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어머니의 꽃밭, 내가 두려운 것은 『코로나블루 시 2편』. 2020 한국신문예문학회 사화집 14호... 2020.11.30. 발행
■ 안재식 『 코로나블루 시 2편 』
- 어머니의 꽃밭
- 내가 두려운 것은
。2020 한국신문예문학회 사화집 14호
。 2020년 11월 30일 발행
。 정가 20,000원
어머니의 꽃밭
안재식(1942~)
그때는 몰랐어요
아침이면 나팔꽃이 청자색 눈빛으로
출근길 배웅하고
그때마다 발소리에 쪽문 열고 내다보며
꽃처럼 웃던 어머니여
날이면 날마다 근심으로
그 꽃들 피우신 속마음을
저녁이면 분꽃들이 자줏빛 향기로
퇴근길 마중하고
날이면 날마다 그리움에
이제야 알겠어요
삿대 없는 나룻배 영영 떠나간 뒤에
이제야 알겠어요, 어머니의 꽃밭
내가 두려운 것은
도치골 터줏대감 김 할배는
병아리 사러 오일장엘 나갔다가
문 닫힌 단골가게 앞에서
나침판을 잃고 장터를 헤맸단다
나도
수십 년간 다니던 이발소가 실종되어
이젠 미장원엘 다닌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없어진 게 너무 많은 요즘
길을 나서기 무섭고
낙엽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때문에 전화 받기 안쓰럽다
더욱이 나를 슬프게 하는 건
달빛 숨소리 들으려 귀를 열고
바람 그림자 찾으려 눈을 뜨던
그들의 봄날이 고여 있는 무대가
적막해진 까닭이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 사라진 집은
https://youtu.be/fdKqawaAvaM?si=KGEW5TDL6EYrHrfL
어머니의 꽃밭 / 안재식 작사. 이래근 작곡. 소프라노 임청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