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도 어느새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동장터를 하다보면 목, 금이 순식간에 지나가게 되고, 끝나는 순간 한 주가 끝나는 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동장터 사업을 담당한 뒤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곧있으면 머지 않아 올 추석이고, 추석이 지나면 한해가 마무리할 때가 되겠지요. 올 한 해 유의미하게 보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이동장터 해봐야겠습니다.
9시 20분,
오늘은 윗집 어르신 댁에 아랫집 어르신이 함께 계셨습니다. 윗집 어르신 앉아 있는 장소보니 천장에 선풍기가 두대가 설치되어있고, 그 아래로 책상 하나와 작업대가 놓여져있습니다. 여름에는 최고의 작업 장소처럼 보였습니다. 아랫집 어르신과 오전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를 보시곤,
"자, 가자~" 하시며 일어나십니다.
몇주, 몇달째 반복되는 구매 패턴. 이렇게 꾸준하게 똑같은 물건을 사주시는 어르신들이 몇 없는데 이 곳 위아래집 어르신들이 그러합니다. 라면과 요구르트 중심으로 구매하시는 어르신들. 그 속엔 늘 점빵을 도와줘야한다는 마음이 있으셨겠지요.
9시 40분,
오늘도 회관에 많은 분들이 모여계십니다.
"커피 한 잔 할텨? 한 잔해~" 하시는 어르신.
앞으로 아침에 믹스커피 2잔은 마시지 말아야겠다 싶습니다. 늘 갈 때마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 먹으니 말입니다.
우리 어르신들, 회관에 필요한 물건 내려놔달라고 하고, 돈 없으신 어르신도 외상으로 물건을 갈아주십니다. 외상으로해도 걱정이 없는 것이 그 다음주 되면 제가 먼저 말씀 안드려도 어르신들이 먼저 외상값 주시려고 하시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되려 외상을 더 많이 해드릴려고 하기도 합니다.
10시,
오늘은 지난번 못갖고갔던 떠먹는 불가리스 2셋트를 갖고 갔습니다.
그리고 빵과 황도, 붕어빵과자를 추가로 챙겼습니다. 어르신 집에가니 도시락은 현관에 내려놔져있었습니다. 막 도착한 도시락. 어르신은 이 도시락을 어떻게 드실지 고민이되었습니다. 또, 도시락을 이런 더운날에 밖에 방치하면 어떻게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어르신께서 실수를 하셨는지 찌린내가 많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껜 물건을 드려야하니, 일단 집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꺼내드렸습니다. 불가리스를 보고 반가워하시는 어르신, 바로 2셋트를 갖고가십니다. 그러시곤 빵과 요구르트 챙겨가십니다. 오늘도 요구르트 빨대 꼽아 드리고 나오며 담주에 뵙겠다고 인사드렸습니다.
10시 20분,
회관에서 나오시는 어르신들. 어르신들도 저를 보시자마자 "커피 한 잔 하고 가~~" 하십니다.
다음 마을을 가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늦어서 커피를 못마셔서 죄송해요 하니, 아이스크림 하나 건네주십니다. 많이 사놓으셨다며 주시는 아이스크림 하나. 어르신 덕분에 오전에 뜨거운 열이 가라 앉습니다.
10시 40분,
지난 일요일 마을에서 돼지고기 먹다가 응급실에 실려가셨다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2주에 한 번씩 돼지고기를 사시던 어르신이었는데, 이번주는 안되겠다 싶어서 안갖고 갔습니다.
회관에 함께 모여 계시는 어르신들. 점빵차 보시자마자 돼지고기 이야기를 하시는 어르신. 몸은 괜찮으신지 여쭤보니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어르신 컨디션이 좋지 않을것 같아 안갖고 왔다고 말씀드리니 회관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하시는 어르신. 다행이십니다. 잘먹는것이 중요한데, 어르신께서 다시 드실 수 있다고하시니 다행입니다. 내부 선생님께 말씀드려 배달가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섰습니다.
11시 10분,
마을에 올라가니 이장님이 차를 붙잡습니다.
"우리 공병값 얼마 있댔지?" 하시며 물건 이것저것 다 고르십니다. 참 알뜰하십니다. 추가로 5800원만 내시고 카스 한 박스, 콩나물 2개, 두부 2개, 간장 1개 사갖고 가십니다. 이장님 같이 알뜰하게 살림을 갖꾸는것보면 저렇게 아껴살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11시 20분,
지난번에 안계셨던 어르신 오늘은 계십니다. 지난주 아버님 소식에 어떻게 되셨는지 여쭤보니 그간 일상이 너무나도 힘들었음을 들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뇌수막염이 함께 와서 신체적으로 인지기능이 매우 많이 떨어졌다는 어머님. 근 몇일동안 요양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시는데, 어머님께서는
"에휴 죽을 때가 됬으니 몸이 저러니, 어쩌겠어~" 하십니다.
그러곤 어머님께선 사위온다고 술과 음료 들을 사십니다. 조심스럽게 주간보호나 방문요양 생각이 어떠신지 여쭤보니 사위랑 아들들 하고 의논해봐야겠다고하십니다. 집안에 어른을 모시는 일은 온 가족이 모여 함께 합의해야할 지점이니 말입니다. 불과 2주전까지도 알아보셨던 아버님이셨는데, 오늘 집에가서 인사드리니 못알아보십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11시 30분,
회관에서 다들 점심 드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총무님께서,
"자~ 오늘도 한 번 사볼까~" 하시며 나섭니다.
"두부 6모, 코다리 2개, 계란 2판 먼저 주고 한 번에 계산하시게~" 하십니다. 회관에서 필요한 기본찬을 꾸준하게 구매해주시려는 총무님 덕분에 점심 막바지 장사가 기분 좋아집니다. 총무님께 물건 모두 드리고 오전 장사 마무리합니다.
13시 40분,
회관에 왠 피자가 있는지?! 우리 한 어르신께서 회관에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피자를 쏘셨다고 합니다. 배달을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보니 방문요양활동가분에게 사달라고 요청하여 사오셨다는 어르신. 덕분에 저도 두조각 얻어먹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아휴 뭔 음식이 요렇고롬 짜다냐" 하시면서,
"이게 뜨거울 때먹으면 치즈가 쭈우~~~~ 늘어난대~" 하십니다.
한 어르신은 고기를 전혀 드시지 못하시다보니 멀리서 바라만 보시며,
"나는 이런 음식 생전에 먹어본들 못했어~이런게 피자여? " 하십니다.
어르신덕분에 회관에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피자 나눠먹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14시,
우유값이 또 올랐습니다. 큰 우유는 주기적으로 사는분이 없어서 갖다 놓지 못하여 배달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존에 마트에서 갖고오던 우유값이 이젠 7400원까지 올라 어르신께 갖다드릴 수 있는 값이 9000원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이를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어르신께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젠 우유도 먹지 말라고 하는구만~ 안그래도 병원 갔다 왔는데 뭐도 먹지 말라고 하던데..." 하십니다.
내심 우유는 계속 드시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이젠 점빵에서 무엇인가 더 사주지 못하는 마음이 더 미안해하셨던것 같았습니다.
어르신께는 "당분간 좀 쉬면서 몸 좀 회복했다가 괜찮아지면 먹어야겠구만" 하십니다. 우유값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14시 30분,
시정에 앉아 계시는 남자어르신들, 인사드리니 잠시 와보라고 하십니다.
"울 어르신들, 먹을 과자 있나?" 하시기에 망고 젤리를 비롯하여 쌀과자, 선과, 보리과자 갖고 갔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여러가지를 보시더니 보리과자를 선택하셨습니다.
"허허.. 안살수도 없고 이렇게 갖고 왔으니 사야겠구만" 하십니다. 바로 까서 드시더니 맛나구만~ 하시며 옆 어르신들에게도 모두 돌리십니다.
지루하게 앉아 있을수 있는 잠시의 찰나에 간식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4시 40분,
"여기 좋이컵은 싸구려던데, 지난번에도 보니깐 얇아서 좋지가 않아!" 보시자마자 바로 이야기하시는 어르신.
동락점빵에서 파는 물건은 질이 안좋다고 생각하시는 몇몇 어르신들, 일전에도 그랬던적이 있어서 어르신께 이야기하니 어르신께선 말씀을 못하십니다. 제가 이동장터를 담당하면서 어르신께 종이컵을 판적이 없었는데, 언제적 기억을 하시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어르신은 머쓱하신지 종이컵 한 박스와 황도 하나를 사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밑반찬 지원도 받아서 가방이 정리됬는지 여쭤보니 갖다 주신다고 합니다. 잠시 후 오시는 어르신.
빈 가방을 주셨습니다. 그걸 보신 여자 어르신은
"아휴 반찬통을 정리해서 줘야지! " 하시며 "내가 해서 갖다 줄게요" 하셨습니다.
한창 이야기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직 오지 않으셔서 제가 다음에 와서 갖고가겠다고 말씀전해달라고 말씀드리며 이동하였습니다.
15시 20분,
길가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 어찌 앉아 계시나 싶었는데 더워서 힘드셨나봅니다.
밑반찬 받으시는 어르신이었습니다. 내려가는지 여쭤보시곤 차에 탄다고 하십니다. 손에는 붕어빵 한 봉지. 어르신께서는 아침 대신으로 먹으려고 사오셨다고 합니다. 이 여름날... 붕어빵은 어디서 사오셨는지. "자네 이거 하나 먹어봐~" 하시며 하나 주시려는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차타고 내려가시는 것이 또 미안하셨는지 화장지도 한 통 사신다며 한통 사주십니다. 허리가 굽어서 펴고 다니지 못하는 어르신. 이런 날 어디를 다니시다 오시는건지 염려가 되지만, 되려 저를 보며 "항시 운전 조심해야해!!" 하시는 어르신입니다.
15시 35분,
마지막 마을 지나고 가려던 찰나 시정에서 전동차 타고 오시는 어르신.
"지난번 사진찍어 줘서 정말 고맙네~ 너무 좋아~" 하십니다.
얼마전 한 마을에서 마을 어르신들 모두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촬영한적이 있었는데, 사진이 맘에 드셨나봅니다.
어르신께서는 "고등어 두손 주소~" 하십니다. 돈이 살짝 모지라는 상황,
어르신께서는 "내가 만원 밖에 안갖고 왔는데.. 음 외상으로 하쇼~" 하십니다.
"이왕 외상하는거 회관서 먹을 간식 하나도 주쇼~" 하시는 어르신.
"내 외상값 잘 적어두고~~ 기름지에 바짝 써붙여놔~~" 하십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사주시는 어르신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주도 어르신들 덕분에 장사를 잘 마쳤습니다. 다음주면 8월 마지막 주입니다. 8월도 잘 마무리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