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참새는 잡지 마라
춥고 긴 겨울밤을 어떻게 선조들은 보냈을까?
지금이야 텔레비젼이 밤내내 틀면 정규시간 외에도 즐길 수 있지만 예전엔 어떻게 보냈을까?
등잔불을 달래가며 장화홍련, 숙향전, 춘향전, 충렬전, 사씨 남정기 등 장날 사온 얘기책을 사랑방처럼 죽 둘러앉아 듣는다.
감정이 많은 아낙들은 훌쩍거리며 콧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듣기도 한다. 변사처럼 입체적으로 읽는 나그네
화투, 내기 바둑, 윷놀이 등을 하기도 했다. 무 구덩이에 꼬챙이로 무를 찍어 까서 먹기도 하고, 동네사람들 모여
막국수를 눌러 먹기도 했다. 어느 부잣집 기제사 때를 알고 밤늦게 놀다가 몰려가 제삿방을 친다고 밥을 얻어 먹기도 했다.
밤참으로 들기름 넣고 나물 넣어 쓱쓱 비벼 먹기도 하고 메밀묵을 사먹거나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래도 긴 긴 동지섣달 기나긴 밤은 아무리 자고 나도 한 밤중이다. 화투라도 치다가 서너명이 집집을 찾아 참새사냥을 나간다.
후래쉬, 손전등, 덴찌를 들고 주로 초가집 처마를 비추어 참새들을 잡아 구워먹기도 했다.
캄캄한 밤 잠자는 참새에 불을 정면으로 비추면 눈부셔 꼼짝 달싹을 못한다. 손을 넣어 웅켜쥐어 끌어낸다.
군인후레쉬가 없으면 박카스 병에 천으로 심지를 박아 석유를 채워, 간스메 통조림 빈 통에 구멍을 뚫어 만들어 쓰기도 했다.
공자님은 일찌기 낚시질은 했지만 그물질은 하지 않았으며,주살질은 하되 둥지에 깃들어 잠자는 새를 잡지 말라고 술이편에서 말했다.
조이불망( 釣而不網 )낚시질을 하되 그물로 잡지 않는다.
익불사숙 (弋不射宿) 주살로 사냥하되 잠자는 새는 잡지 않는다.
낚시로 몇마리 잡는 것은 좋지만 그물로 고기를 모두 잡는 것은 안된다는 자연사랑을 가르치셨으며,
주살은 무엇일까 실을 매어놓은 화살이다.주살로 몇마리 잡는 것은 좋지만, 잠자는 새는 잡아서는 안된다라는 뜻이다
공자님의 이 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너그럽게 인 仁을 베푸는 가르침이다. 씨를 말려 다 잡는 것보다 여유롭게 베풀라는 뜻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여유로운 삶을 강조한 것이다. 요즘 가을산에 다람쥐 먹이 도토리를 싹쓸어 오는 것 또한 공자님은 안된다고 하셨으리라.
언젠가 인근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저인망 어선으로 구멍도 촘촘한 그물로 바닥을 훑어 씨를 말린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잠자는 새의 모습을 그려보라. 얼마나 평화스러운가, 방어 하나 쓰지 않는 잠자는 새를 잡는 나의 유년기가 자꾸 떠올라 죄스럽기도 하다.
70년 초 교사시절 숙직을 하다가 잠자는 비둘기를 움켜 자루에 넣어 한 밤중에 끓는 물에 튀겨 잔차를 하고, 이튿날 냄새가 교무실에 맴돌아 윗사람이 알아 혼줄이 난 적도 있었다. 모두 절대 가난의 시절 허기를 채우려는 옛추억들이 가꾸 회자된다.
최근에는 절대 빈곤시절에서 벗어나 육가공이 크게 발달, 단백질이 저렴해 사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낚시 또한 취미로 발전해 낚시 인구가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자연보호가 법으로 제정되어 특별한 구역을 제외하고 사냥을 할 경우 벌금으로 거의 범접을 못하고 있다. 넓은 마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2500년전 길러주신 仁의 정신을 다시금 느껴본다.(2025.1.9 德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