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 수업에서 한 사람이 감정이 자극됐던 순간을 사람들에게 간단히 설명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말하는 이의 당시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필요한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는 작업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A가 친구에게서 당일 약속 취소 전화를 받았어요.라고 말하면 B는 서운했나요? C는 화가 났나요? D는 일정에 변동이 생기는 게 불편하신가요? 이런 식으로 A의 마음을 추측해 본다. 그 과정에서 A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흥미로운건 정답을 맞혔을 때가 아니라 A의 감정이 내 예상과 어긋날 때이다. 심지어 자주 틀리기까지 한다. 이 작업을 함께 한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마음이겠지 짐작했는데 계속 틀리더라고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헛다리 짚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공감이라고 의도했지만 내 경험에 미루어 짐작한 판단일 때가 많다. 예상보다도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고 내 마음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질문을 가지고 감정에 충분히 머물며 핵심 감정으로 다가가는 과정은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녀와 이렇게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 감정을 인식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마찬가지로 감정을 다루는데 서툰 엄마가 캐물으니 아이는 그만 좀 물어보라고 짜증 내기 일쑤이다. 이렇게 나의 공감은 또 실패한다. 비폭력대화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비폭력대화를 가족과의 대화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나중에 비폭력 대화가 익숙해지면 나중에 시도하라고. 가족끼리는 서로 얽힌 게 많기 때문이다.
비폭력대화 시간에 연습하는 공감 대화는 매우 어색하다. 평소 말하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배워 온 걸 집에서 적용해 보려면 번번이 실패한다. 그래도 소용없진 않다. 공감에 실패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뜬금없이 짜증을 내면 일단 내 기분이 상하기 때문에 거기대 대고 ‘네가 속이 상하는구나’라고 자애로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자극받았으면 먼저 내 감정부터 추슬러야 한다. 버릇없는 행동을 보니 내가 자식을 잘 못키운 거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건지, 아이가 나를 밀어내는 거 같아 서운한건지,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거 같아서 괘씸한건지. 일단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신기한 건 알아주기만 해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의 좌절된 욕구를 찾아서 ‘아... 내가 지금 이래서 속 상하는구나’를 스스로에게 말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아이의 이야기가 들리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성공 비스므리한 순간은 불현듯 찾아오기도한다.
“엄마가 오늘 비폭력 대화 수업 시간에 거절하기를 연습했거든. 그런데 사람들이 거절하기를 너무 어려워 하는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눈빛이 바뀌며 고개를 들어 내게 묻는다.
“거절하기 어렵잖아. 근데 엄마는 거절 잘하지?”
“그럼, 못할 거 같은 건 못한다고 말해줘야지. 왜 너도 거절하기 어렵니?”
“(당연하다는 듯)응”
“왜에?”
“관계가 멀어질까봐 두렵잖아”
이뒤로 몇 마디 더 나눴다. 이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듯하다. ㅎㅎㅎ
첫댓글 미소쌤~~
저를 생각하며 쓰셨다는 이 글.. 감사해요^^
뭔가 뭉클뭉클ㅎㅎ;;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소개해주시기도 하고.. 제가 소화하고 시도한 것들이 미미하긴 하지만😅 미소쌤 이야기에는 귀를 쫑긋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