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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먹는 고양이!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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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치는 언제부턴가 똥을 먹기 시작했다.
토끼, 염소, 양, 노루, 사슴 등을 따라다니며 똥을 모으던 망치였다.
풀을 뜯어먹던 망치는 풀만 먹고사는 동물들의 똥을 먹어보더니 그 뒤로 똥 먹는 고양이가 되었다.
"더러운 녀석!
똥을 먹다니!"
고양이들은 똥 먹는 망치를 만나면 공격하거나 못살게 굴었다.
"똥을 먹을 거면 파리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
들판에 사는 고양이들은 망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럴 거야!
파리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테니 걱정 마!"
망치는 똥을 먹으면서 가끔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똥 맛을 모르는 녀석들!"
망치는 탱탱하게 말린 토끼나 노루 똥을 먹을 때마다 느꼈다.
달콤한 향기와 신비로운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씹는 맛이 사람들이 먹는 우황청심환 같았다.
"몸에 좋고 맛있는데!
똥을 먹는다고 날 싫어하다니!"
망치도 자신을 미워하는 고양이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
"개미야!
너희들도 이 똥 먹어 봐!"
망치는 가끔 말린 똥을 개미들에게 주었다.
"고마워!"
개미들은 똥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여왕개미님!
이 똥은 토끼 똥입니다.
이 똥을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일개미들은 망치가 준 토끼 똥을 먹지 않고 여왕개미에게 갖다 주었다.
"정말이지!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일개미들은 여왕개미에게 거짓말을 하면 죽는다는 걸 알았다.
"토끼 똥보다 더 맛있는 똥도 있어?"
여왕개미는 더 맛있는 똥이 있다면 그걸 먹고 싶었다.
"네!
고양이 망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똥은 사슴 똥이라고 했습니다."
"사슴 똥!
산타를 태우고 다니는 루돌프 똥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사슴 똥을 가져와야지!"
"알겠습니다!"
일개미들은 모두 망치가 있는 들판으로 달렸다.
..
"망치야!
사슴 똥이 필요해!"
"뭐하려고?"
"여왕개미가 사슴 똥을 구해오라고 했어!"
"사슴 똥은 지금 없는데!"
"안 돼!
빨리 구해주지 않으면 우리들이 죽는다고!"
"사슴이 나타나야 똥을 구해주지!"
망치도 들판에서 사슴 본지가 오래되었다.
"사슴 똥 구하는 방법이 없을까?"
"노루 똥을 사슴 똥이라고 하면 어떨까?"
"여왕개미가 금방 알아버릴 거야!"
일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토끼똥, 염소똥, 양 똥, 노루 똥, 사슴 똥 다 먹어봤는데 맛이 똑같았어!"
잡초와 약초를 뜯어먹는 초식동물 똥은 모두 비슷한 맛이 났다.
"여왕개미는 금방 알아낸다니까!"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았다.
"예쁘게 포장해서 줄게!
염소똥을 여왕개미에게 갖다 줘 봐!"
"괜찮을까?"
"괜찮아!"
알았어!"
일개미들은 여왕개미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염소똥이라도 가져가야 했다.
망치는 호수에 나가 넓은 연꽃잎을 꺾어왔다.
그리고 연꽃잎에 들판에서 모아둔 염소똥을 한가득 담아 포장했다.
"이거!
갖다 주면 여왕개미가 좋아할 거야!"
"와!
예쁘게 포장하다니!"
일개미들은 무거운 염소똥을 모두 힘을 모아 들고 여왕개미에게 갔다.
..
"여왕개미님!
망치가 준 사슴 똥입니다."
일개미 한 마리가 말했다.
"정말이지?"
여왕개미는 사슴 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받았다.
"맛있게 드세요!
사슴 똥을 준 일개미들은 밖으로 나갔다.
"히히히!
이게 사슴 똥이라는 거지!"
여왕개미는 더 강한 여왕개미가 되고 싶었다.
들판에 사는 모든 곤충들의 왕이 되고 싶었다.
개미를 잡아먹는 참새나 멧돼지도 혼내주고 싶었다.
"히히히!
내가 사슴 똥을 먹다니!"
여왕개미는 사슴 똥을 들고 외쳤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똥!
누구도 먹을 수 없는 똥이 바로 사슴 똥이다!"
여왕개미는 열심히 사슴 똥을 먹었다.
"괜찮을까?"
일개미들은 들판에 모여 여왕개미를 걱정했다.
"설마!
똥 먹고 죽을까!"
일개미들은 지금까지 똥 먹고 죽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맞아!
파리들은 매일 똥을 먹어도 절대로 죽지 않잖아!
그러니까
여왕개미도 사슴 똥 먹고 죽지 않을 거야!"
열심히 일하던 일개미 말이 맞았다.
"히히히!
내가 사슴 똥을 먹었다.
숲에서 약초만 뜯어먹는 사슴 똥!
앞으로 나는 더 위대한 여왕개미가 될 거야!
히히히!"
사슴 똥을 먹은 여왕개미는 힘이 솟는 것 같았다.
..
"망치야!
여왕개미가 사슴 똥 먹었어!"
일개미들은 들판에서 만난 망치에게 말해주었다.
"나도 어제 사슴 똥 먹었어!"
"염소똥으로 만든 것?"
"아니!
진짜 사슴 똥을 먹었어!"
"어디서 났어?"
"어젯밤에 보름달이 떴는데 들판에 사슴이 나타났어.
그래서 사슴을 졸졸 따라다니며 똥 누는 걸 지켜봤지!"
"들판에 똥 쌌어?"
"응!
보름달이 가장 밝게 비추는 시간이 되자 사슴이 똥 쌌어."
"와!
아직도 사슴 똥 남은 거야?"
"응!
한 주먹 남았어."
토끼나 노루보다 더 많이 싼 사슴 똥을 망치는 다 먹을 수 없었다.
"나도 좀 줘?"
"나도 먹고 싶다!"
"들판에 가면 쓰러진 도토리나무가 한 그루 있어!
그 밑에 보면 조금 남은 사슴 똥이 있어!
가서 먹어도 괜찮아!"
망치는 무엇이든 들판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고마워!"
일개미들은 들판에 쓰러진 도토리나무를 향해 달렸다.
..
"사슴 똥 먹으면 우리도 여왕개미가 될 수 있을까?"
일개미 한 마리가 달리면서 친구에게 물었다.
"안 되겠지!
여왕개미는 한 마리면 충분 해!"
"아니야!
지금 여왕개미는 고집에 세니까 새로운 여왕개미를 뽑아야 해!"
고집스러운 여왕개미 때문에 일개미들은 힘들었다.
일개미들은 지금 여왕개미를 바꾸고 싶었다.
"저기다!"
일개미들이 쓰러진 도토리나무를 찾았다.
모두 열심히 달려갔다.
"여기 있어!"
"사슴 똥이다!"
일개미들은 쓰러진 도토리나무 옆에서 사슴 똥을 발견했다.
"먹어볼까!"
"여왕개미에게 갖다 줘야 되지 않을까?"
일개미들은 화난 여왕개미가 생각났다.
"먹고!
모른 척하면 돼지!"
"맞아!
우리는 절대로 사슴 똥 먹지 않았다고 하면 되잖아!"
일개미들은 사슴 똥을 먹고 싶었다.
"좋아!
모두 먹고 절대로 여왕개미에게 말하지 않기로 하자!"
"좋아!"
"나도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게!"
일개미들은 서로 약속하고 사슴 똥을 열심히 먹었다.
"이것들이!
내 똥을 훔쳐먹다니!"
똥냄새를 맡고 달려온 파리들은 똥 먹는 일개미를 보고 놀랐다.
"세상에 어떻게 된 것 아냐?
먹을 것도 많으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슴 똥을 다 먹다니!"
파리들은 똥 먹는 일개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맛있다!"
처음 먹는 사슴 똥은 향기가 너무 좋았다.
사슴 똥을 먹은 일개미들은 몸에서 달콤하고 신비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
"이상하다!
좋은 향기가 나는 데!
이게 무슨 냄새지?"
여왕개미는 개미집에서 이상한 향기가 나는 걸 맡고 물었다.
"우리 몸에서 나는 향기일까?"
사슴 똥을 먹은 일개미들은 갑자기 불안했다.
일개미 몸에서 자꾸만 달콤하며 신비로운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사슴 똥을 먹은 건 모르겠지?"
일개미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물었다.
"절대로 모를 거야!
우리들이 말하지 않으면!"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가까이 다가오자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사슴 똥을 먹어서 향기가 나는 걸까?
이봐!
너희들 코에도 이 향기로운 냄새가 나지?"
여왕개미는 식량을 창고에 쌓고 있는 일개미들에게 물었다.
"무슨 향기?
더럽고 똥 냄새밖에 안 나는 데!"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가까이 다가오자 똥냄새가 나는 걸 알았다.
"똥냄새!
내게서 똥냄새가 난다고?"
"네!
여왕개미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일개미들은 모두 코를 두 손으로 막았다.
"뭐라고!
내 몸에서 똥냄새가 난다고?"
여왕개미도 자신의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지독해!
너무 지독해요."
집을 고치고 식량을 창고에 쌓던 일개미들은 모두 두 손으로 코를 막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들이!
사슴 똥을 준 게 아니었어!"
여왕개미는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사슴 똥을 먹고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다.
"이봐!
나가서 사슴 똥을 받친 일개미들을 모두 잡아 와!"
"네! 네!"
경찰 일개미들은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큰일이다!
모두 죽일 텐데."
경찰 일개미들은 친구들을 데리러 가면서도 걱정했다.
..
"망치야!
우리랑 같이 좀 가야겠어!
여왕개미가 널 만나고 싶어 해!"
"왜?"
망치는 갑자기 여왕개미가 만나고 싶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모르겠어!
여왕개미가 사슴 똥을 먹은 뒤로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화가 나 있어!"
"히히히!
사슴 똥 먹은 뒤로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 군!"
"맞아!
그래서 사슴 똥을 여왕개미에게 받친 일개미들을 모두 잡아 가뒀어!"
"일개미들을!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몰라!
여왕개미가 모두 잡아가도라고 했어!"
"알았어!"
망치는 대답하고 한참 생각했다.
"진짜 사슴 똥을 가져가야겠군!"
망치는 일개미들이 죽는 게 싫었다.
"염소똥을 사슴 똥이라고 준 게 잘못이야!"
망치는 자신의 잘못으로 일개미들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가자!"
망치는 바구니에 말린 진짜 사슴 똥을 한가득 담아 여왕개미를 만나러 갔다.
..
"이 향기는!"
망치가 여왕개미 방에 들어오는 순간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가 가득했다.
"이건 무슨 향 기지?"
여왕개미가 망치에게 묻자
"사슴 똥!
사슴 똥 향기랍니다."
망치가 말했다.
"이 사슴 똥도 먹으면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 거야?"
여왕개미가 물었다.
"아니오!
이 진짜 사슴 똥을 먹으면 몸에서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가 납니다!"
망치는 천천히 사슴 똥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가 사슴 똥을 먹었는데!
이렇게
똥냄새가 가득하잖아."
"얼마 전에 먹은 사슴 똥은 가짜였어요.
내가 염소똥을 사슴 똥이라고 주었어요."
"뭐라고!
날 속였다는 거야?"
"속인 건 아니고!
그때는 들판에 사슴이 오지 않아서 사슴 똥이 없었을 뿐이에요."
'그럼!
내가 염소똥을 먹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날 속이다니."
여왕개미는 화가 잔뜩 났다.
"여왕개미님!
이번에는 진짜 사슴 똥이니 한 번 먹어보세요."
망치는 사슴 똥을 여왕개미 앞에 내밀었다.
"이게!
진짜라는 거지?"
"네!"
"이 향기!
일개미들에게서도 났던 향기야?"
"맞아요!
내가 일개미 몇 마리에게 사슴 똥을 먹였어요."
"왜?
나는 염소똥을 주고 일개미들에게는 진짜 사슴 똥을 주다니!"
"염소똥이나 사슴 똥이 다 같은 줄 알았어요."
하고 망치가 말하자
"그런데?"
"진짜 사슴 똥은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가 나는 걸 나도 처음 알았어요."
망치는 여왕개미가 화나면 자신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똥을 먹으면!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가 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걸!
내가 다 먹어도 괜찮아?"
하고 여왕개미가 묻자
"다 먹는 대신!
일개미들을 풀어주세요."
"알았어!"
여왕개미는 대답한 뒤 사슴 똥을 입에 가득 넣었다.
'야금야금!'
여왕개미는 말없이 사슴 똥을 씹고 또 씹었다.
..
"죽을 뻔했다!"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사슴 똥 먹는 것을 보고 망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날 따라와!"
망치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일개미들을 집으로 데려갔다.
"너희들은
이제 일개미들이 아니야!
사슴 똥을 먹은 개미들은
모두
여왕개미가 될 수 있어!
그러니까
멀리 가서 새로운 왕국을 건설해!"
하고 망치가 말하자
"정말!
우리도 여왕개미가 될 수 있다고?"
일개미들은 놀랐다.
"그렇다니까!"
"설마!
우리가 여왕개미가 될 수 있다니!"
일개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난!
망치 말을 믿을 거야."
일개미 한 마리가 망치 말을 믿는다고 하더니 들판을 향해 달렸다.
"나도!
멋진 왕국을 만들어야지.!"
일개미 한 마리가 말하더니 들판을 향해 달렸다.
"내가 여왕개미가 될 수 있다면!
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왕국을 만들 거야!"
망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일개미 한 마리가 들판을 향해 달렸다.
"여왕개미!
훌륭한 여왕개미가 많아야 해!"
망치는 사슴 똥을 먹은 일개미들에게서 여왕개미 빛과 향기가 나는 게 신기했다.
"파리들이 왜 똥 먹는지 알겠어!"
망치는 똥 먹는 파리를 보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 몰랐다.
"고양이들도 똥을 먹어야 하는 데!"
그런데
똥 먹는 고양이나 먹겠다는 고양이는 없었다.
"저 녀석들이라도 먹으라고 할까?"
망치는 숲에서 수다 떠는 들쥐와 두더지를 봤다.
"이봐!
너희들 똥 먹을래?"
하고 망치가 묻자
"웃기지 마!
우릴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하고 말한 두더지와 들쥐는 쥐구멍으로 사라졌다.
그림 나오미 G
..
"이봐!
똥 먹는 고양이!
넌 고양이 체면에 똥칠한 거야!
그러니까
고양이 공원에는 얼씬도 하지 마!"
고양이들은 모두 똥 먹는 망치를 미워했다.
"알았어!"
망치는 들판에서 혼자 지내도 외롭거나 무섭지 않았다.
"나는 똥 먹는 고양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똥은 사슴 똥!
사슴 똥을 먹으면 몸에서 달콤하고 신비한 향기가 나지!
고양이 체면에 똥칠한 나는 똥 먹는 고양이!
사슴 똥이 몸에 얼마나 좋은 데!
어리석은 고양이들은 똥 먹는 망치만 보면 싫어해!
나는 나는 똥 먹는 고양이 망치!"
들판에서 망치가 부르는 노래가 들렸다.
"거름을 줘야지!"
망치는 포대에 말린 똥을 가득 담아 들고 들판으로 나갔다.
그리고 들꽃들이 있는 곳마다 똥거름을 주며 하루하루 즐겁게 지냈다.
..
"똥 먹는 고양이!
똥 먹는 망치!
똥 먹는 여왕개미!
똥 먹는 파리!
똥 먹는 들개!
나도 똥이나 실컷 먹어볼까!"
장미꽃 넝쿨에 누워 낮잠 자던 배짱이었다.
"다 좋은데!
망치 저 녀석은 왜 똥을 먹는 거야?"
베짱이는 아무리 배고파도 아직까지 똥은 먹지 않았다.
"분명히 뭔가 있어?"
베짱이는 똥을 먹으며 건강하게 사는 쇠똥구리나 고양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쇠똥구리를 찾아가야지!"
베짱이는 똥을 실컷 먹으려면 쇠똥구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슴 똥!
허수아비 똥!
독수리 똥!
호랑이 똥!
마녀 똥!
도깨비 똥!
내가 원하는 똥은 다 있을 거야!"
베짱이는 멀리 보이는 쇠똥구리 집을 향해 달렸다.
"그렇지!
일하지 않아도 똥은 얼마든지 공짜로 먹을 수 있을 거야!"
일하기 싫어하는 베짱이가 원하는 것이었다.
"사슴 똥부터 먹을까!
아니면 도깨비 똥부터 먹을까!"
베짱이는 쇠똥구리도 만나기 전에 벌써 먹을 똥을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여왕개미가 사슴 똥을 먹었다고!
그럼!
이 들판의 게으름뱅이도 사슴 똥을 먹어 봐야지!"
베짱이는 쇠똥구리 집에 도착해 주변을 살폈다.
"이봐!
쇠똥구리 있는 거야?"
베짱이가 크게 외쳤지만 대답이 없었다.
"히히히!
쇠똥구리가 똥을 찾으러 나갔다면 빈 집에 내가 들어가도 괜찮겠지!"
베짱이는 대문 가까이 오더니 또다시 쇠똥구리를 불렀다.
"이봐!
내가 똥을 사러 왔는데 집에 없는 거야?"
베짱이는 외치자마자 쇠똥구리 집 대문을 열었다.
"히히히!
사슴 똥을 찾자!
어디에 놓았을까?"
베짱이는 조심조심 걸으며 사슴 똥을 찾았다.
"아니!
이렇게 많은 똥을 모으다니!"
베짱이는 쇠똥구리 집안을 보고 놀랐다.
"똥 천지라니!
도대체 이 똥은 누구 똥이야?"
거실 한가운데 놓은 똥을 보고 베짱이는 누가 싼 똥인지 궁금했다.
"아니!
이렇게 달콤한 향기가 나다니!"
오래전에 들판에서 아기가 눈 똥 냄새를 맡은 베짱이는 놀랐다.
두 눈이 커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런!
똥냄새가 이렇게 달콤하고 향기롭다니!"
베짱이는 그동안 똥만 굴리는 쇠똥구리를 무시하고 바보 같다고 했었다.
"쇠똥구리 녀석!
똥냄새가 좋아서 들판에 똥을 다 모은 거군!"
베짱이는 그동안 쇠똥구리를 볼 때마다 바보 같다고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렇다면!
그 고양이 망치도 똥맛을 안다는 거지?"
베짱이는 며칠 전에 들판에서 만난 망치를 흉본 게 또 부끄러웠다.
"이런! 이런!
이 많은 똥 중에서 사슴 똥은 어떤 거야?"
베짱이는 사슴 똥을 본 적이 없었다.
"안 되겠다!
나가서 쇠똥구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베짱이는 쇠똥구리가 모은 똥을 함부로 건들고 싶지 않았다.
..
"똥이다!
이건 누가 쌌을까?"
쇠똥구리는 밤나무 밑에서 굵직한 똥 한 덩이를 발견했다.
"분명히!
이건 멧돼지 아니면 호랑이야!"
쇠똥구리도 처음 본 똥 모양을 보고 놀랐다.
"맞아!
그 똥은 처음 보는 똥일 거야!"
밤나무 위에서 쇠똥구리를 지켜보던 사슴벌레가 말했다.
"누가 싼 똥인데?"
"말하면 놀란 텐데!"
"그래도 말해줘야지!"
"그 똥은 산신령이 싼 거야!"
"뭐라고?
산신령이 싼 똥이라고?"
"그렇다니까!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럼!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이 똥을 봤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알았어!"
사슴벌레는 쇠똥구리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소중한 똥을 내가 얻을 수 있다니!"
쇠똥구리는 산신령 똥을 주머니에서 꺼낸 하얀 천으로 예쁘게 포장했다.
"히히히!
이제 더 이상 나는 똥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
쇠똥구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 날아가는 것 같았다.
..
"쇠똥구리!"
멀리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오는 쇠똥구리를 베짱이가 불렀다.
"아니!
저 녀석은 또 우리 집에 왜 온 거야?"
쇠똥구리는 들고 오던 산신령 똥을 풀숲에 숨겨놓고 집으로 향했다.
"안녕!"
"안녕!
무슨 일이야?"
처음 집 앞에 온 베짱이를 보고 쇠똥구리가 인사하며 물었다.
"똥 사러 온 거야!
사슴 똥!
내가 사슴 똥 다 사고 싶어?"
베짱이는 뭘 알고 온 것 같았다.
"사슴 똥은 뭐하려고?"
"나도 망치처럼 똥 먹고살아볼까 해서!"
"망치!
그 고양이 녀석!"
"그래!
고양이 녀석이 들판을 돌아다니며 똥을 먹고살더라니까!"
"정말!
똥 먹고살 수 있어?"
쇠똥구리는 눈을 크게 뜨고 베짱이에게 물었다.
"사슴 똥만 먹을 수 있어!"
"똥은 다 똑같아!
토끼 건 노루 건 사슴이건!"
"무슨 말이야!
사슴 똥은 달콤한 향기가 나고 신비롭다고 하던 데!"
"누가?"
"일개미들이 하는 말 다 들었어!"
베짱이는 정말 일개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멍청이 같은 녀석들!"
쇠똥구리는 사슴 똥의 비밀을 안 베짱이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빨리!
사슴 똥 달라고?"
"돈은 있는 거야?"
"아니!
겨울이 오면 줄게!"
"뭐라고!
일도 안 하는 녀석이 겨울에 돈은 어디서 나와?"
"사슴 똥 먹고 열심히 일할 게!"
"일한다고!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
"한 번 믿어 봐!"
베짱이는 어떻게든 사슴 똥을 먹고 싶었다.
"좋아!
믿어보지!"
하고 말하더니 쇠똥구리는 집에 들어가 똥을 한 봉지 들고 나왔다.
"자!
사슴 똥!"
"정말이지?"
"그래!
사슴 똥이니까 먹어 봐!"
"알았어!"
베짱이는 쇠똥구리에게 받은 똥 봉지를 열었다.
"으악!
지독해! 지독해!"
베짱이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봉지를 던졌다.
"그럼! 그렇지!
똥을 먹는다고 하다니!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독한 사슴 똥을 먹는다고?"
쇠똥구리는 베짱이가 먹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렇게 독한 똥을 일개미나 망치는 어떻게 먹은 거야?"
베짱이는 사슴 똥을 먹은 일개미와 망치가 이상했다.
"일하니까!
너처럼 놀지 않고 일하니까 냄새도 맡을 시간이 없었지!
배고프니까 그냥 먹은 거야!"
쇠똥구리는 크게 말하더니 땅에 떨어진 사슴 똥 봉지를 주웠다.
"일!
일해야 하는구나!
사슴 똥을 먹으려면!"
"그래!
너처럼 놀기만 하는 녀석들에게는 더 지독한 똥냄새만 나는 거야!"
"그 녀석! 망치도 일하지 않잖아!"
"망치!
고양이 망치가 일하지 않는다고?"
"그래!
들판에서 신나게 놀기만 하더라!"
"이런 바보 같으니!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게 고양이 망치라고!"
"무슨 일 하는 데?"
"그걸 내가 다 말해줘야 해?"
"난!
그 녀석 일하는 것 한 번도 못 봤어!
그러니까 무슨 일 하는지 말해 줘?"
"내가 속 터져 죽는다!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를 왜 너는 모를까?
제발 눈도 뜨고 귀도 열고 그 고양이 망치를 지켜봐라!"
"그러니까!
무슨 일 하냐고?"
"똥 모으고 또 똥 먹는 일 하잖아!"
"그게 무슨 일이야?"
베짱이는 망치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녀석!
망치는 말이야!
들판에 똥을 모아서 하나하나 말려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들판에 있는 꽃나무에 똥거름을 주는 걸 한 번도 못 봤단 말이야?"
"뭐!
똥거름?"
"그래!
이 멍청하고 게으른 녀석아!"
"그렇구나!
똥 모으고 똥 먹는구나!"
베짱이는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쇠똥구리는 크게 외치더니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
"이게 뭐야?"
들판을 돌아다니던 망치는 풀숲에서 흰 보자기 하나를 발견했다.
"누가 두고 갔을까?"
망치는 한 참을 생각했다.
"열어볼까?
이건! 무조건 열어봐야지!
아니야!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되지!"
망치는 하얀 보자기 안이 궁금했지만 열어보지 않았다.
"누가 찾으러 오는지 지켜봐야지!"
망치는 풀숲 끝자락으로 가더니 가만히 누워 하얀 보자기가 있는 풀숲을 지켜봤다.
"히히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똥!
아무도 모르는 똥을 내가 찾다니!"
쇠똥구리가 멀리서 노래 부르며 망치가 있는 풀숲으로 걸어왔다.
"저 녀석이
똥을 보자기에?"
망치는 똥을 굴려 집으로 가져가던 쇠똥구리가 설마 똥을 보자기에 쌌을까 의심했다.
"히히히!
내가 똥을 모으는 일을 하는 이유를 아무도 모를 거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똥을 내가 찾았다.
그게 무슨 똥이냐면 바로바로 산신령 똥이지!"
"뭐라고!
산신령 똥이라고?"
망치는 쇠똥구리 노래를 듣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 있군!"
쇠똥구리는 산신령 똥을 포장한 보자기를 들고 집으로 갔다.
"내가!
내가 저걸 가지고 갈 걸!"
망치는 후회 했다.
"내가 산신령 똥을 가질 수 있었는데!"
망치는 놓친 물고기가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쇠똥구리가 똥을 하얀 보자기에 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똥만 먹으면 나도 산신령이 될 수 있었는데!"
망치는 똥을 먹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쇠똥구리만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맞아!
나보다 몇 십배 노력하는 쇠똥구리가 산신령 똥을 갖는 게 맞아!"
망치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쇠똥구리 녀석!
너무너무 부럽다!
내가 누굴 한 번도 부러워한 적이 없는데!
똥만 굴리는 쇠똥구리 녀석을 부러워하다니!"
망치는 들판에서 똥을 먹으며 살면서 처음으로 부러운 녀석을 만나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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