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하며
한국체육진흥회는 오늘(10월 29일)부터 열흘간 2021 한국국제걷기대회를 비 대면으로 개최한다. 전국 어디서나 걷고 싶은 코스를 스스로 정하여 하루 2km이상 42km이하로 걷는 자유로운 걷기행사, 신청자에게 푸짐한 상품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제공하는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위드 코로나’시대에 적합한 걷기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성원한다.
밴드에 올린 2021 한국국제걷기대회 알림판
첫날 걷기로 새벽과 오전에 각 2시간, 8km씩 걸어 총 4시간에 걸쳐 16km를 즐겁게 걸었다. 날마다 걷는 일의 연속이지만 행사의 의미를 살려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으면 좋으리라.
새벽걷기는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깊은 상념에 젖는 발걸음이 가볍고 오전걷기는 화창한 날씨와 수려한 산천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어 황홀하다. 새벽마다 마주치는 건각들에게는 목례를, 오전에 자전거 끌고 나온 어린이와 강아지 데리고 나온 여성과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모두가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이어라.
첫날 걷기하며 살핀 무심천의 경관이 수려하다
* 걷기행사를 앞두고 일본의 동호인들과 함께 걷는 꿈을 두 차례나 꿨다. 돌이켜보니 일본의 동호인들과 함께 걸은 지 십 수 년, 여러 차례 한 달 남짓 장거리걷기를 함께하였다. 더러 걷기 기행록을 번역하여 공유하기도 하였는데 번역자의 한 분인 재일동포가 병환으로 타계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2년 전 일본걷기 중 그분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가까운 곳까지 아픈 몸 이끌고 나와 인사를 나눈 것이 마지막, 하늘에서도 걷는 우리를 살피고 계실까? 꿈결에도 바라는 한일동호인들의 함께 걷기가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일본인들과 걷기하던 중 인상에 남는 한두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1. 할아버지 묘소에 바친 일본인의 꽃다발
2012년 4월1일부터 5월 4일까지 한일양국 걷기동호인들이 서울에서 목포 거쳐 부산까지 한반도의 남녘을 일주하는 한국일주걷기행사를 가졌다. 그때 고향(전북 고창)을 지나는 4월 13일은 휴식일, 그때의 기록을 살펴본다. ‘4월 13일, 걷기행사의 휴식일이어서 가문의 성묘행사를 갖기로 미리 결정하였다. 이를 전해들은 재일교포가 참관하고 싶다고 하여 응낙하였는데 그 소식이 일본인들에게 전파되어 걷기에 동참한 일본인들이 모두 참석하겠다는 희망이다. 가문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라 여겨서 흔쾌히 환영하였다. 참여자는 모두 14명, 먼저 고향마을로 안내하였다. 옛집은 가족이 상주하지 않고 휴가나 행사가 있을 때 가끔 이용하는 터, 86세의 고령인 큰형님이 일본어로 이렇게 찾아준 것을 반기는 환영의 말을 하고 집안에 세워져 있는 할아버지의 효행비 쪽으로 안내하였다. 비문에는 1880년대에 태어나 1949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행적과 할아버지가 나라 잃은 설움을 읊은 ’망국한‘이라는 시문이 적혀 있다. 나라를 빼앗겨 슬퍼하던 조부에게 한 세기가 지나 일본의 진객들이 찾아와 비문을 살필 줄이야. 고향마을을 한 시간여 돌아보고 6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선영으로 향하였다. 가족묘지의 연혁을 설명한 후 평소에 하던 대로 기독교식 예배를 드린 후 전통 성묘양식을 샘플로 재현하는 것이 성묘행사의 대강이다. 일본인들이 하얀 국화 꽃다발을 바치고 묵념을 올렸다. 세상을 떠난 지 60여 년 후에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의 헌화를 보고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셨을까, 기뻐하셨을까? 엔도 야스오 일본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가족의 유대와 조상을 섬기는 미덕을 확인하는 성묘행사에 참관할 수 있음을 감동으로 여긴다며 일본에 돌아가서 이런 미풍양식을 전파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한다. 행사 후 다과를 나누고 점심도 함께 하였다.’
2. 일본인 모녀가 전한 생일축하카드
조선통신사 일본걷기 때마다 일주일여 연휴가 지속되는 4월말에서 5월초에 어린 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오사카에서부터 일주일여 우리 일행과 동행하곤 하였다. 2년 전 걷기 때도 모녀가 함께하였다. 그녀들이 떠난 후 맞은 내 생일파티에서 일본의 진행자가 그들이 전한 생일축하카드를 낭독하여 깜짝 놀랐다. ‘김태호 선생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는 한글 메시지와 ‘10분간의 어깨 마사지이용권’을 곁들였다. 2021년 걷기 할 때까지 유효라는 딸의 이름과 함께. 걷는 중에 생일이 언제인지 묻기에 날짜를 알려주었는데 걷기 마치고 돌아가면서 집행부에 카드를 전해준 듯. 2021년 조선통신사 걷기행사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으니 2021년 걷기 때까지 유효라고 한 어깨마사지이용권의 효력은?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