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열심히 일을 하고
금요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사는 날입니다.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볼일도 보고, 집안일도 합니다.
어제는
양주에 있는 찻집, 차우림을 가기로 했지요.
아침에 석수역에서 친구를 만나서 전철을 타고 양주역까지,
양주역에서 양주에서 유치원을 운영하시는 공부모임 친구를 만나서 같이 갑니다.
차우림은 보이차를 주로 하고 녹차와 다른차도 약간 하는 찻집으로 차문화박물관도 있었어요.
널찍한 뒤뜰에는 붉은 낙엽이 쌓여있고 검은 침목으로 지은 큰집의 지하로 내려가니
큰 옹기독이 가득.. 보통 옹기의 나이가 300살, 400살.. 천년이나 된것도 있고
그 큰 독마다 차가 그득그득하고 벽에는 차를 가득 담은 차포대가 천정까지 쌓여있어 그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찻집으로 들어가니 큰 벽난로에 실내가 따뜻하고 차와 차호, 찻잔과 차바구니들이 진열되어있고
한쪽에는 오르간과 드럼, 마이크, 장구등 악기가 있는데
매월4째주 토요일에는 프로 아무추어 구분없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서
재즈피아노부터 장구까지, 동요부터 판소리까지 다양한 작은 음악회를 연다고 합니다.
오붓하게 송년모임을 하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주인장과 부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교사생활을 하던 부인이 암에 걸려 대체의학으로 치료를 하던중 차를 알게 되어
차로 암을 고친 이후 사재를 털어 찻집을 운영하며 전통발효차 연구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처음에 나온 차는 녹차같은 맛에 차잎도 녹찻잎 비슷한데 올봄에 딴 보이차 신차이고,
두 번째 차는 입끝에 단맛이 돌고 여러번 우려내는데도 탕색과 그 맛이 변함이 없어요.
좋은차의 특징이지요.
주인장은 말소리가 나직나직하고 부드러우나 차와 양주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셔서
역사적으로 근거있는 차이야기를 재미있고 풍부하게 풀어내십니다.
양주가 삼국시대에는 아주 큰 고을로 양주에서 분가한 곳이 한양, 남양주, 구리, 노원으로
지금도 양주향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분가한 곳곳의 유림들이 양주로 온다고 합니다.
茶라고 하면 일본의 茶道를 본받아서 까다롭게 격식을 따지고 지키게 강요해서
다도강사들이 오히려 차생활 확산에 방해를 하는 셈이라고 살짝 흥분도 하시네요.
茶생활은 우리나라 고대부터 내려온 우리의 풍습으로
가야국 김수로왕과 부인 하황옥의 아들이 부모의 제사때 차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 가야가 신라에 복속된 이후 몇 대 꾾겼다가
문무왕때 다시 차를 올리는 풍습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경목요결’등 우리 문헌에 나오는 차에 대한 예법..
‘차례’를 지낼 때는 반드시 茶를 올리도록 했었고,
차를 구하기 힘든 어느 시기에 차 대신 곡차를 올린 것이 지금까지 술을 올리는 풍습으로 굳어졌고
최근에는 다시 차를 올리는 풍습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생활속에 깊이 자리잡고 내려오다 조선말기부터 일제에 의해 뿌리가 뽑힌 것으로
일본의 다도를 따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차생활을 복원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보아차의 역사,
중국의 역사, 중국 소수민족 정책..
해박한 지식을 풀어주시니 많은 공부가 됩니다.
사람에게서 배우는 공부,
곳곳으로 공부한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차를 마시고 난 다음 모두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갑니다.
직접 두부를 만들고 메뉴가 두부밖에 없는 식당,
손님이 앉으면 주문도 받지 않고 알아서 두부찌개를 가져다 줍니다.
나물4가지에 비벼서 맑은 조개국의 두부찌개를 먹는 소박한 밥상,
개운하고 속이 아주 편합니다.
다시 차우림으로 들어와서 차를 마십니다.
주인장이 아껴서 판매도 하지 않는 좋은차를 꺼내 우려주시는데,
맑고 향기롭고 서서히 땀이 나고 혈이 돌며 온 몸이 따뜻해집니다.
차에 대해, 몸에 대해, 단식에 대해, 호흡에 대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4시반이 넘어 일어서고 양주의 친구가 차가 가득 든 차바구니를 사서 선물이라고 주십니다.
좋은차를 사려고 했었는데.. 고맙게 받습니다.
의정부 경기북부청까지 태워다 줘서 다음에 또 만나자 인사를 하고
외곽버스를 타고 나옵니다.
시간은 벌써 저녁8시..
계원예술대 앞에 있는 문화살롱 '라우리.안'으로 갑니다.
에스페란토 동호인들이 주로 모이고
주인은 학교에서 교사로 이십육년 근무하다 그만두고 자기 공간을 만든 분입니다.
커피, 와인, 음악, 미술전시, 독서토폰,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이십여평의 조용하고 아담한 실내공간
음악기기들이 있고
커피마시는 공간이 있고
테이블이 3개 있고
나무마루에 붉은빛이 도는 갈색칠을 하고
미술전시를 하는 작은방이 있는데
주로 꽃과 연못을 그린 그림들이고,
그림을 그린분이 광명의 어느 어린이집 원장님이라고 하네요.
누구신지 궁금해집니다.
한쪽벽에는 책, 다른쪽 벽에는옛날 LP판이 그득합니다.
지금도 소리를 내는 축음기와 옛날 오디오와 피아노가 있어
음악을 듣기도 하고 즉석에서 노래를 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주인장과 인사를 나누고 커피와 와인을 한잔씩 마시고
다음주에 친구들의 모임을 하기로 하고 예약을 하고 나옵니다.
그옆에 있는 숯불로 로스팅을 하는 커피 전문점 ‘하라’에 들릅니다.
작년부터 와보고 싶어하던 곳입니다.
들어서니 숯불냄새가 구수하게 납니다.
커피도 고르고 벽에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여러 모양의 커피잔중에서 자기가 마실잔도 고릅니다.
커피는 이디오피아 아리차 워싱과 아리차 내츄럴을 각각 1잔씩 주문하여 그 맛을 비교해 봅니다.
커피잔은 황금색의 클림트그림이 있는 잔을 고릅니다.
맑으면서도 과일향이 나고 과일즙을 마신것처럼 입안에 침이 계속 계속 나옵니다.
참 맛과 향이 좋은 커피입니다.
더 있고 싶으나 시간이 늦어져 일어납니다.
아침 8:30분에 집을 나서 밤12시가 되어 들어옵니다.
하루종일 차를 마신 날,
좋은차와 좋은 공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참 좋은 날이었지요~
첫댓글 차와 함께한 하루가 향기롭게 느껴집니다..^^
네..
일상을 잊고 차분해지는 차여행 참 좋습니다..
한번 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