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는 2만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30여 가지에 이르는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서울에만 열 개 이상의 분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 오픈한 종로점은 그 중에서도 좀더 긴 런치타임을 즐길 수 있고, 저렴한 햄버거 스테이크가 다른 지점보다 많은 곳.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주 고객이어서 ‘퍼주는 컨셉트’기 때문이란다. 스물여섯 명까지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은 그래서 언제 가도 북적이고, 오픈된 주방에서 나오는 스테이크 굽는 냄새가 금세 배가 고파오게 만든다. 종로점을 책임지는 셰프의 추천 메뉴는 매콤달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인 ‘스위트 칠리 스테이크.’ 통후추와 잘 어울리는 ‘페퍼 스테이크’와 함께 전 지점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주중과 주말 모두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다. 문의 02-730-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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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문한 대로 접시에 고스란히 담겨 나오는 스테이크는 진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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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고기 부위와 굽는 정도를 주문한 다음 요리사가 접시에 담아 주는 것으로 스테이크를 접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요리 방법도 바뀌었다. 우선‘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의 문을 열었다. 맥반석 위의 그릴에서 구워지는 이 집의 스테이크는 중국풍 피망 소스, 테리야끼 소스, 스위트 칠리 소스, 바비큐 소스 등 소스가 다양하고 메뉴도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스테이크, 계란을 덮어주는 복고풍 스테이크 등 가지각색이다. 맥반석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고기 자체의 기름은 빼주고 강한 열로 육즙은 그대로 살려준다는 말이 틀리진 않았는지 스테이크를 한 입 물었을 때의 부드러움은 심봉사 눈 뜬 기분이다.
1만원대라는 가격이 반가운‘페퍼 런치’는 일본식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일본식 스테이크라 특이한 건 주문한 지 110초 만에 서브되고, 직접 알맞은 굽기로 구울 수 있는 데다 숙주나물을 곁들여 준다는 것이다. 280도의 철판에 얹혀진 서로인 생고기가 노릇 노릇 익어가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숙주나물을 고기 아래 깔고 곁들여 먹는다. 직접 고기를 익혀가며 먹을 수 있는 재미는 ‘기조암 스톤 그릴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도 마찬가지다. 400도의 특수 돌판에서 고기를 익히는데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고기가 방구들처럼 뜨끈뜨끈하다. 고기가 탈까봐 빨리 먹게 되는 점을 제외하면 살짝 익혔을 때의 육즙은 가슴 아프도록 부드럽다. 특별한 스테이크를 먹고픈 날. ‘아름다운 공간 소호’의 ‘300년 된 기와에 얹은 가바야끼 매실소스의 박달재 안심’이 딱이다. 길고 긴 이름만큼이나 독창적인 스테이크다. 접시로는 주인장의 집에서 떼어왔다는 300년 된 기왓장이 쓰이는데 고기는 제천 박달재의 황토를 먹던 소라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그 위에 해독작용을 한다는 가바야끼 매실 소스는 건강까지 챙긴다. 숯불에 구워내는 ‘그릴 가우초’의 정통 독일식 스테이크는 듬직한 맛이 그만이다. 안성 지방의 한우로 만드는 십여 가지의 다양한 스테이크는 하나같이 독특하다. 코 안이 상쾌해지는 생와사비에 찍어먹는 와사비 스테이크, 와인에 졸여 구운 새콤한 와인 스테이크, 크림으로 졸였지만 통후추로 느끼함을 없앤 페퍼 스테이크. 재료의 조우가 범상치 않다.
아직은 어색한 듯한 이런 스테이크의 출현은 김으로 말은 김밥만 먹다가 밥이 밖으로 말린 누드김밥을 먹는 듯 ‘멀티플하게’ 입 안을 즐겁게 한다. 방법은 새롭지만 전통도 잊지 않고 배려했다. 그래서 더 칭찬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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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r | 이정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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