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500원 ! 아빠 1,000원만 !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이 학교 끝나면
' 학교 다녀왔습니다 ~ 아 ~ '
건성으로 인사를 하며 무작정 사무실로 쳐들어와서는 손을 내밀며 하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비몽사몽중에 몇 숟가락 먹고 시간 맞춰 책가방 메고 씩씩하게 학교로 향하는 아들녀석이 귀엽고 대견하고... 학교를 다녀와서도 영어회화학원 바둑교실 태권도... 힘들기도 하련만 콧노래 흥얼거리며 빡빡한 하루스케쥴(?) 을 무리없이 소화 해 내는것이 기특해서 500원 달라고 하면 1,000원주고 1,000원 달라면 보너스로 500원 더해서 1,500원주고...
사무실에 놀러왔던 친구 녀석이 내 그런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 늦둥이 라서 귀엽겠지만 잘못된 거 아녀? "
" 뭐가 잘못 됐다는거여 ? 내 이쁜 아들 내가 벌어서 용돈 주는디 뭐가 잘못됐남? "
친구 녀석이 투덜대며
" 그려도 교육상 그러면 안되는디.... "
저녁에 곤히 잠든 아들녀석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본다.
" 맞어 ! 그 친구는 나보다 키도 적고 배도 덜 나오고 나보다 훨씬 못 생겼고 ㅋㅋㅋ 주량도 나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려도 작년에 아들녀석 대학교 보냈으니께 자녀교육은 나보다 한 수 위여 ! "
그렇다고 용돈을 안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며칠을 생각, 고민, 심사숙고 끝에 언젠가 문방구에서 봤던[ 용돈기입장 ] 을 생각해 냈다.
용돈기입장이 뭐냐구요? 집에서 쓰는 가계부, 회사에서 쓰는 금전 출납부의 초등학생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구먼유
아들녀석 하고 무릎을 맞대고 앉아 부자회담을 개최했다.
가족모두 모인자리에서( 다 모여봐야 3명 이지만..) 합의문도 발표했다.
- 합의문 -
1. 용돈은 일 주일 단위로 매주 토요일에 지급한다. 2. 하루에 500원씩 계산하여 주 3,500원으로 한다. 3. 용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주현준의 자유이며 아빠 엄마는 간섭하지 않는다. 단, 어떤 용도에 썼는지를 용돈기입장에 꼭 정직하게 기록하여야 하며 기록되지않은 금액만큼 다음 주 용돈을 감액한다. 4..... 5.....
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용돈 지급일 ! 빳빳한 새 돈3,000원을 준비해 두었다가 세금도 공제하지 않고 깨끗한 봉투에 넣어 주었다. 왜 3,000 원 ? 사실은 용돈지급전에 500원을 가불해다가 써 버렸다.
---------------------------------------------------------------------- 월/일 내 용 들어온돈 나간돈 남은돈 비고 ---------------------------------------------------------------------- 4/16 용돈 3,000 4/16 오늘 엄마선물 메니큐 500 2,500 4/16 오늘 엄마선물 리무버 500 2,000 4/16 오색 칼라풍선 400 1,600 4/16 게임 과자 아이스크림 1,600 0 ----------------------------------------------------------------------
4월16일 용돈기입장의 내용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 후로 이번 토요일까지 3주연속 용돈지급일 당일로 남은돈이 0 원 ! 이 현상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제2차 부자회담을 열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남은돈이 0원인 용돈기입장을 보며 허탈 해하고 있을 아들녀석에게 맛있는 피자한 판 시켜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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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뭐라고 써야하나~~~ 에이~ 야! 너는 좋겄다!!!
그려 ! 조오타 ~ 거럼 ㅋㅋㅋ
ㅎㅎㅎ....늦둥이 키우는맛이 색다르지.......몸관리 잘혀라,,.다음에 아들한테 할배소리 안들을려면..ㅋㅋ..
허걱! 할배 ? 헬스로 열씨미 몸매 다듬고 있다.
팍팍 올려주세요 요즘 아이들 잘 하고 있습니다 믿어주세요~넘넘 착한 아들 담에 만나면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용돈도 줘야겠다
머리 쓰다듬는건 다음에 하셔도 되는디... 용돈은 지금 주시면 안될까요? 계좌번호는 1004-2004-3004 예금주 : 나천사 입니다.
어머 깍두기 아찌! 오빠님은 손주가 있다는데....ㅎㅎㅎㅎㅎㅎㅎ
오빠 그 동무레 학교다닐 때부터 조숙했시요.ㅋㅋㅋ 하라는 공부는 안허고 맨날 ** 나 허고 다녔드랬시요. 저는 밤낮으로 공부만허고 차카게 살았드랬지요.
정말예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