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음력 8월 15일 한가윗날에 수숫잎으로 거북 모양을 만들어 쓰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노는 민속놀이.
유래
우리나라 대부분의 민속놀이가 그렇듯이 거북놀이의 유래도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경기도 이천 지역에서 전해오는 구전(口傳)에 의하면, 신라(新羅) 문무왕(文武王) 때 공주가 병이 나자 소년들에게 수숫잎으로 거북의 탈을 만들어 쓰고 놀게 했더니 공주의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거북놀이가 신라 문무왕 때 발생했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 거북놀이에 나오는 대사 중에 “거북이가 압록강을 건너 백두산을 넘어 이천까지 오느라고 배가 고파서 쓰러졌다.”라는 내용이 있어 중국에서 전래한 민속놀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신라 문무왕 때의 발생설(發生說)이나 중국으로부터의 전래설(傳來說)이 모두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없어 거북놀이의 정확한 유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앞에서 서술한 여러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거북놀이는 거북 숭배의 제의적인 무속 신앙에서 유래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집단놀이로서의 성격이 더해져서 주민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놀이 형태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북놀이는 경기도 이천을 비롯한 한강 이남의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연희되었다가 점차 쇠퇴해 음력 8월 한가윗날 어린이들의 유희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처럼 1960년대에 와서 소멸되었던 것을 1970년대 초에 당시 이천의 대월초등학교 김종린 교감이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고증을 받아 이를 발굴하여 재현하였다. 그 후 이천문화원장을 중심으로 거북놀이보존회가 구성되어 조사보고서가 나왔고, 경기도 전통 민속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내용
거북은 바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고, 또 병이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이다. 거북놀이는 거북처럼 마을 주민들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빌고 마을의 잡귀, 잡신을 쫓는 데서 발생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거북놀이는 경기지방의 무속이 지닌 굿의 방식과 풍물이 함께 어우러진 집단놀이로서, 단순히 오락이나 놀이기능만이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성격을 지니며, 놀이를 통해 걸립한 모곡(募穀)은 마을 주민들의 공익(公益)을 위해 사용되었다. 과거 거북놀이가 충청도, 경기도에서 연희되어오긴 했지만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기물(器物)이나 놀이 과정의 구체적인 형태가 복원되어 전해 오는 것은 경기도 이천지방의 거북놀이다.
거북놀이는 수숫대를 벗겨 거북 모양을 만들어 그 속에 두 명이 들어가서 마치 거북이처럼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논다. 놀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북몰이가 거북의 목에 줄을 매어 앞장서 끌고 가고, 그 뒤에는 풍물패가 꽹과리, 북, 소고, 징, 장구를 치면서 따르며 행렬은 마을을 한 바퀴 돈다. 그 다음에 놀이패들은 비교적 부유한 집을 찾아가는데, 대문 앞에서 풍물을 친 다음 거북몰이가 “이 동해 거북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하면, 주인이 나와서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았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라고 한다. 그러면 그 집 마당에서 한바탕 춤을 추면서 논다.
이때 일행 가운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 이 집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라고 축원하는데,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꽹과리를 친다. 그렇게 한바탕 놀다가 거북이 땅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거북몰이가 “쉬이 쉬이” 하고 손을 저어 춤과 음악을 중단시키고 주인을 향하여, “이 거북이 동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고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시오.”라고 한다. 그러면 집 주인은 떡, 과일, 술 같은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낸다. 놀이패 일행은 음식을 먹은 뒤 잠시 쉬었다가 거북몰이가 거북을 보고, “거북아, 음식도 먹었으니 인사나 하고 가자.”라고 하면, 거북이 집주인을 향하여 넓죽 절을 한 후 한바탕 뛰어놀다가 다른 집으로 간다. 이렇게 차례대로 마을의 집들을 돌아다니며 즐겁게 보낸다.
거북놀이도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거북이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집주인이 보면 거북몰이가 배가 고파 떡이 먹고 싶어 그런다고 말한다. 그러면 집주인이 음식을 차려 내놓는다. 그리고 거북을 만드는 재료로 수숫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왕골이나 나뭇잎도 사용한다.
내용
현재 경기도 이천에서 연희(演戱)되고 있는 거북놀이의 구성은 거북이, 새끼 거북이(남생이), 각종 깃대잡이, 질라아비, 풍물패, 양반, 머슴, 여종, 기타 역할로 이루어지며, 그 인원은 40명 정도이다. 거북놀이의 상징물인 거북이의 형태는 머리, 몸체, 꼬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목은 안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고 길게 뺄 수도 있게 만든다. 거북이 안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며, 앞사람은 머리의 움직임을, 뒷사람은 꼬리의 움직임을 담당한다. 거북이가 추는 춤은 앞사람이 주가 되고 뒷사람은 보조 역할을 한다. 거북놀이의 연희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① 길놀이: 길놀이는 거북놀이의 시작으로 특별한 형식 없이 자연스럽게 시작되며 길을 가기 위한 것이다. 길군악 가락에 맞춰 동구 밖에서 마을로 각각 자연스러운 춤사위로 흥을 돋으며 행진한다.
② 승굿: 놀이패들이 마을 입구에 있는 장승 앞에 도착하면 장승굿판을 벌이면서 상쇠의 고사담이 펼쳐진다.
③ 우물굿: 우물굿은 마을의 공동 우물에 항상 맑은 물이 넘치기를 기원하는 놀이과정이다.
④ 마을판굿: 우물굿을 끝내고 마을로 들어오던 거북놀이의 놀이패 일행이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한바탕 놀이마당을 벌이고 신명을 돋운다.
⑤ 문굿: 만복과 재화가 대문을 통해 꾸역꾸역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문굿은 “들어가오 들어가오. 만인간 들어가오. 문여시오 문여시오. 수명장수 들어갑니다.” 하는 상쇠의 문굿풀이에 이어 거북이를 앞세운 놀이패 일행이 춤을 추며 문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이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⑥ 터주굿: 터주굿은 뒤안굿이라고도 하며 대개 장독대 옆에 있는 터주가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터주가리 앞에서 농악을 치다가 그치면 놀이패 일동이 “누르세 누르세. 터주지신 누르세.” 하고 외치며 땅을 밟아준다.
⑦ 조왕굿: 터주굿을 끝낸 거북놀이의 놀이패가 뒤뜰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문을 거쳐서 안으로 들어온다. 부엌에 들어선 일행은 “누르세 누르세. 조왕지신 누르세.”를 반복하며 돌다가 대청으로 나온다.
⑧ 대청굿: 대청굿이 시작되기 전에 집주인은 미리 상 위에 쌀을 가득 부어놓고, 그 위에 북어와 실타래를 올려놓은 고사상을 준비한다. 옛날부터 대청마루의 대들보 위에는 ‘업’이라고 부르는 큰 구렁이가 있어 집을 수호한다고 믿어왔다. 업은 집을 수호하며 집안에 복을 주고 액운도 가져다주는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에 대청굿은 전체 연희 과정 중 가장 의식성(儀式性)이 짙은 대목이 된다. 대청굿이 시작되면 상쇠가 태평성대, 홍수풀이, 농사풀이, 달거리 순으로 고사창을 부르는 동안 거북이와 놀이패들은 함께 복을 기원해준다.
⑨ 마당놀이: 마당놀이는 일년 농사를 무사히 끝내고 풍요로움 속에 한가위를 맞는 즐거움과 거북놀이를 통해 집안에 복을 빌고 액운을 막았다는 안도감이 한데 어울려 마음껏 뛰고 즐기는 가장 신명나는 대목이다. 흥겨운 가락과 거북의 춤사위가 모든 사람들의 춤과 어울려 신명나게 놀다가 상쇠의 신호에 맞추어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백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라고 힘껏 소리치면서 놀이패 일행은 다음 집으로 떠난다. 이렇게 하면서 놀이패들은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라고 소리치며 온 마을을 누비고 다닌다.
의의
거북놀이는 처음에는 거북을 신성시하는 토속신앙에서 유래되어 각 마을로 보급되었으며, 점차 제의적(祭儀的)인 성격이 강한 마을 공동의 집단놀이로 변화하였다. 이처럼 거북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집단 놀이로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대동(大同)놀이이다. 각 가정을 방문하여 굿판을 벌리고 곡식과 돈을 거두는데, 이때 거두어진 전곡(錢穀)은 마을 공동의 사업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러한 집단 놀이의 연희(演戱)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고, 서로 협동하는 집단의식으로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왔다.
출처:네이버 지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