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한·미가 8월 예정된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이후 24년 만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은 1992년과 1994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번 결정은 북·미 정상회담 뒤 미국이 취한 첫 적대행위 해소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규모 전쟁을 상정한 워게임을 북미대화기간 실시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도발적"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미 북미정상회담 때 훈련중단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연합훈련은 한미가 대북 전면전을 가정해 실시해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 등 3개다. 그동안 북한은 3대 훈련을 '북침전쟁 소동'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번 결정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유도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대변한다. 물론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쓴 만큼 북한의 태도에 따라 중단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압박'의 성격도 띠고 있다. 북한 역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비핵화 후속 이행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다.
이번 훈련중지는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를 담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의사를 밝힌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나 한국이 제안한 북한의 장사정포 후방철수 등을 행동으로 이끌어야 한다. 전적으로 김정은의 향후 행동이 결정한다.
과거의 전례는 낙관을 불허한다. 1992년과 1994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지만,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992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사찰만 허용하고 남북 상호 간 핵 사찰을 거부했다. 1994년에는 제네바 합의 사항인 NPT(핵확산금지조약) 완전 복귀, 모든 핵 시설에 대한 IAEA 사찰 허용, 핵 활동의 전면 동결 및 핵 시설의 궁극적 해체를 이행하지 않았다.
북미 회담의 순항은 남북 회담을 활성화하는 든든한 받침대가 된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이처럼 남북·북미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런 구조를 확대재생산해나가야 하는 까닭이다.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훈련을 재개해야 마땅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한·미훈련 중단 성과를 내세워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를 국제적으로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경제 제재 완화의 조건과 시점에서 여론이 분분한데, 공식 입장은 완전한 비핵화 확인 이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후원국' 중국의 지지가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될 경우 자칫 북·미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