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브레츠너의 <벨몬테와 콘스탄체 또는 후궁 탈출>
대본 고트리브 슈테파니
초연 1782년 빈 부르크 극장
배경 18세기 지중해 연안의 태수 젤림의 궁전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 125분 / 한글자막>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 잘츠부르크 바흐합창단 연주 / 한스 그라프 지휘 / 아드리안 마르탈러 연출
젤림...........터키의 태수..................토비아스 모레티(대사만 담당)
콘스탄체.....스페인 귀족의 딸...........데지레 란카토레(소프라노)
블론테........콘스탄체의 하녀............레베카 넬센(소프라노)
벨몬테........콘스탄체의 연인............하비에르 카마레나(테너)
페드릴로.....벨몬테의 시종...............토마스 에벤슈타인(테너)
오스민........태수 젤림의 후궁지기.....쿠르트 리들(베이스)
---------------------------------------------------------------------------------------------------------------------
=== 프로덕션 노트 ===
거대한 유리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 프로덕션의 신기원
모차르트의 징슈필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는 콜로라투라의 극치를 담은 아리아들과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터키풍의 리듬으로 채워진 매력만점의 작품이다. 본 공연은 201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간 중에 있었던 특별한 야외 오페라 프로덕션을 담고 있다. 기능성음료 ‘Red Bull'의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쉬츠 소유의 거대한 전시장인 Hangar-7에서 펼쳐졌던 이 공연실황은 건축물 자체의 독특한 구조와 내부의 다양한 전시물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스펙터클한 스케일로 이 매력적인 걸작을 재구성하였다. 연출가 아드리안 마르탈러는 파샤 젤림의 후궁을 패션디자이너의 부티크샵으로 기발하게 바꿔놓았으며, 국내 명품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정상급 디자이너 레나 호섹의 화려한 의상을 걸친 모델들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데지레 란카토레, 쿠르트 리들, 하비에르 카메레나를 비롯한 정상급 가수들의 열창과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신명나는 반주는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만족스런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본 공연은 201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기간 중에 펼쳐졌던 아주 특별한 야외 오페라 실황을 담고 있다. 잘츠부르크 국제공항 인근에 자리 잡은 대형 건축물인 Hangar-7이 바로 그 무대였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능성 음료 'Red bull'로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 소유의 이 거대한 유리건물은 격납고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시장의 역할에 더욱 충실한 다기능건축물이다. 이 건물 내에는 F1 머신에서 헬리콥터와 전투기, 그리고 거대한 여객기에 이르기까지 마테쉬츠가 수집한 다양한 탈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 프로덕션은 Hangar-7의 독특한 구조와 그 안에 소장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오페라의 배경 및 소품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오페라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벨몬테는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터키에 노예로 팔려버린 사랑하는 여인 콘스탄체를 찾기 위해 건축가로 위장하여 터키로 잠입한다. 벨몬테에 대한 정절을 지키기 위해 젤림의 구애를 강하게 거부하던 콘스탄체는 벨몬테와 해후한 뒤 탈출을 계획한다. 하지만 이들의 시도는 발각되고 죽임을 당할 운명에 처해지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자신의 연적에 양보하는 젤림의 자비로움을 통해 이들은 고향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싣게 된다. 라모의 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의 1막도 이와 대단히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출가 아드리안 마르탈러는 이 작품의 배경을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파샤 젤림이 운영하는 현대의 부티크샵으로 재치 있게 옮겨놓았다.
=== 작품해설 === <2011년 11월 9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모차르트, 후궁탈출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터키 풍'을 반영한 독일어 징슈필
1782년 빈 부르크 테아터에서 초연
중세에 터키 오스만 제국이 탄생한 이후로 19세기까지 유럽에서는 이슬람 문화의 유행이 자주 되풀이되었습니다. 특히 오스만 제국의 세력이 강성해 그 영토가 현재의 동유럽과 서남아시아에 이르렀던 17-18세기에 이슬람 세계는 서유럽인들에게 경탄의 대상인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였지요. 유럽인들은 터키 제국이 꽃피운 찬란한 문화에 감탄하며 그 이국적인 매력에 심취하긴 했지만, 십자군 전쟁 때부터 이슬람교도들을 잔인무도한 야만인으로 간주해온 이들은 터키에 대해 깊은 두려움과 경멸감 또한 품고 있었습니다.
터키의 후궁을 소재로 한 이국적인 오페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시대의 오스트리아 빈 궁정에서도 ‘터키 풍(風)’이 한때 대단한 인기를 끌었답니다. 귀족들은 터키 스타일의 가구, 의상, 장신구들을 앞다투어 사들였죠.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터키 복장을 하고 있는 빈 궁정귀족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차르트를 후원하고 작품을 의뢰했던 황제 요제프 2세가 ‘이탈리아어 오페라 대신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해보라’고 명령하자 모차르트는 터키의 하렘(harem. 후궁(後宮))을 소재로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하겠다고 답하죠.
당시 빈의 오페라는 거의 이탈리아어 대본을 토대로 한 작품이었는데, 18세기부터 시작된 예술 분야의 민족주의 운동은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자국어 오페라 작품을 요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바로 [후궁 탈출]입니다. 그래서 형식은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징슈필(Singspiel. 노래극)’이죠. 노래 중간에 연극처럼 대사가 등장하는 이 형식은 이탈리아어를 이해 못 해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독일어권 평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후궁 탈출]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징슈필로 꼽히지만,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 비하면 소재 면에서 비독일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시 독일어권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터키 이야기 가운데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브레츠너가 쓴 [벨몬테와 콘스탄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 스토리를 토대로 이미 연극과 오페라들이 만들어졌지만, 대본가 고틀리프 슈테파니가 이 원작을 토대로 대본을 써서 모차르트에게 주었고, 대본을 받자마자 모차르트는 각 배역에 어울릴 가수들을 머릿속으로 다 정해두었습니다. 그런데 바사 젤림 역을 맡기려 했던 이그나츠 발터라는 가수가 황제에게 해고되는 바람에 적당한 성악가를 구하지 못해 모차르트는 이 배역을 어쩔 수 없이 노래 없는 대사 역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후궁 탈출]의 초연은 1782년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이루어졌고, 모차르트는 1779년에 작곡한 자신의 미완성 오페라 [차이데]를 [후궁 탈출]의 기본재료로 삼았습니다.
고난도 테크닉의 아리아, 교향악 원리에 따른 기악부
이야기는 18세기 터키의 고관 젤림(Selim)의 궁전에서 시작되는데요, 그 앞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스페인의 귀족 처녀 콘스탄체(Konstanze. 소프라노)와 하녀 블론데(Blonde. 소프라노), 그리고 남자 주인공 벨몬테(Belmonte. 테너)의 하인 페드리요(Pedrillo. 테너)는 배를 타고 여행하던 중에 해적들에게 잡혀 터키 고관 젤림(Bassa Selim. 노래하지 않고 대사만 말하는 배역)의 궁에 팔려갑니다. 벨몬테는 연인의 소식을 몰라 애를 태우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와 젤림의 궁에 건축기사로 위장취업하지요. 한편 젤림 궁의 경비대장인 오스민(Osmin. 베이스)은 블론데에게 반해 자꾸 귀찮게 굽니다. 오스민은 ‘머리통을 밧줄에 매달았다가 뜨겁게 달군 꼬챙이에 꿰어 불에 지진 다음, 꽁꽁 묶어 물어 담갔다가 마지막으로 껍질을 벗길 테다’라는 노래로 페드리요에게 겁을 주는 ‘무시무시한 터키인의 전형’이지만, 블론데 앞에서는 당황해서 쩔쩔매며 애교까지 부리는 희극적인 인물입니다.
이 궁전의 주인인 젤림 역시 콘스탄체에게 끈질기게 구애하고 있습니다. 콘스탄체는 협박하는 젤림에게 ‘어떤 고문이 기다린다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호한 아리아를 부릅니다(‘Martern aller Arten’). 이 아리아는 내용이 고문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소프라노 가수에게 고문에 가까운 고난도 콜로라투라 기교 고음을 요구하는 난곡이어서 ‘고문의 아리아’라고 불립니다. 전주만 해도 꼬박 2분이 걸리며, 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죠. [후궁 탈출]은 전반적으로 교향악의 원리에 따라 작곡된 기악부가 인상적입니다. 남자주인공 벨몬테 역시 3막 초반에 ‘사랑의 힘에 온전히 맡기리’라는 대단히 어려운 아리아를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은 너무 어려워서 공연이나 녹음 때 종종 2막의 서정적 아리아 ‘기쁨으로 눈물이 흐르면’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페드리요는 벨몬테가 궁에 들어와 있다고 블론데에게 알려주며 탈출을 예고합니다. 블론데는 기뻐하며 콘스탄체에게 그 소식을 전하지요. 페드리요는 오스민을 술에 취하게 만들고, 콘스탄체와 벨몬테는 재회의 기쁨을 나눕니다. 오스민이 취해 잠든 새 터키 궁을 탈출하려던 벨몬테 등 네 사람의 시도는 그들 자신의 부주의와 만용 때문에 실패로 돌아갑니다. 잠에서 깬 오스민은 이들을 체포해놓고 신이 나서 경쾌하고 익살스런 아리아 ‘어떻게 이 승리를 자축할까’를 노래합니다. 그러나 젤림은 이들에게 오스민이 원하는 끔찍한 벌을 내리는 대신,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어 모두를 고향 스페인으로 돌려 보냅니다. 모차르트는 브레츠너의 원작과는 달리 벨몬테의 아버지가 젤림의 철천지 원수였던 것으로 설정해 인도주의와 관용의 미덕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젤림이 원래 터키인이 아니고 스페인 사람이었다는 설정은 역시 유럽인만이 관용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 씁쓸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예술적 완성도 높은 징슈필의 걸작
독일어 원제의 ‘엔트퓌룽’은 유괴 또는 납치라는 뜻이어서 예전에는 [후궁으로부터의 납치]나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등의 제목도 쓰였지만, 터키의 후궁에 갇힌 연인을 구출해 데리고 나오는 이야기이니 [후궁 탈출]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타당합니다. 연인이 자신을 구해 데려가는데 그걸 ‘납치’나 ‘유괴’라고 부를 여자는 없겠지요? 또 ‘제라일’이라는 단어는 이슬람교 국가의 군주나 고관의 궁전 또는 저택을 이르는 말이니 그냥 터키궁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한 남자를 섬기는 여러 여자가 모여 사는 ‘하렘’이 그 터키궁의 특징이어서 ‘후궁 탈출’이라고 부른답니다.
자신을 완전히 하인 취급하던 고용주 잘츠부르크 대주교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뒤 그를 떠나버린 모차르트는 빈에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예술가로 인정받기를 열망했습니다. 그때 마침 황제 요제프 2세는 독일어 징슈필을 발전시켜 이탈리아 오페라와 대등하게 만들려는 계획으로 모차르트에게 오페라를 의뢰했던 것입니다. 모차르트로서는 자유로운 예술가로서의 비교적 순탄한 첫 걸음이었던 셈입니다. “어떤 소름끼치는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음악은 언제나 조화를 잃지 말아야 하며 절대로 귀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모차르트의 고전주의적 신념대로 이 오페라 음악은 주인공들의 희망과 절망을 결코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콘스탄체-블론데-벨몬테-오스민 순)
[음반] 아를린 오제, 레리 그리스트, 페터 슈라이어, 쿠르트 몰 등, 칼 뵘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및 라이프치히 방송합창단, 1973년 녹음, DG
[음반] 루바 오르고나소바, 신시아 지든, 스탠포드 올슨, 코르넬리우스 하우프트만 등, 존 엘리어트 가디너 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및 몬테베르디 합창단, 1991년 녹음, Archiv
[DVD] 에바 메이, 파트리치아 초피, 라이너 트로스트, 쿠르트 리들 등, 주빈 메타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마시모 테올디 연출, 2002년 실황, TDK
[DVD] 디아나 담라우, 케르스틴 아베모, 다니엘 키르히, 야코 후이펜 등, 줄리아 존즈 지휘, 프랑크푸르트 뮤지엄오케스트라 및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합창단, 크리스토프 로이 연출, 2004년 실황 FR-Fernsehen
---------------------------------------------------------------------------------------------------------------------
=== 작품 해설 === <2010년 7월 28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모차르트 <후궁탈주>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독일어 대사가 들어간 민중 음악 희극, 징슈필(Singspiel)을 작곡한 세 번째 작품이다. 그의 첫 작품은 11~12세 때의 [바스티안과 바스티엔느Bastien und Bastienne] 이다. [후궁탈주]는 25세 때 빈에 정착할 결심을 한 직후 요제후 2세(요제프 2세, Joseph II, 1741~ 1790) 가 직접 지시하여 독일 극장에서 공연하려고 작곡했다.
오케스트레이션에는 터키 색채를 내기 위한 연구가 돋보이고, 프리마돈나를 위한 최고의 전시적(展示的)인 명 아리아와 베이스의 초저음(超低音)을 구사하며 코믹한 노래까지 갖춘 노래 부분은 아울러 독일적인 서정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나폴리 악파의 오페라 부화(opera buffa) 양식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불란서의 민중 음악희극 보오드빌(vaudeville)의 형식을 빌린 휘날레(피날레, finale)로 끝난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결혼한 시기에 작곡했으며(여주인공 이름이 사랑하는 아내 콘스탄쩨라는 것에도 신혼 무렵의 싱그러운 모차르트의 심사가 엿보인다) 고향 잘쯔부르크를 떠나 빈에서 직업 작곡가로 데뷔하는 의욕에 찬 때의 작품이다. 싱싱한 청춘의 기념비이기도 하다. 당시 작곡을 의뢰한 요제후 2세가 좀 더 소박한 노래극을 예상했던 기대에 어긋나 “너무 음표가 많아!”하고 말하자 모차르트는 “앞으로의 징슈필은 이렇게 됩니다“하고 어깨에 힘을 주며 대꾸했다 한다. 브레쯔너(브레츠너, Christoph Friedrich Bretzner)의 희곡을 슈테화니(슈테파니, Gottlieb Stephanie)가 대본을 썼으며 전3막이다.
스페인 귀족의 딸인 콘스탄쩨(콘스탄체)와 그녀의 시녀 블론데, 그리고 블론데의 애인인 페드릴로 세 사람이 해적에게 납치되어 터키의 태수 셀림에게 팔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스페인 귀족 벨몬테는 건축가로 위장하고 셀림의 궁중(宮中)에 들어간다. 신사적인 셀림을 존경하나 결혼 요청을 끝내 거부하는 콘스탄쩨를 만난 벨몬테는 페드릴로와 짜고 엄중한 감시를 하는 거구의 파수꾼인 오스민을 술로 취하게 만들고 여자들을 후궁에서 이끌어 내서 도망치게 하려다가 그만 붙들린다. 벨몬테가 옛날 원수의 아들임을 안 셀림은 복수 대신 관용을 베풀어 연인들은 셀림의 덕을 기리며 귀국 길에 오른다.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온갖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괴로움이나 아픔을 비웃어 주겠습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는 않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게 하려 해도,
성실성이 없어질 리 없으니까.
부디 불쌍히 여기고 용서 해주십시오.
하늘의 축복이 당신께 있을 것입니다.
허나 당신께선 마음을 정하고 계십니다.
기꺼이 한눈 안 팔고
저는 어떤 고통도 받겠습니다.
자, 명령하고 호령하며
떠들썩하게 광분(狂奔)하십시오.
마지막은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해줍니다.
화려하고 우아하고 격렬하고 리드미컬한 즐거운 노래들
이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는 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를 동반한 긴 전주곡을 갖춘 규모 큰 아리아이다. 모차르트의 또 한편의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친밀감 있고 당당한 분위기가 넘치지만 아리아 자체는 거창하고 화려한 명인기(名人技)를 과시한다. 콘스탄쩨가 셀림에게 죽어도 지조를 지키겠음을 알리는, 목관악기와 콘체르토 풍으로 합주하는 길고 극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역량을 발휘하는 아리아이다. 모차르트다운 화려하고 우아하며 격렬하고 리드미컬한 즐거운 노래이다.
들을 만한 음반과 DVD
[CD] 뵘(Karl Böhm) 지휘, 드레스덴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라이프찌히 방송 합창단(1973) 아알린 오제(S) DG
25세의 모차르트가 터질 듯 싱싱한 젊음의 입김을 불어 넣은 이 징슈필 오페라를 녹음할 당시 79세였던 뵘(Karl Böhm)이 작곡가 못지않은 발랄함을 눈부시게 발산한 사실은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뵘이 DG에 녹음한 5조의 모차르트 오페라 전곡 중에서 종합적인 완성도가 가장 높은 명반이다. 조금도 과장이 없이 쉽고 단정하며 또 품위와 격조를 아울러 갖춘 그의 연주는 모차르트 음악의, 특히 [후궁 탈주]가 지닌 온갖 매력과 아름다움을 한껏 맛보게 해준다.
몰(Kurt Moll)의 오스민, 슈라이어(Peter Schreier)의 벨몬테, 그리스트(Reri Grist)의 블론테 등 세 가수는 다시 한 자리에 엮기 어려운 빼어난 배역진이다. 그들에 못지 않게 활달하고 고상한 목소리를 발산하는 여주인공 콘스탄쩨(작곡자의 아내 이름과 같음) 역을 맡은 오제(Arleen Augér)도 잊을 수 없다. 숱한 녹음 중에서 주저 없이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음반이다. 징슈필 부분을 따로 맡은 배우들의 대사(臺詞) 역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DVD] 뵘 지휘, 바이에른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0) 그루베로바(S) 아우구스트 에버딩 연출 DG
그루베르바의 콘스탄쩨는 서정적인 면과 초절적인 면을 아울러 완벽하게 갖추고 교묘히 분별 구사하여 균형잡힌 훌륭한 노래를 들려준다. 제2막에서 콘스탄쩨가 발휘하는 기교적인 아리아는 짜릿한 흥분과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트의 블론데도 이 녹화를 할 때인 1980년까지는 아직 원숙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고 오르트(Norbert Orth)의 페드릴로 역시 매우 효과적인 넉넉한 안정감을 간직하고 있다.
탈벨라는 이들 중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중량감있는 오스민 역을 당당하게 이루어 내고 있다. 비록 86세라는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지휘자 뵘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수준 높은 음악으로 평생 추구해온 모차르트의 세계를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재현(再現)하여 그의 예술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겼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 모차르트, [후궁탈주] (내 마음의 아리아)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5.16 23:3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5.18 00:1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6.11 14:5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6.1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