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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그림과 茶가 있는 풍경 원문보기 글쓴이: 원봉(元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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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허리를 굽혀 감태를 수확하는 아낙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한 발 물러서서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 하나 없이 그저 평온하다. 한 발짝 다가가니 연신 콧노래를 부르는 아낙들의 흥이 멈추질 않는다. 완도의 봄 햇살은 그렇게 아낙들의 굽은 허리를 비추고 있었다. 저 멀리 푸른 완도 앞바다 한복판에 일렬로 줄지어 영역 표시라도 하듯 자리한 경계선이 보인다. 완도 사람들은 전복양식장을 전복아파트라고 부른다. 그곳이다. 완도타워 위에서 저 멀리로 내려다보니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동화 속 작은 나라 같다고 할까? 잔잔한 바다에 그려진 땅 따먹기 그림 같다고 할까? 이 역시 평온하다. 한 발짝 다가가니 거대한 크레인에 끌려와 배 갑판에 쏟아져 내리는 전복의 모습은 에너지가 넘친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가득 머금고 물 밖으로 나오는 전복들을 맞이하는 어부들의 바쁜 손끝에서 완도의 봄은 이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완도의 전복 맛은 탁월하다. 새파란 바다 한복판에서 3년 동안 몸집을 키워 물 밖으로 모습을 보이는 전복. 그 기다림을 생각한다면 전복의 가치는 바다의 그 어떤 해산물보다 값지다. 국내 생산량 중 70~80%가 완도산이다. 완도의 전복이 왜 으뜸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전복이 먹고 자라는 미역과 다시마의 양과 질이 청정수역답게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완도에서는 서울 촌놈이라고들 부른다. 전복을 볼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감탄사가 아마도 완도 사람들에게는 촌스럽게 보였나 보다. “완도 사람들한테 물어보쇼. 집 냉동실에 전복 없는 사람이 없지라. 서울 촌사람들이나 전복 보고 감탄을 하제, 우리는 라면에 넣어 묵지라. 거짓말 아니랑께요.” 수십억을 가진 부자를 부러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왠지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절대 부유함으로 다가온다. 짧은 여행이지만 자연이 주는 위대한 부유함을 전복을 통해 꼭 경험하겠노라 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배를 타고 전복양식장에 나갔다. 해녀가 바닷속에서 건져오는 모습은 아니지만 ‘전복아파트’에서 청정수역의 맛있는 미역과 다시마를 뜯어 먹고 자란 탐스러운 전복들이 통째로 들려 우르르 배에 쏟아질 때는 가슴이 벅차다. 그물에 매달려 바닷물이 빠지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몸속의 피를 맑게 해줄 것 같은 신선한 미역 냄새와 비릿한 전복 냄새까지 정신이 혼미해진다. 넉넉한 완도 앞바다의 풍성함, 그것이 완도의 전복을 보석으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3년을 바닷속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바다 밖으로 나오는 전복의 모습은 청정에너지 그 자체다. ◆전복구이 완도에서 전복구이는 가장 대중적인 전복요리다. 전복의 크기는 크지 않은, 일명 ‘깡패전복’을 사용한다. 특징이라면 서울의 일식집에서는 버터를 비롯한 양념을 올려 구워내지만 완도에서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굽는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을 올리는 것 외에는. 신선한 원재료 맛 그대로를 느끼는 미덕이라고나 할까? ◆전복죽 전복죽에서 전복살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들. 완도에서 먹는 전복죽에는 전복살이 반, 죽이 반이다. 그 맛을 말로 표현해 무엇 하리. ◆전복회 전복요리 중 가장 큰 전복을 사용하는 전복회.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게 칼집을 내고 썬 전복회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입 안 가득한 바다 냄새와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재미가 그저 행복하다. ◆전복양식장 손바닥만 한 크기의 실한 전복을 한 아름 들고 기뻐하는 아저씨. 바다 한가운데 이 아저씨가 세상 최고의 부자가 아닐까? 맛집 정보>> 우성전복(061-554-3377) 전복코스요리 12만원, 전복회 10만원, 전복구이 7만원, 전복죽 1만3천원. 완도에서는 바다가 아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비탈의 붉은 흙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 붉은 흙에 하지감자 씨를 뿌린단다. 그 옆의 밭에서는 마늘이 자라고, 보리가 패고, 그렇게 완도의 봄이 풍성해진다. 겨우내 해풍을 맞고 자란 봄동도 빠질 수 없는 완도의 봄 풍경이다. 어느 순간에 딱 하고 나타난 봄이 아니다. 이 봄을 위해 겨울부터 땅은, 바다는 준비하고 계속 변화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 빠르게 재촉하거나 다그쳐서 얻는 것은 없다. 그저 자연의 시계에 맞춰 움직이고, 그 시간에 맞춰 수확해 비로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완도는 모든 먹을거리가 이렇게 자연의 흐름이다. 자연스럽다. 슬로푸드… 오랜 기다림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때가 되어 먹을 수 있는 그 음식에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슬로푸드가 아닌가? 이미 완도 사람들은 그런 삶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감태를 채취하기 위해 꼬박 1년을 기다려온 아낙네들도 그렇고, 전복을 키우기 위해 3년을 꼬박 기다린 어부가 그렇고, 봄동을 먹기 위해 겨우내 해풍을 견뎌내고 기다리는 농부들이 그렇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또 있을까?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풍부한 먹을거리를 가득 품고 있는 완도에서 단지 입이 즐겁고 눈이 즐거웠다기보다는 느림의 미학이 주는 삶의 여유와 풍요, 가치까지 배우고 돌아왔다. ◆장어샤브샤브 어린아이들 팔뚝만 한 큰 장어는 뼈를 발라 먹기 좋게 회로 뜬 다음 시원하게 우린 국물에 넣고 샤브샤브로 먹는다. 여수와 완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별미 중 하나다. 특히 장어뼈로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살짝 익혀 먹는 장어살은 보들보들해 감칠맛이 난다. ◆광어회 완도에서 전복 다음으로 보물이라고 불리는 광어. 특히 완도의 광어는 한약 재료를 먹이로 먹고 자라 다른 곳보다 씹는 맛이 더 좋다. 주로 호텔에 납품된다. ◆해물짬뽕 면 반, 해산물 반인 해물짬뽕. 술을 좋아하는 완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극적으로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고. 그래서 짬뽕 역시 해산물을 이용해 시원하게 맛을 내는 게 비법이다. 완도에서 이 집 맛에 반하면 다시 오게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곳. 맛집 정보>> 아시나요(061-554-3049) 장어샤브샤브 3만5천원, 장어주물럭 3만원, 장어탕 2만5천원. 대복횟집(061-554-3341) 광어회, 참돔, 우럭 등 시가. 비룡반점(061-554-9199) 자장면, 짬뽕 각 5천원. |
출처: 에쏀 |
첫댓글 완도 전복 맛이 최고~~
금년 방학때는 필히 가 봐야 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