목표는 세 가지이다. 지역별·의제별 요구를 수렴하는 것, 대의원과 평의원을 선출하는 것, 집행부의 업무수행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평의회와 시민 사이의 매개 기능을 하고 요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예산의 집행을 감시한다. 평의원들은 요구의 우선순위와 자원의 배분을 총괄하는 일반기준을 결정하고 집행부가 제출한 투자계획을 심의한다.
3월과 4월에 걸쳐 지역별로 그리고 의제별로 1회씩 개최되는 제1차 총회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집행부가 전년도 투자계획을 보고하고 금년도 계획을 설명하는 것, 시민과 집행부가 전년도 계획을 평가하는 것, 대의원 포럼에 파견할 대의원을 참석자 10명당 1며으이 비율로 선출하는 것이다. 지역별 총회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지역주민만 표결권이 있다.
예산참여운동의 의의
포르투알레그레시의 '참여예산제'에서 보여지듯이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예산참여운동이란 이러한 참여예산제의 법제화 여부와 상관없이 범시민적으로 지자체와 정부의 예산의 수립과 집행에 대하여 시민들과 함체 예산참여 운동을 벌여나가며 시민의 참여를 일구어 내고 이들의 요구를 결집하여 예산에 반영시켜 나가는 운동이다.
이러한 예산참여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지방정치 차원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여 직접민주주의가 일정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에서 분명히 실현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직접민주주의가 예산참여운동이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목적이며 모든 사업의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할 것이다.
더딘 발걸음, 넓어진 기반
이재영(민주노동당 정책국장)
2001년은 진보정당에게 있어 유례가 없는 한 해였다. 2001년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만한 해로 기록되지 못할 것임에도, '유례가 없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말 그대로 진보정당이 경험해보지 못한 바, 즉 선거가 없는 최초의 해였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십여 년 또는 80년대 이래의 진보정당사를 뒤돌아 보면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는데, 모든 진보정당과 정치단체들이 선거 직전에 결성되고 선거 직후에 해소되었다는 점은 가장 두드려지는 공통점이다. 요컨대 민주노동당은 선거 후에 존속한 첫 진보정당이었고, 지난 한 해는 일상시기와 진보정당이 공존한 첫 시기였다.
1. 어디에 힘을 쏟을 것인가? 우연적 성공
운동권의 고질적인 악습에 따르자면 유인물 몇 장 뿌린 것을 '대국민 선전'이라 강변하고, 집회 참석 정도를 두고 '위력적인 투쟁'이 어쩌고 아전인수하기 마련이지만, 집권을 논하는 정당에서 자족과 허장성세의 평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릇 사업이란 특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따라 평가할 수 있겠는데,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는 국민인지도의 상승, 정책 지지도의 상승과 관철 정도, 공직 선거에서의 성패, 당원과 조직의 확대 따위가 그 기준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자면, 민주노동당의 2001년 사업 중 성공적이라 자평할 수 있는 것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운동 뿐이다. 10월 23일까지 10개 중앙일간지에 민주노동당이 보도된 기사는 386건인데, '상가임대차'는 무려 204건에 이른다. 정당의 제 역할이라 할 사회적 의제 설정과 당론의 확산에 성공한 유일한 경우라는 말이다.
이에 비해 '의료보험료, 전월세 인상 등에 대한 대응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같은 사업은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당명부제 등 정치관계법 개정' 같은 사업은 시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식 확정된 대국민 사업 17가지의 상당 부분이 이처럼 유실돼 갔다.
이런 결과를 낳은 가장 큰 원인은 능력이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모든 계급·계층과 각 부문 단체의 요구를 모두 끌어 안는 식으로 사업을 나열하고, 그나마의 사업마저 '여론주도층 대상의 선전'이나 '사업 추진 주체의 건설'처럼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및 미군 철수' 식으로 장기 과제를 되풀이하는 사업 설정 방식에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업 계획이 그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설정되었다 할지라도 사업 추진 단계에서 선후와 경중을 따졌어야 마땅하지만, 그런 노력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내내 각 부서와 각급 조직은 제 입맛에 맞는 사업들을 제각각 추진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운동의 유의미성이야 반론이 없겠지만, 그것이 17개 사업 중 단연 앞서 나가야 한다거나 민주노동당에게 가장 절실하다는 판단은 있었던 적이 없다. 다만, 그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의 적극성과 능력이 객관상황에 부합한 결과일 따름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운동은 1만여 건에 이르는 상담이 웅변하듯이 민주노동당의 지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였다. 그러나 그 사업만이 성공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판단력과 추진력을 채 갖추지 못했고, 선거가 없어 능동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한 해이자 양대 선거에 대비한 준비기를 별 소득 없이 허비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동당은 '당이 빠질 수 있나' 하는 체면치레와 '거들어야지' 하는 봉건적 두레의식, '거부할 수 없는데' 하는 당위에 끌려 다니며 그나마의 재정과 인력, 무엇보다도 당이 발전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것은 당이 냉정한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노동계급의 선진부대가 아니라, 유교적인 재야운동·급진적 민족주의·기껏해야 생디칼리즘을 넘지 못하는 노동운동 - 부르주아 사회의 잔재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이재영, [새로운 당적 지도중심 세우자], {진보정치}, 2000. 6. 9.)
2. 김대중 퇴진? 감성의 승리
민주노동당의 사업이 이처럼 핵심과제와 중심고리를 잃은 것은 1년 사업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 특히 '김대중 정권 퇴진'에 대한 방침이 깔끔히 정리되지 못함에 따라 사업의 채택과 집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김대중 퇴진'이라는 구호 또는 노선의 근원지는 단연 민주노총이다. 야만적인 정리해고에 더 해 하반기에는 수장까지 빼앗긴 민주노총의 선택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김대중 퇴진'이 논란을 빚은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였다.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에 대한 내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3월에 있었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사업계획 심의에 '김대중 퇴진'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주로 민주노총 소속의 중앙위원들이 제 각각의 해석을 하며 찬반을 논했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압도적인 표차로 퇴진안을 부결시켰다. 그리고 원안인 '불신임투표의 추진' 역시 부결되어, 민주노동당의 사업은 목표를 상실한 채 부동(浮動)한다. 이에 적지 않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섭섭함을 토로했고, 자칭 좌익단체들은 민주노동당의 타협성을 비난했다.
'퇴진'을 직접적인 행동목표로 삼든, 선전슬로건으로 채택하든 그 전술의 타당성과 가능성은 전무하다.
먼저 김대중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안의 일부 세력은 김대중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퇴진'에 반대하였다. 한편 더 많은 사람들은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성에 더욱 주목하면서도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정권 퇴진은 신정권의 창출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수반한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권을 대체할 정치세력은 누구인가? 그 정치세력의 성격은 어떠하고, 새 정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설혹, 정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한나라당까지 배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 세력이 연합집권하는 것이 타당하거나 무정부 상태를 감수할 수 있는가? 정치적 태도로부터 아무 매개 없이 전술을 추출하는 무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김대중 정권 퇴진이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너무도 쉽게 드러난다.
둘째, 김대중 정권을 퇴진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심지어 선전슬로건일지라도 특정한 정치슬로건의 선전은 가시적인 미래(이 경우에는 내년 대선 전)에 그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때에 주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만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선전슬로건은 행동슬로건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행동슬로건에 선행하는 것일 따름이다. 정권 퇴진은커녕 조직 보호마저도 급급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물론, 김대중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반대가 폭넓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이지 결코 정권의 진퇴에 관련한 반대가 아니다. 즉, 국민들은 군사정권과는 달리 합법적 절차를 거친 김대중 집권기에 정권 퇴진이라는 초헌적(超憲的)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우리는 그를 극복할 정당성·선전력·조직력·물리력 중 어느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떠한 정치적 상상력도 자명한 사실을 초월하지는 못한다.
김대중 퇴진에 관련한 논의의 가장 커다란 맹점은 그 주체에 대한 사고가 완전히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퇴진 투쟁의 주체는 누구이며, 수권의 주체는 누구인가? 87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정권의 향배는 아무리 격렬하고 폭넓을지라도 사회세력 사이에서 다투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돼 있는 정치세력의 결집과 준비 정도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힘이 종속 변수에 지나지 않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정치적인 것으로 전환·결집시키는 과정에 이제야 착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정권을 운위하는 것은 진보정치운동의 발전을 방해하는 무정부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거나, 개연성 없는 허상과 우연에 기대하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김대중 퇴진'이 논 역할은 과학이어야 하는 전술을 분노의 언술로 대체시킴으로써 우리 대오와 사업을 교란시킨 데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선악(善惡)의 분별과 호오(好惡)의 표현에 자족하는 유아적 태도를 익히 알고 있다. 멀리 이승복 어린이가 그러하였고, 근래에는 한총련이라는 학생들이 매년 되풀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과학적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운동은 감성과 당위가 아니라, 이성과 필연의 대지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
3. 작은 후퇴와 작은 진전
지난 10월의 재보궐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지위에 악영향을 미친 한 계기였다. 조직력이 약한 서울 두 곳에서의 득표 저조를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지난 총선 당시 서울에서의 득표나 평소 지지율보다도 낮은 득표를 간과해서도 안 되겠다. 어쨌거나 재보궐선거 결과는 내외에 민주노동당이 서 있는 위치를 냉정히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다.
재보궐선거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선거에 이기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왜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는 가운데서도 필패의 길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과 그 전신 조직이 이전에 내놓은 대선과 총선 평가는, 선거가 지역에서의 수공업적이고 물리적인 노력이 아니라, 중앙 차원의 '정치활동'에 의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번 재보선 역시 그러한 상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대부분의 중앙당 간부를 지구당 선거운동원으로 파견하여 평소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앙 정치활동'의 공백을 자초하고 만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여전히, 머리와 입이 할 역할을 손발의 부지런함으로 벌충코자 하는 아마츄어리즘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 정치활동의 부재나 선거에서의 부진은 민주노동당의 점진적인 당세 확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초 1만 명을 조금 상회하던 당원은 지속적으로 늘어 2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광역지부-지구당 체제로의 개편과 조직 확대 목표는 상당히 달성되었다. 아울러 전국연합 등을 합류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한국노총, 전농 같은 주요 대중조직의 합류 결정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정치세력화에 문맹이던 여러 사회단체들에게서 긍정적인 의사를 이끌어 낸 것은 '재창당'이라는 목표가 다소 늦게나마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지지부진한 사업에도 불구하고, 기반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인데, 아직껏 민주노동당은 정치활동의 성과로서 국민들에 의해 내포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 포섭했어야 하는 세력의 지연 합류에 의해 외연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여전히, 본격적인 정치활동보다는 그를 준비하는 내부 정비 단계에 상당기간 머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4. 남은 문제
87년 대통령선거에서 2등 한 김영삼은 92년에, 3등 한 김대중은 97년에 대통령이 되었고, 4등 한 김종필은 십 수년 동안 맹위를 떨쳤다. 내년 대통령선거는 87년에 출마했던 인사들이 모두 물러나고 신진 정치세력들이 자웅을 겨루는 첫 기회이며, 87년과 마찬가지로 향후 10년 이상의 우리 사회를 규정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얼마만큼의 위세를 과시하느냐는 우리 노동자와 민중의 삶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판단하는 선행지수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는 민주노동당의 명운을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양대 선거의 특성상 대패나 신승이 아니라, 점진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 가능한 것은 더 많지만 광역시도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확대이고, 대통령선거의 최대 목표 역시 득표 증대의 효과일 뿐이다.
즉, 내년 양대 선거의 성과는 2004년의 총선에서야 질적 비약으로 전화되어 나타날 것이다.
내년의 점진을 2004년의 약진으로 열매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1997년으로부터 비롯된 민주노동당의 1단계를 대선 후 평가 마감하고,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단계를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과제. 둘째, 2000년 총선의 울산북구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비정치적인 혼란을 극복하고, 민주노동당을 수권을 향해 용의주도하고 일사분란하게 전진하는 '당'으로 확립하는 과제.
민주노동당의 2001년 사업은 당과 그 주변의 조직들이 명확히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펴기보다는 객관상황과 자생적·돌출적 요소들에 굴종하는 구래의 행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숨김없이 보여 준다.
87년으로부터 시작된 모든 운동 역량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민주노동당의 각급 조직과 당원은 그 시기에 훈련받았고, 그 시기의 감성과 관성에 의존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87년의 소부르주아적 열정, 경직된 노동자주의, 민족민주운동의 잔재들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그러나 30년이나 맹위를 떨치던 개발독재가 변화된 현실 앞에서 한 순간에 몰락했던 것처럼 우리의 재산들 역시 부실하기 그지없다.
민주노동당이 미래를 개척코자 하는 진보정당이라면 과거의 유산들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계급 이익을 여러 정치적 언술로 왜곡하거나 미화하던 한국 정치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 노골적인 계급 이익이 벌거벗고 부딪히게 될 정상화된 한국 정치는 지금껏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 사회주의 정치운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은 축적적 보완이 필요한 정상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진화가 아닌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재영,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성숙과 노동계급 정치의 지연], {이론과 실천}, 200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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