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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2023년 6월 8일 목요일
참석자 : 가랑비, 해피데이, 시카, 바신, 단비, 바다맘, 애몽
지난 민음사고전들과 이번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제가 있다는 게 아닐까요.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이 책의 90%는 읽은 셈 쳐도 됩니다. 나머지 10%는 누가 그 폭력을 만들었으며 누가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를 잃게 만들었느냐입니다. 바로 그 10%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을 특집기사처럼 다룬 작가의 의도가 명백하게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복선이 있거나 함정이 있는 일반적인 범죄소설과는 달리 아주 단순한 사건 전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서술방법이 정말 타당하다고 느껴집니다.
<사건의 중요도>
언론의 과잉반응, 저널리스트의 살인사건은 더 특별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건이 더 특별하게 다뤄지고 수많은 관심을 쏟게 만드는가? (p.15 저널리스트의 살인사건은 뭔가 특별한 것인 양, 은행장이나 은행원 혹은 은행강도 살인사건보다 더 중요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일어난 “정유정사건”, “서울 의대생의 실족사” 등 우리나라는 학벌이 언급되는 사건들에 유독 관심을 많이 가진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높은 자살율, 과연 고졸 백수의 죽음과 명문대생의 죽음을 우리는 비슷한 비중으로 관심을 가지는가, 서울 의대생의 실족사 역시 그가 지방의 한 대학생이었어도 그 정도의 이슈가 되었을까
<신상공개의 득과 실>
언론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신상공개는 필요한 것인가, 그것의 득과 실은? 공개한다면 그 공개정도는? “서면돌려차기남”에 대한 유튜버의 신상털기, “정유정”의 얼굴, 성장배경, 사이코패스 검사 점수 등의 공개까지 필요한가?
-알 권리 vs 알려지지 않을 권리
-사적 공개와 공적공개를 구별해서 생각해야한다.
-굳이 이름과 신상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거주지는? 거주지를 알리게 되면 범죄자의 가족의 위치까지 공개되는 것인데 그들의 인권침해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하는 것인가
-인권이 중요해진 시대다 보니 범죄자의 인권마저 보호해주는 현실에서 그 불만의 반대급부로 나타난 것이 신상공개가 아닐까, 모두가 함께 욕을 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크지만 그것을 전면에 둘 수 없으니 경각심 및 범죄예방이라는 우아한 공익적 명분을 내세우는 게 아닐까
-신상공개가 된 사람의 가족, 직장, 환경 등 그가 속한 집단에 찍힌 낙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범죄자 스스로에게 주는 족쇄는 흉악범과 경범죄범 중 누가 더 효과가 좋을까, 그나마 경범죄범이 그 족쇄로 인해 재범의 확률이 낮아지고 이미 사람이 아닌 흉악범에게는 그 족쇄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인가. 우리는 거꾸로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이상한 이런 신상공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커보이는데 유지해야 할까.
<신문>
영향력 있는 신문이란? 발행부수가 많은 게 영향력있는 신문인걸까? 그 영향력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p.63 대체 누가 이걸 읽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
P.143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P.110 무고한 사람들의 명예, 명성 그리고 건강을 앗아 가는 것이 이런 종류의 신문사 관계자들의 의무인 모양이다.
P.122 <<차이퉁>>이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들에게조차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대한민국에는 <차이퉁> 같은 대부분의 국민이 많이 본다고 할 만한 신문이 없다.
-있다 하더라도 어리석은 대중으로서 우리가 그런 신문에게 영향력을 준 셈이고 언론은 적절히 우리를 이용하면서 그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
<신문의 왜곡 보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서 왜곡보도 된 신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사자가 진술한 내용이 조서에서 교묘하게 뉘앙스나 내용이 비틀리듯 바뀌는 것에서 주변인들의 인터뷰 내용이 왜곡되거나 오도되는 기사들까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P.62 심문이 왜 ‘삶의 세세한 구석까지 파고드는지’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심문이 전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게 되었노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차이퉁>>이 알게 되었는지, 게다가 어떻게 하나같이 왜곡되고 오도된 진술로 알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라고 바꾸는 장면이 생각난다.
-요즘의 대중들은 문장의 끝, 단어의 미묘한 의미 등을 그리 눈여겨 보지 않는다.
-블룸이 신사의 존재를 밝히고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설명했어도 그건 또 그것대로 많은 논란이 일었을 것이다.
<명예>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과연 카타리나 블룸은 명예를 회복한 것일까? (p.136 왜? 대체 어째서? 어느 젊은 여자가 즐거운 기분으로 쾌활하게 전혀 위험하지 않은 댄스파티에 갔는데 나흘 후 그녀는 살인자가 된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것은 신문보도 때문이었다.)
-명예가 무엇인지 개념정리부터 해야 한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국민에게 명예란 인권을 침해받지 않는 정도가 아닐까. 인권은 한번 침해되면 회복시키긴 매우 어렵다. 그러니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게 막는 수밖에 없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로 자신의 명예를 찾았고 카타리나는 퇴르게스를 살해함으로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자살이나 살해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인가? 만약 책의 내용을 모르는 일반대중에게는 오히려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있던 기자 퇴르게스가 희생자가 됨으로써 그의 명예가 올라간 게 아닐까,
-신문이나 방송에 정정보도 요구, 적어도 사과는 받아야 한다.
-징벌적 보상제도처럼 천문학적인 돈으로 보상받겠다. 그 정도는 되어야 언론도 경각심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고 여기며 어느 정도는 참는 것에 익숙한 게 아닐까.
<카타리나 블룸>
카타리나 블룸은 어떤 여성인가
-냉정한 여자
-선이 명확한 여자
-스타일에 안 맞다고 신사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취향과 주관이 뚜렷한 여자
-감옥에서 괴텐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아 사이코 기질도 있는 여자
-심문하는 과정을 보면 보통여자가 아니다
저자가 주인공을 그 당시의 평범한 여성으로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의 여부가 중요한가?평범하지 않았기에 언론으로부터 명예를 침해당한건 아니다. 저자는 그 평범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는 언론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게 아닐까.
죽기 전 피해자가 남긴 말은 결국 목격자나 살인자의 진술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첫댓글 주인공이 참 매력적이예요
저는 좀 무서웠어요 ^^
펜으로 살인을 할수도 있다는데
인간적인 양심과 기자의 양심은
다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