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최용현(수필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년)’는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4형제 중에서 3형제가 전사하고 혼자 남은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는 과정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이다. 2014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서 영구 보존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쉰들러 리스트’(199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겼으며, 아울러 편집상과 촬영상, 음향상, 음향효과상도 받았다. 제작비 7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4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관객 59만 명을 넘었다.
라이언 일병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공수부대에서 복무한 닐런드 병장이다. 그의 4형제들 중에서 형제 셋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혼자 남은 닐런드는 상부에서 귀국 조치를 명령하자, 전우들을 남겨두고 혼자 갈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그의 아버지가 와서 데려갔다고 한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과 유사한 곳을 찾아 헤맨 끝에 아일랜드의 커라클로 해변을 찾아냈다. 이곳에서 아일랜드에서 파견된 군인 250명과 1,000명에 가까운 엑스트라, 그리고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 20여 명을 섭외하여 컴퓨터 그래픽 없이 특수 분장만으로 4주 동안 노르망디상륙작전 장면을 촬영하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노르망디의 미군 묘역을 찾아온 노인 라이언(해리슨 영 扮)이 한 십자가 묘비 앞에서 오열하면서 화면은 50년 전으로 돌아간다.
라이언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미국 육군에 입대시켰는데, 제2차세계대전으로 세 아들이 전사한다. 육군 참모부의 한 군무원이 라이언 3형제가 전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상부에 보고 하자,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제2 레인저대대의 밀러 대위(톰 행크스 扮)를 지휘관으로 하여 8명의 군인에게 마지막 남은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여 집으로 보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되자, 수륙양용 장갑차가 오마하 해안가에 상륙한다. 장갑차의 문이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병사들은 기관총탄에 우수수 쓰러지고 바다는 핏빛으로 물든다. 가까스로 육지에 상륙한 밀러 대위와 7명의 병사는 라이언 일병을 찾는 특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선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이들은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8명이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못마땅해서, 한 병사가 ‘이런 개 같은 경우…!’ 하고 흥분하다가 혼쭐이 나기도 한다. 밀러 대위는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선봉에 서서 부하들을 다독이며 계속 라이언 일병이 있는 곳을 추적하면서 나아간다.
그렇게 이동하는 동안 적군을 만나 여러 번 교전을 벌이는데, 그중에는 독일이 강제 징집한 체코 출신 병사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폭격을 맞아 파괴된 건물 잔해 옆 조그만 다리를 지키고 있는 부대에서 마침내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扮)은 전우들과 함께 남아 싸우겠다며, 동료들을 사지(死地)에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밀러 대위와 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라이언 일병과 함께 다리를 사수할 준비를 한다. 드디어 탱크를 앞세운 독일군들이 다리를 향해 몰려오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대원들은 큰 희생을 치르고 밀러 대위는 전사한다. 그는 숨지기 전에 라이언 일병에게 ‘이 삶을 값지게 살아라.’ 하고 마지막 말을 남긴다.
음악을 맡은 존 윌리암스가 작곡한 ‘Hymn to the Fallen(전몰자들을 위한 찬가)’가 흘러나오면서, 다시 영화의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밀러 대위의 묘비 앞에서 선 노인 라이언이 그때 자신이 바로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사한 밀러 대위의 희생에 누(累)가 되지 않을 만큼 내가 값지게 살았는지 자기 부인에게 물어보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서 초반 30분 동안 펼쳐지는 노르망디상륙작전 장면은 웅장함과 치밀함에서 전쟁영화 사상 최고의 시퀀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탄이 터져 온몸이 찢기며 솟아오르고, 포격으로 인해 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쏟아져나온 채 엄마를 부르고…. 관객들은 압도적인 리얼리즘과 몰입감에 충격을 받는다.
제작진에서 당시의 차량과 탱크, 상륙 보트를 백방으로 입수하고, 시장을 돌며 구형 군복 3천여 벌과 군화 2천여 켤레를 사들이고, 당시의 총 2천여 정을 새로 제작하는 등 장비와 소품에도 완벽을 추구했다. 그 덕분에 전쟁영화 사상 리얼리티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아울러 베트남전 영화에 밀렸던 제2차세계대전 영화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때와 다른 것은 냄새뿐이었다.’라고 한 인터뷰를 필두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재발했다고 호소한 사람이 많았다. 또, 퇴역군인부에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100통 넘게 걸려 왔으며, 보훈부에서도 정신과 상담창구를 따로 준비해야 했다고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지옥과 같은 전쟁 상황에서 인간의 고귀함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한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진지한 질문을 하는 영화이다. 살아남은 라이언에게는 여러 사람의 희생이 얹혀있다. 그래서 노년의 라이언이 ‘나는 그 희생을 감당하며 값지게 살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또 부인에게도 물어본 것이다.
한 명을 살리기 위해 8명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위기에 처한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무모한 인간의 행위에는 고귀함이 깃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곰곰이 되씹어 볼 만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첫댓글 잼있게 본영화 또 볼수있겠네용
전쟁 영화의 대서사시! 좋은 영화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