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9주일 강론 : 재물을 하늘에 쌓아라/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루카 12,32-48) >(8.10.일)
* 예수님은 재물을 하늘에 쌓고, 늘 준비하며 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상 것에만 집착해서 살아간다면 죽고 나면 다 사라져버립니다. 이 세상이 아니라 천국에 보화를 쌓고, 늘 준비하며 살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저는 MBTI 성격 테스트 및 유형 종류 16가지 중에서 15번 ENTJ(통솔자, 강한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대담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강력한 지도자 스타일)입니다. ‘E’는 외향형, ‘N’은 직관형, ‘T’는 사고형, ‘J’는 판단형입니다. 이런 성격이라 늘 미리 준비하는 편입니다. 중요성의 차이에 따라 준비기간이 다르겠지만,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적어도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아주 중요한 일이라면 1년 이상 전부터 준비합니다.
저처럼 미리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일이 눈앞에 닥쳐야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첫째 유형의 사람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 차근차근 여유롭게 준비하고 점검하면서 살아가지만, 둘째 유형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허겁지겁하다가 뭔가를 빠뜨리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앞두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큰 실수와 잘못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서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설마 곧 돌아올까라며 준비 없이 지내다가 자기 자리에서 쫓겨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주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식주를 책임져주고, 여러 가지로 배려하며 지켜주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진로를 결정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거나, 배우자를 찾는 문제들을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각자의 인생은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는 남자나 여자로, 어떤 외모와 소질을 갖고 태어나겠다는 선택 없이 태어났고, 우리 미래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탄생과 삶,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조건에 대해, 우리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항상 즉시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신앙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우리 인생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내 인생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아무도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내 인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주님의 뜻을 늘 헤아리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세 가지 비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혼인 잔치 갔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종의 비유, 도둑이 자기 집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집주인의 비유, 하인들을 다스리면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관리인의 비유입니다.
세 가지 비유 모두, 미래는 확실하지 않으니 잘 대비해야 한다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촉구합니다. 이 비유들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주님께 언젠가 셈을 바칠 수 있도록 그분의 뜻을 헤아리며 살아가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더라도, 천국에 가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늘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게으르고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달리더라도 목적지를 잘못 알고 엉뚱한 곳으로 달리거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걸어 넘어뜨리면서 달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끔 멈춰서서, 현재 자기 모습을 점검해야 합니다.
지난 8월 4일월 미사를 두 대 드렸습니다. 한 대는 우리 본당 06:30 미사였고, 다른 한 대는 대구보훈병원 장례식장 11시 미사였습니다. 고인은 1927년생(99세)의 대세자 성민환 바오로 영감님이었는데, 장례미사를 부탁한 분은 고인의 6녀 1남 중의 다섯 번째 딸인 성 소피아 자매님이었습니다.
제가 고인에 대해 모르니, 유가족에게 고인에 대한 증언을 부탁했는데, 성 소피아 씨가 말해주었습니다. 고인이 대세를 받고 난 2주간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답니다. 대세 받기 전에는 고인에게 섬망 증세가 있었는데, 대세 이후 2주간은 정신이 아주 또렷했답니다.
평생 유교를 믿은 고인은, 죽으면 조상들 만나러 가야 하기에, 당신에게 성당 다니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데, 임종 직전에 “나는 하늘로 간다. 나중에 만나자. 너희와 하느님께 고맙고, 모든 사람에게도 고맙다.”라고 말씀했답니다. “하느님 믿으세요?”라고 물으니, “하느님의 말씀은 한 마디도 틀린 게 없다.”라고 해서 놀랐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개신교 신자인 둘째 언니에게 동의 얻어, 5번째 딸이 천주교 대세를 드렸답니다.
고인은 몸에 붙은 것들을 전부 뜯어내려 했지만, 묵주는 그대로 두었고, 섬망 증세 때문에 평소 같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해도 이해해달라고 자녀들에게 부탁했답니다. 대세를 받았지만, 99년의 소박한 삶으로 하느님의 인정을 받고, 천국에 들어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죽을지, 교통사고나 병으로 죽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죽더라도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아무 걱정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한 번뿐인 인생을 미련하고 불충실하게 살지 말고, 늘 깨어 준비하며 충실히 살아갑시다! 하느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안에서도 그렇게 합시다!
모든 것에는 합당한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 미련하고 불충실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더 잘 맞이하기 위해 늘 끊임없이 준비하며 살아갑시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