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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8월 2일(월)부터 4일(수)까지 2박 3일로 경주와 포항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5형제 내외가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지도 7년이 되었다. 우리 형제 내외가 한 장소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여름 휴가와 부모님 기일 그리고 추석 이렇게 딱 세 번이다. 여름 휴가는 해마다 협의해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부모님 기일은 제천 큰 형님 댁에서 추석은 시골 작은 형님댁(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설(구정)은 각자 집에서 편하게 지내기로 하고. (벌써 조카들이 결혼해서 겨울철에 모두 한 곳에 모인다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는 게 여름 휴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휴가의 목적이 변해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관광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그것보다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부수적으로 주변의 볼거리를 둘러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겠지만 유명하다는 곳은 거의 다 가봤다. 그래서 첫째 날은 한식과 쌈밥, 둘째 날은 삼계탕과 보리 비빔밥, 그리고 회, 마지막 날은 그냥 콘도에서 아침을 먹고 경주 보리빵과 거 무슨 빵인가를 한 봉지씩 사서 나눠 가지고 헤어졌다.
경주는 가는 곳이 모두 유적지다. 큰형님과 세째 형님 내외가 오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우선 남원과 전주에서 출발한 우리가 먼저 첨성대, 계림, 반월성, 석빙고와 내물왕릉을 돌아봤다. 중국의 유적과 비교하면 동네 이장네 마당에 있는 것보다 못하지만 다니기가 편해서 좋다. 중국에 있는 유적지는 한 곳만 보려고 해도 하루 종일 걸리고 규모도 방대해서 다니다 보면 욕만 나온다. 씨양~~~ 권력을 잡은 놈들이 힘없는 백성들을 들들 볶아 피눈물로 아니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면서 수십년, 수백년, 수천년간 만들고, 부서지면 또 만들고~~~~. 경주에 있는 대규모 무덤들은 대부분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에 새로 보수하거나 축조한 것으로 예전의 모습들은 아닌 것 같다.
저녁은 대릉원 주변에 있는 구로 쌈밥집에서 쌈밥을 먹었다. 먹기 전에 장로님이신 세째 형님께서 기도를 하고 있다.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남원 양림 테마파크에 있는 쌈밥집이 훨씬 싸고 푸성귀도 다양하고 더 맛있다. 역시 먹는 것은 여기 보다는 우리 동네쪽이 훨 낫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릉원 내에 있는 <천마총>을 둘러봤다.
숙소는 경주보문관광단지 내 한화콘도 바로 옆에 있는 <켄싱턴리조트>의 31평짜리 온돌에서 지냈다. 우리가 지낸 이 켄싱턴리조트에는 카다란 방이 두 개, 거실 하나, 욕실 하나와 베란다로 구성되었는데 10명이 지내기엔 너무 널널했다. 경주에는 하계체련장이 여기 말고 또 경주힐튼호텔이 더 있는데 많은 사람이 지내기엔 호텔보다는 리조트가 나을 것 같아 여길 택했다. 여긴 최대 수용 인원이 5명인데 10명이 갔기 때문에 식탁이 협소했다. 그래서 아예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아침을 먹었다. 여기서 아침 두끼를 해결했다. 여기서도 식사 기도를 장로님 주관하에 ~~~~~. 내년에는 여름 휴가를 통영(금호중무마리나)이나 원주(오크밸리)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다음 해에는 여수(디오션리조트)에서 해양박람회를 보면서~~~~.
둘째 날은 불국사를 제일 먼저 찾았다. 수십번 다녀왔지만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았다. 입장료도 무려 4,000원. 큰 형님은 경로우대로 무료. 둘째 형님은 다리 때문에 복지할인 카드로 무료. 그래서 8장을 사고 들어갔다.
불국사를 본 다음 토함산 석굴암을 둘러봤는데 안개가 무척 많이 끼었다. 유리로 막혀 있고 사진 촬영도 못하게 하고 진짜 볼 거라고 하나도 없었다. 큰 형님께서 말씀하시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여길 왔을 때 석굴암 물맛에 반했다고. 그래서 물만 실컷 마셨다. 여기도 입장료가 4,000원. 왜이리 비싸냐?
여긴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설치된 선덕여왕신종(에밀레종)이다. 큰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박물관은 숙제를 하기 위한 초등학생이나 고고학자 아니면 사학자들이나 관심이 있지 일반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끌 수 없는 곳이란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종을 한번 보고 청도 지방에서 발굴된 전사의 무덤인가 뭔가 하는 기획전을 휙 둘러보고 냉큼 본관을 주마간산격으로 훑어보고 나왔다. 큰 형님 말씀이 재밌다. 녹이 시뻘겋게 슨 쉿뎀벵이 몇개 유리판 속에 가져다 놓고 뭐 금뎅인냥 애지중지하는 게 웃긴단다. 큰 형님께서도 많은 책도 읽고 많은 곳을 다녀봤는데도 박물관에는 별로 관심이 없나 보다. 난 토론토와 워싱턴에 갔을 때 또 외국에서 조그만 마을 앞을 지나갈 때 꼭 박물관에는 들러 이것 저것 보고 왔는데. 모두 관심 분야가 다르니까. 물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큰 형님께서는 두 가지 중독에 걸려 있는데(자칭 타칭), 한 가지는 테니스를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책을 읽는 거다. 지금 제천에 살고 계시는데 늦동이 아들놈이 제천 세명대에 다니기 때문에 거기 학교 바로 앞 아파트에서 살고 계신다. 지금은 그 늦동이가 해군에 입대해서 용산 국방부에서 의장대로 근무중이다. 그런데 큰 형님께서 매일 세명대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해서 책을 보는데 한번은 도서관 사서가 나가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내가 바로 학부모인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고 따졌단다. 그럼 아예 도서 대출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지금은 도서관에 출입하여 열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 카드로 집에까지 책을 대출해서 읽고 있단다. 거기 도서관에는 학생 식당 말고 또 교직원 식당도 있어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아예 점심을 거기서 드신다고. 저번에는 세계에서 유명한 명상록 몇 권(루소, 톨스토이,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 등)을 다 읽었다고 그 내용을 대충 알려 주면서 각종 명상록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나도 나중에 은퇴하면 원없이 책좀 읽어야겠다. 그런데 난 동양 사상과 동양사에 관심이 가고 나머지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 ~~~~ 중국이나 가서 몇년 공부하다 오고싶은데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새로운 어학 공부나 시작할까. 러시아어나 일본어를. 예전에 KEDO 사업할 때 함께 근무했던 직원인데 내년에 퇴직을 한단다. 어제 무슨 일로 통화를 했는데 수년 전부터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부지런히 공부를 해왔단다. 퇴직하면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3년에 걸쳐 부부가 함께 다닐 거란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 견두산에서도 살고 싶고. 인생은 유한한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겠다. 나이가 들어가니 어지간한 곳은 거의 다 다녀왔다. 그래서 모두들 구경하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더 비중을 둔다. 생소한 곳에 가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물론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서 고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여기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큰 형님께서 내려주셨다. 큰 형님께서는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 즐겨하신다. 시골에 내려와도 온 동네를 한바퀴 돌고 또 오고 가는 길에 전혀 가보지 않은 동네라도 여기 저기 둘러보려고 들리신다. 그리고 현직에 계실 때 여기 저기 다니시며 터득한 게 바로 그 해답이었다. 중소 도시에서 먹을 만한 식당은 바로 관공서가 밀집된 곳에 가면 있다고. 그래서 시청 근처로 가서 그 곳 사람들에게 물어 추천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한전 경주지점 바로 뒤에 있는 식당인데 삼계탕과 보리 비빕밥이 유명하단다. 그래서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물론 그 식당도 시청 근처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 포항으로 가는 길에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에 들렸다.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이언적을 비롯해서 많은 조선시대 유학자를 배출한 곳이란다. 중국 리장의 고성을 가본 적이 있는데 거기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거기와 비교하면 그 동네 한쪽 귀퉁이 정도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 정도라도 보존되어 있다는 게 퍽 다행스러웠다. 바로 그 전전날 뉴스에 보도됐는데 방문자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온 도로와 공터가 남아난 곳이 없었다. 포항으로 가는 길에 옥산 서원을 더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 그냥 스킵했다.
여기는 포항 POSCO 홍보관이다. 시골 형님의 둘째 아들놈이 여기에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쇳물 쏟아지는 걸 구경해 보려고 정문으로 냅다 차를 몰았다. 그런데 경비원이 현장을 견학하려면 3일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못 들어가게 했다. 저 건너편 홍보관에 가면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해서 잽싸게 홍보관으로 갔다. 그런데 웬걸. 그냥 조용히 둘러보고 가란다. 시간도 늦었고 사람도 몇 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그때가 4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병모한테 전화를 했더니 조금만 기다리면 거기로 나갈거란다. 잠시 후 홍보관실 여직원이 직원 가족이냐고 하면서 직접 설명을 해주겠단다. 45분 정도 소요된다고. 그래서 편하게 설명을 들으면서 둘러봤다. 우리 덕분에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다른 관람객들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게 되어 쫄랑 쫄랑 우리를 따라 다녔다. 들러본 소감은 박정희와 박태준을 마치 김일성과 김정일처럼 신격화(?)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도 규모나 업적에 있어서 그보다 뒤지지 않고, 설명을 하자면 더 할 말이 많은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 가족에게는 선물을 하나 푸짐하게 주었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시골 형수님이 받았다.
POSCO 홍보관에 있는 POSCO 직원들의 사진이다. 현재 재직중에 있는 16,000여 명의 사진을 5대양 6대주 모양으로 붙여놓았다. 너무 사진이 많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홍보관실 여직원이 PC로 조회해서 찾아주었다. 시골 형님 내외가 병모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거기 조금 위에 병모 여자 친구 사진도 찾아주었다.
POSCO 홍보관 관람을 마치고 병모가 찍어 주었다.
여기는 포항 죽도 시장에 있는 횟집이다. MB가 와서 먹고간 집이란다. 내키지 않았지만 포항에서는 MB가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라 그냥 여기서 광어와 기타 등등 8kg을 시켜서 실컷 먹었다. 가격은 20여 만원 들었다.
마지막 날에는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밀레니엄 테마파크(선덕여왕 사극 촬영지)를 찾았다. 너무 일찍 가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여러 가지 공연을 곁들여 관람을 하는데 무려 입장료가 18,000원이었다. 모두 10명이니까 180,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입장하려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모두 그냥 건너 뛰잔다. 물론 중국 심천이나 항주에 가면 가무쇼를 곁들인 관광테마파크가 있는데 입장료가 인민폐로 100원 안팍인 걸 감안하면 우리가 약간 비싸다. 그래서 얼른 분황사로 달렸다. 여기가 바로 분황사 전탑을 배경으로 찍은 거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사람들이 해체해서 보수했다고 하는데 여기 저기 몰탈을 시멘트로 사용한 게 보인다. 여기도 뭐 볼 것도 없지만 입장료가 1,500원이나 했다. 바로 옆에 황룡사지에서 발굴이 진행중이었다.
여기는 포석정이다. 남산쪽으로 한참을 달려 왔는데 황량했다.
돌아오는 길에 함양에 들려 상림 앞에서 물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상림은 자주 가봐서 바로 남원으로 향했다. 여기가 바로 함양읍에서 마천으로 넘어가는 <오도재>에 있는 <지리산제일문>이다.몇 년 전에 함양군에서 만들어 놓았다. 이 곳은 경치도 아주 좋고, 공기도 좋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여름을 지내기엔 정말 그만이다. 2007년도에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올 때도 이 길로 왔는데 정말 운치가 있고 가볼만한 곳이다. 그 당시에는 아직 저 건물이 완성되지 않았었다. 혹시 함양에서 남원으로 넘어갈 일이 있으면 이 길로 한번 가 봐라.
여기가 바로 <지리산제일문> 누각 마루이다. 어디서 왔는지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돗자리를 깔고 군데군데 모여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면에 지리산 천왕봉이 곧바로 보이는데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아직도 한 칸 정도 공간이 남아 있었다. 아주 더울 때 자리 하나 들고 여기와서 자고 가면 그만이겠다.
여기는 수지 말고리 우리 오미자 밭 아래에 있는 바위로 뒤덮힌 계곡이다. 예전에 남원 아이들과 여기로 와서 고기 구어먹고 물놀이 했던 곳이다. 이 곳 조금 위에는 사방댐이 있고 그 아래엔 커다란 정자가 있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렇지만 여기는 아무도 없다. 와이프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어디다 전화를 하고 있다. 나중에 너도 여기 와바바바바바~~~라고 하는지 ~~~~.
휴가를 떠나기 전 시골 본가 마당에서 하송쪽으로 바라보니 뭉게구름이 너무 보기 좋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어릴 적엔 매일 저런 모습에 젖어서 살았었는데.
저 멀리 견두산이 보인다. 우리 시골 본가 마당에서 바라본 견두산 모습이다. 먼저 봉우리 하나만 보이는 게 계척봉이다. 그리고 봉우리가 두 개인 게 개 대가리(犬頭)이고. 그 오른쪽이 774.7m인 견두산이다. 바로 그 아래 마애불 근처 공터에서 하루밤을 멋드러지게 지내고 왔다. 무섭냐고?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난 거기만 가 있으면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온갖 시름과 걱정이 다 없어지고 영생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정말이지 은퇴하면 거기서 천막 하나 치고 여러 날 지내보고 싶다. 아니 아예 그 곳에서 주역 공부하면서 그냥 살고 싶다.
더 많은 사진을 보려면 내 블로그(http://blog.daum.net/skyankim/?t__nil_login=myblog)에 가면 된다. 클릭하면 넘어간다. 이 곳은 사진을 올리는데 제한이 많아서. 딱 20장을 초과해서 올리면 <용량이 초과되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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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라 더욱 좋아 보인다.
이제는 연례 행사가 되었다. 벌써 형님들께서 나이가 들어가니까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이제 해외로 가보자고 하는데 위로 두 형님들은 안 가신단다. 그래서 내년에는 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좀 거시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