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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구-닝보 한중국제예술교류’에 다녀온 소감 (2) | ||||||||
닝보(宁波)는 이름처럼 예쁘고 멋진 도시다. 저장성에 위치해 중국 오월시대에 월나라 땅이기도 했던 닝보는 중국 동남부해안에 위치해있어 일찍이 외국문물이 들어온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522년 포르투칼인들이 가장 먼저 이곳에 와서 통상을 시작했으며, 영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이곳을 점령하기도 했다.
그 후 1842년 난징조약에 의해 국제항으로 부상했는데 일찍부터 개항된 항구를 끼고 있어 발전된 도시다. 현재 인구 800여만이 살고 있으며 교육, 문화가 전통을 이룬 지역이었으니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 예술의 도시로도 소문나 있다.
닝보가 세계적으로 자매도시를 맺고 있는 나라는 14개국인데 그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는 대구가 유일하다. 2013년 6월 8일 대구시와 닝보시가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후 양 도시는 문화예술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대구예총과 닝보문학예술단체와 그림, 서예, 사진 등을 망라한 전시회를 교차로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2018대구-닝보 한중국제예술교류 행사에 와서 닝보의 역사, 문화 예술 등에 관한 많은 내용들을 알았는바, 닝보의 역사는 7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벼 재배가 시작된 곳이니 그만큼 사람들이 살기가 좋았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기도 한다. 어업과 농업이 일찍부터 발달해온 지역이 지금은 문화의 옷으로 갈아입고 예술혼에 빛나는 도시가 됐으니 그 전통적인 닝보와 국제예술교류해온 대구예총으로서는 매우 좋은 일이고, 그 일에 관여하는 필자로서도 자긍심을 느낀다.
닝보예술교류행사 3일차 일정은 닝보화원, 남송석각공원을 둘러보는 일이다. 이곳 예술인들이 지역의 관광명소 가운데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곳을 고르고 골라서 잡은 일정인데, 자매도시인 한국의 대구에서 온 예술국제교류단을 위해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그 마음에 고마울 뿐이다.
거대한 모형의 조각들이 모여 있는 남송석각공원은 이름 그대로 송대의 유물을 모아 공원을 만든 곳으로 이곳에는 희귀한 조각상들이 많다. 무장(武將), 말 등 200여점의 조각상과 충(忠), 용(勇) 절(節) 의(義) 효(孝) 등 한자가 많이 새겨진 조각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남송시대의 장인들의 기술이 정말 빼어났음에 감탄한다.
숲 공원 군데군데에 있는 석각을 둘러보고 난 뒤 강변미술관과 중국아트센터를 찾았다. 먼저 닝보예술중심은 강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닝보시정부와 중국촬영가협회가 공동 투자해 조성한 예술창작소이다. 창작활동을 포함해 각종 예술행사의 전시, 학술보고 장소로 제공되며, 도서열람실도 갖춰져 있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대형전시실을 4개나 갖추고 있고 크고 작은 공간이 마련된 이곳에서는 매달 한번씩 예술행사가 개최되는데, 시설이 잘 조성돼있기 때문에 닝보시와 중국의 예술인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외국 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소문나 있다. 우리일행들이 시설과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다목적 예술공간으로 시민들과 예술인들을 위해 훌륭한 공간임에 부럽기도 했다.
다음에 들린 곳은 개인이 운영 전통 한방 연구단지다. 서예가가 직접 경영하는 이곳에서도 우리 일행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기는 마찬가지다. 환영 플레카드를 내걸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안내하고 설명하면서 우리일행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겠다는 열의가 눈에 보였으니 그 친절함이 고맙다.
오찬을 하고 휴식을 취한 뒤에 들린 곳은 닝보박물관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지역에 관광을 가게 되면 박물관에는 들리지 않게 되지만 문화예술교류에 있어 필히 기봐야 하는 곳은 그 지역의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규모나 진열된 내용물들을 보고 그 도시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어떤 훌륭한 유물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행했던 중국예술인 설명에 따르면 닝보시에서는 이 지역의 풍부한 역사문화에 힘입어 닝보박물관을 비롯해 국가급, 성(省)급 문화재 등 테마형 박물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인데, 닝보의 풍부하고 돈독한 문화역사를 박물관 소장물 등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게는 이외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을 빠져나와서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이원사진예술관을 찾았다. 여기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전시장으로 사진 위주로 전시돼있다. 마침 대구에서 함께 온 전창욱 작가와 필자가 친한 사이라서 평소 한국에 있을 때 그와 둘이서 독도를 찾아 사진을 찍고 또 울진 불영사계곳의 아름다운 소나무 풍경 등 전 작가가 명장면을 사출하는데 들이는 공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곳 이원사진예술관에서 중국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목재박물관에 들러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침대도 구경하고 만찬을 끝으로 닝보에서의 귀중한 3일차 일정을 소화해냈는데 시간흐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그 말은 볼 것이 너무 많았고, 한꺼번에 외국의 명물들을 많이 보니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게 꿈길 같은 시간이 흘러가 어느덧 공식일정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오늘은 천일각, 닝보문예의집 방문과 양범문화센터를 둘러보고 환송만찬회가 있다. 먼저 우리일행이 들린 곳은 천일각박물관이다.
천일각은 명나라 가정제(嘉靖帝) 시절(1561년)에 병부우시랑을 지낸 범흠(范欽)이 자신이 소장한 책들을 보관하기 위하여 지은 장서각으로 목조 구조의 2층 건물이다. 책 보관 장소다보니 화재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했던 지혜를 엿볼 수 있는데 바로 그 명칭이다. 역경(易經)에 나오는 ‘천일이 물을 낳고, 지육이 그것을 이룬다(天一生水, 地六成之)’에서 따온 것으로 불과 상극인 물의 힘을 빌려 장서들을 보호하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국의 장서각으로 널리 알려진바, 청나라때 7개의 사고전서루(四庫全書樓)는 모두 천일각을 본따 축조한 것을 보아도 얼마나 널리 알려진 것인가를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 후에도 범흠의 후손들이 이곳을 잘 가꿔놓은 까닭에 그윽하고 운치 있는 곳으로 단장됐고, 흔히 유명관광지라 일컬어지는 등급단위 ‘AAAAA’의 명소로도 자리잡은 닝보의 보물단지이며, 여기에 소장된 장서는 30만권으로 아시아 제1위, 세계 제3위의 장서각이 된 것이다. 이 때문이 닝보가 책의 도시라는 미명도 얻었다고 하니 둘러보는 필자의 마음도 뿌듯해진다.
닝보문예의집 방문을 마치고 오찬을 하고 난 뒤에 닝보가구박물관을 찾았다. 여러 가지 모형의 나무 조형물들이 너무나 많다. 전통가구, 침실가구 등 가구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서는 닝보에서의 마지막 코스로 양범문화센터로 갔다. 이 센터에서 양범미술관, 용포박물관, 치파오박물관 순으로 둘러봤는데, 특히 용포박물관에 전시된 옛중국 궁궐의상과 황제들의 의상이 어찌나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새삼 놓았다.
닝보에서 대구예총 교류단이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바라보는 닝보의 야경은 정말 멋있었다. 이곳에서 보낸 중국 예술인들과의
돈독히 쌓은 우호 인연이 오랫동안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
마지막 날인 19일 아침, 짧다면 짧은 그러나 소중했던 닝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상해 푸동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항주만대교를 건너면서 멋진 세계 4대 대교 풍경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진심과 열정이 담긴 닝보예술인들의 4일간의 환대했던 시간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크로즈업 되어온다.
‘2018 대구-닝보 한중국제예술교류’라는 행사에 참여해 4일간을 닝보에서 보내면서 필자의 마음에 각인되는 것은 이번 행사에서 닝보 예술인들이 정말 신경 많이 썼다는 점이다. 성심성의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대구예총 교류단원 모두의 마음에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것은 입장을 바꿔서 과연 우리가 이렇게 대해줄 수 있을까 하는가 였다. 현지 안내할 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성의, 열성을 알기에 바쁜 일정으로 필자가 피곤했지만 따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만큼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어서다.
이번 국제교류전에서 미술, 서예 등 전시에서 같은 길을 걷는 작가들의 작품이라도 차이가 너무 났다. 중국 닝보 예술작가들의 출품한 전시품의 깊이, 내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들이고, 전시장소의 웅장함이나 편리성, 정교한 배치 등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외국과의 국제교류에서 외국 작가들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문화와 역사를 상세히 알려주는 것보다는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홍보에 자괴감이 든다. 은연중에 행사를 빨리 끝내고서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쇼핑 일정을 잡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일들이 후회가 된다.
중국 닝보 예술인들과 우호를 증진했던 예술교류행사에서 중국의 대단한 힘을 보았고 닝보의 문화가 우리를 압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국에서 자고로 닝보를 두고 ‘4향(四香)’ 즉 미향(米香), 어향(鱼香), 서향(书香), 묵향(墨香이라 했으니 그 명성대로 물자가 풍부하고 글 향과 묵향이 어우러진 예향의 도시에서 보낸 5일 동안 필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문화예술 교류가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정말 값지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 이름만큼이나 예쁜 도시, 멋지고 예술혼이 빛나는 도시 닝보(宁波)여! 안녕하시거라. yejus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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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8년 12월04일 [01:01] ⓒ 브레이크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