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위헌제청
[2022. 12. 22. 2020헌가8]
【판시사항】
피성년후견인인 국가공무원은 당연퇴직한다고 정한 구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임용권자가 최대 2년(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은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휴직 기간이 끝났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에 비로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하여 직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성년후견이 개시된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에 의할 경우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당연퇴직되는 대신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러한 절차적 보장에 별도의 조직이나 시간 등 공적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무담임권 보장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중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발생한 국가공무원의 경우와 비교할 때 사익의 제한 정도가 과도하고,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어도 정신적 제약을 극복하여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사익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처럼 국가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려면 국가공무원이 재직 중 쌓은 지위를 박탈할 정도의 충분한 공익이 인정되어야 하나,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
성년후견의 개시는 절차적으로 법원에 의한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요하는바, 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에 대한 후견적 입장에서 그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과 심문, 가사조사 등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상당한 기간 내에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을 요하며, 재산상 사무와 신상에 관한 사무에 관해 원칙적으로 자기결정권의 중대한 제한이 예정되어 있어, 설령 잔존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국가공무원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의 충족으로 보기 어렵다. 법정의견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직무수행능력을 판단하고 공직의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는, 감정절차 및 가사조사 등을 거쳐 객관적 근거에 기초해 판단하는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보다 공무원 본인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직무수행능력이 일정 부분 잔존하거나 일시적으로 결여된 공무원의 경우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통한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공무원법상 휴직제도의 범위 내에서 회복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공직에서의 당연퇴직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가 수행하는 직무 그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으로서 기대되는 최소한의 직무수행능력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관점에 의하더라도, 법원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선고함으로써 직무수행능력의 지속적 결여가 객관적으로 인정된 경우에까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생활보장을 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 후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생활보장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사회국가원리를 도모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공무원 개인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추구하는 원활한 공무수행 확보 및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보호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국가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석태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공무수행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져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곧 공직사회를 뛰어난 능력자들로만 이루어진 차갑고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 장애자 등에 대한 국가의 특별한 보호의무, 헌법상 사회국가원리 등 우리 헌법의 근본적인 결단을 구체화한 제도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성년후견제도를 도리어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해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고용기간 중 장애를 입은 사람의 복직을 도울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상 국가 의무의 이행도 어렵게 한다. 따라서 헌법의 수호, 특히 다수결의 논리 앞에 무력한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과 기능에 비추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