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TV 생중계된 대선후보 토론.
이재명과 윤석열이야 언캉 많이 나오고 회자됐기에 논외로 하고,
역시 눈에 잔상을 남기는 건 심상정과 안철수다.
심상정은 훨씬 노련해졌다.
다만 그 노련함이라는 게 생계형 좌파운동가로서의 면모다.
말끝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노동자, 근로자를 입에 달고 노련하게 말하는 게 식상감을 주는 것도 그렇고,
윤석열과 이재명을 놓고 한쪽은 까고 한쪽은 감싸는 게 그리 노골적이지 않은 점도 그렇다.
그냥 은근슬쩍 그렇게 하는 언행에서 양다리를 걸치고자 하는 비굴함이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는 예전에 특정후보 낙선시키려고 나왔다고 일갈한 이정희에 비해 참신성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그리고 심상정을 보는 내내 거의 재벌급 부를 축적했다는 그녀의 오빠와 사촌오빠를 떠올리게 해 불편했다.
당선가능성 1도 없는 심상정이 저리도 죽자살자 대선에 매달리는 이유가
혹여 자기 집안과 가족의 부를 보호하기 위해 저러는 게 아닌가하는 수근거림들이 있는데,
심상정 본인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나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토론이 끝난 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의 주도로 연금개혁을 추진키로 후보들이 약속하는 성과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토론에 임하는 안철수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건 그의 말투다.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말에는 경상도 말로 ‘메가리’가 없이 그냥 “째잭,째잭”하다 끝나는 소리 같다.
언변이 시원찮으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좀 공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그렇지 않았다.
예전보다 더 수세적이고 움츠러드는 말투라 보는 내내 불편함과 함께 조마조마한 느낌을 안겼다.
아무리 생각이 좋아도 그걸 메시지로 전하는 수단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말투가 좋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정치가’ 안철수의 가장 큰 핸디캡은 말투가 아닌가 싶다.
말도 다듬고 훈련을 하면 바뀐다. 안철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스피치 훈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