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회 사람들
[축복과 건망증]
1. 축복
청량리 역에서 오전 10시 경에 여러 명의 노동들이 모여 함박 웃음을 서로 지으며 반가운 모습으로 손을 잡아보고 새로이 문을 연 민자 역사를 둘러보고 그 시설에 감탄하면서 중앙선 용문행 전철을 탄다. 한 시간 여 동안 계속 남한강을 끼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흐르는 검푸른 강물이 지난 수 백년의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듯 크고 작은 물거품이 명멸을 하는구나.
조그마한 시골 전철역 아신[我新]에 도착하니 이십 여명의 길손이 내리고 타는 한적하고 작은 시골역 그러나 시설은 가히 지구상 어느 시골역 보다 현대적인 설비로 채워져 있다. Escalator, elevator 기타 자동 설비는 참으로 놀라운 우리의 높은 삶의 수준을 말해준다.
새벽 일을 간단히 마치고 약속 시간에 맞추어 개울에서 세수하고 부지런히 아신역으로 가서 반가운 얼굴들을 접하니 파안대소 하는 모습에서 노동들의 끈끈한 情을 느끼는구나. 유난히 더운 지난 여름을 잘 보내고 가을의 초입에서 용문산 깊은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휘감는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자리를 정한다.
꽃밭을 거닐고 텃밭을 둘러보니 토마토, 오이, 상추, 고추 등은 이제 때를 지났고, 새벽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고라니를 막기 위해 초록색 그물 망으로 울타리를 쳐놓은 무밭과 고구마 밭이 가을을 기다리며 입맛을 돋구어 줄 요량이다. 찌는 듯 더운 여름에 스콜처럼 내리는 비는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장미에도 가시가 있듯이 성큼성큼 자라는 잡풀과의 전쟁은 가히 상상을 넘는다. 새벽마다 벌어지는 잡풀 뽑기는 노년의 운동으로는 조금 過한 것 같으나 하루를 시작하는 운동으로는 제격으로 여겨 진다.
대충 정리한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넓은 大地를 힘주어 밟으면서 즐거워하는 노동들이 그간의 나의 勞苦를 치하하는 말을 듣는구나. 또한 그들의 눈가와 목에 나타나는 깊은 주름은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여 치하의 말을 되돌려 주고싶구나.
일생동안 수없이 반려의 동무가 되어 준 술에게 아직도 할말이 많은 듯 막걸리, 소주, 양주, 맥주로 편을 갈라 두툼하게 살이 오른 구운 장어와 함께 술의 공연이 시작된다. 창이 되어 날아가는 술잔을 맞이하면 구운 장어로 방패막이를 하니 창과 방패가 번갈아 하늘을 난무한다. 큰소리, 웃음소리, 개울물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혼란의 교향곡이 시작된다.
오늘은 공연 중에 새로운 話頭를 제안하여 본다. 아랍 국가들의 속담 중에 가장 현실적인 것이 있으니; 자녀들에게 생존을 위한 날개를 달아주고 조상에 대한 뿌리의 정신을 심어주면, 당신은 최고의 하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이 말을 살펴보면 아랍인들은 어린시절부터 열악한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날개]을 가르치고 조상을 숭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뿌리]을 확인하여 부족간의 생존경쟁에서 승리자가 되어 부족을 보존 발전시켜 오늘날의 국가가 형성되었다.
노인은 약자가 된 것이 아니라 더욱더 성숙된 연륜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날개를 달아주었고 어떻게 뿌리 정신을 배양하였는가를 다음 예시를 들어 노동들에게 질문 해 본다. 잠시 당황하는 눈빛이었으나 그래도 날개와 뿌리에 대한 노력을 하였다는 신념이 확실히 보이는구나.
예]
날개 |
뿌리 |
좌절을 각오하는 희망과 목표 |
祖孫 |
용기와 결단력 |
제사[추모] |
지식과 지혜 |
족보 |
경제적 유산 |
혈통[blood line] |
우리의 선조들이 수 천년 내려온 역사를 지켜온 지혜가 날개와 뿌리의정신이 아닌가 싶다.
바람은 하늘을 타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으로 가고, 힘차게 흐르는 개울물은 바다를 타고 땅끝 마을로 간다. 사람의 생각은 시간을 타고 그 곳으로 향하니 받은 축복 잊어버리고 시간이 멈추는 그 곳이 고향인 양 건망증의 옷을 입고 그 곳으로 향하네.
2. 건망증.
흐르는 물소리는 마음을 다듬고 깨끗한 물은 생각을 씻어주니 별 생각 없이 바위에 걸터 앉으니 나비 한 마리가 무릎 위에 앉아 조는 듯 하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한가롭구나.
Knap sack에 물병 하나 넣고 전철을 타고 길을 떠난다.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무릎이 조금 불편하여 산은 오르기 어렵고 공원 산책이 좋아 보인다. 노인에게는 대공원의 입장이 무료이니 많은 남여 노인들이 홀로, 쌍쌍이, 동호인 group으로 산천을 덮은 듯 하다.
이젤을 세워 놓고 산수를 옮기는 이, 시원한 그늘에서 독서 삼매경에 이른 고운 얼굴의 할머니들, 홀로 조용히 점심을 즐기는 노신사, 손을 맞잡고 거니는 노부부, 세상의 사는 모습이 모두 여기 있구나. 노후를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공원 입구에서 lifter를 타고 정상까지 오르니 오름세와 내림세의 경관은 대공원의 숨결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한시간을 하늘을 나니 젊은이들과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웃음을 나누고 때마침 밭갈이를 하고 있는 직원과 대화를 나누니 밭갈이 지식을 많이 습득하고 뒷짐지고 걸으면서 산천을 유람한다. 가는 곳마다 젊은 직원들이 노인공경에 대한 교육을 받은 듯 친절하고 언행이 올바르다.
그 넓은 대공원 20년을 나라에서 공을 들여 육.해.공의 볼거리를 마련하였으니 참으로 큰 역사를 이루어 놓은 곳이다. 젊은 시절 해외출장이 잦았으니 주말이면 무료하여 자주 찾던 외국의 동물원들 대부분 전문화 되여 규모가 큰 편이 못되고 종합적으로 공원과 놀이를 즐기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과천의 이 거창한 대공원이 노인에게 무료이니 복된 곳이다. 역시 무료인 지하철을 1시간 반을 타고 오는구나. 신기하고 또한 격세지감이 생긴다.
돌아가는 길 분수대를 지나니 하늘을 치솟는 물줄기 起力이 대단하구나. 부러운 생각이 드네. 물보라가 작은 무지개를 만들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부딪치며 30도의 무더위를 씻어주네.
아침 모임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늦었고 또 무릎도 조금 불편하여 solo party를 생각하며 하루를 즐겼구나. 편리한 핸드폰으로 통화가 되였다;
- 여보게, 회장님, 일행들이 오늘도 대공원 산행이 즐거웠는가?
- 아니, 우리들의 산행은 어제였네….
하루를 착각하여 24 시간 건망증 속에서 생활 하였구나. 그래도 즐겼으니 다행이다.
일상을 살펴보면 수시로 건망증이 다가와; 승용차 문을 잠갔나? / 다시 가본다. 현관문 secom[방범장치] on 시켰나? / 갑자기 궁금해진다. 슬그머니 뒷주머니 지갑을 만져 본다. / 지하철 타기 전 확인을 한다.
종종 찾아오는 노인성 건망증에 조용히 쓴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뇌 기능의 건강을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는다. 시끄리덩덩한 분위기 속에서 노동들의 마무리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의식 속에 흐르는 뜻은 세상을 구하고, 세계 평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굶주린 자들에게 양식을 공급하는 말들의 大勢로 그 막을 내린다.
9 월 10 일 2010 년
효천 정웅
첫댓글 효천 오늘 하루 청량회 회원을 위해 오래동안 두분이 손수 가꾼 동화속의 그림같은 정원과 잘 정돈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아낌없이 우리 노동들을 위해 개방해 주시고 게다가 양주,포도주,소주며 부인의 정성이 덥북담긴 과일과 술안주며 마지막 노래방까지 마련해준 두분의 마음썹썹이에 머리가 숙여지오. 뜨나는 마지막까지 양평의 명물 한과를 한 상자식 안겨주니 이것이 친구의 참 정인가 싶소. 두분의 여생에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기를 비오........牛步 상구
효천, 유난히도 무덥고 긴 여름날과 연이어 불어오는 태풍을 보내면서 집안에 피해는 없어신지요? 늦게나마 안부를 전하면서 언제인가 초원의 '싱그러운 초록을 연상케한 휘트맨의 풀잎을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좋은 글에 사진 몇장 함께 올렸더라면 錦上添花가 됐을 텐데...^^^
우리 세대는 많은 사람들이 효천 처럼 말년을 보내고자 하지만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사가 아니던가 ! 엊에는 우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회원들이 참가하여 오래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육두문자 "일마 절마" 를 연발하면서 완전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한때를 보냈읍니다. 때걸이로 몰려가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도라와서 혹시 기둥뿌리는 온전한지?
듣건데 그간 300 여명이 훨신 넘는 친구들이 다녀갈동안 효천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사모님은 정말 한결같이 친절하게 성심성의껏 환대 해주신데 대하여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효천이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 항상 부러울 따름이오, 몇번의 손짓에도 그때마다 묘하게 걸림돌이 생겨서 성사되지 못하였구려 항상행복하게 사시구려. 박수를 보냅니다.
안부가 늦었구려. 지난 태풍때 우리집 뒷산정원의 키큰나무들이 뿌리채 넘어지거나...허리가 짤려 넘어지는가 하면...스스로가 가지들 중에서 하나하나 뿌려트린 나무는 그런대로 넘어지지는 않드구나. 그것을 보면서 세상사 역시 마찬가지려니 마음속 생각을 많이 했지...자기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버려야지 통째로 넘어지지 않을꺼라구!!! 효천네 집의 나무들은 무사하신지요 걱정이 많았오이다 합장
이번 폭우,폭풍에 우리 집 정원을 휘감고 흐르는 용문산 계곡물은 대략 깊이가 1.5ㅡ2 M 정도였으나 별 피해가 없었습니다.
글로서, 마음으로, 음성으로, 걱정을 보내준 고마운 친구들, 다시 한번 깊은 정에 감사드림니다.
사람은 인사성이 밝아야한다는데 영, 신통찮은 사람이라서 마음이 게으름에 눌려서 오늘에사 문을 열어보았구려.
일급수 실개천이 하이얀 멋진 주택을 감돌아 흐르고 겨우내 머금다 토해낸 초록이 지천으로 물들여진 양평 용천리
자연과 하나되어 노후를 거닐고 있는 효천의 부부가 청량회친구들을 환한 한마름으로 반겨주니 그날의 友林의
짙은 향내가 마음과 몸에 베어 늦게 귀가한 집에까지 젖어왔소.
효천. 고맙다는 마음을 이제사 드리오. 게으른 愚弟을 용서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