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의 문물
황궁은 도시의 남동쪽 모퉁이, 성소피아 대성당과 전차경기장 옆에 있었다. 규모는 더 작지만 오스만 황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토프카프 궁전과 거의 같은 장소다. 토프카프처럼 그 황궁도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방대한 단지로, 스무 채의 건물과 몇몇 교회, 심지어 작은 항구도 갖추고 있었다.
그 건물 중 하나인 마그나우라 궁전에는 9세기에 테오필루스 황제가 유명한 기계식 장난감을 설치했다. 황금 플라타너스인데, 나뭇가지에서 보석 새가 노래를 부르는 장치였다. 또 바실리우스 1세가 세운 네아 성당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나중에 파괴되었다. 이 성당의 황금 돔은 멀리 바다에서도 보였으며, 그 안쪽의 원형 천장은 ‘그리스도 판토크라토르(우주의 지배자)’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했다. 성상 칸막이는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석을 박았다. 한 세기 뒤에 콤네노스 왕조는 블라케르나이에 웅장한 궁전을 지었는데, 그 성벽이 골든 혼까지 뻗었다.
그러나 1000년에 바실리우스 2세(불가르족의 학살자)는 고대 왕궁 터에 궁전을 지었다. 콘스탄티노플의 부자들은 세계의 어느 도시 사람보다 안락하게 살았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세계 무역의 요지에 자리 잡은 덕분에 이 도시의 상점과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없었다. 밤에도 중심가는 환하게 불을 밝혔으며, 한여름에 온 방문객은 풍부한 물에 놀랐다. 이미 375년에 발렌스 황제는 대규모 수도교를 지어 (현재도 아타튀르크 대로에 500미터가량이 남아 있다) 1500년 동안이나 도시에 물을 공급했다. 수도교로 공급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많은 수조를 설치했다. 가장 오래된 빈비르디레크(기둥이 1001개에 이르는 수조)는 콘스탄티누스 치세에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존재는 성소피아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유스티니아누스의 예레바탄사라이(지하 궁전)인데, 거대한 지하 저수지로서 수많은 포위공격에서 도시를 지켜주었다. 지금도 이스탄불의 불가사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