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도전 2017.11.14 오전 08:53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오타니 쇼헤이(23)가 메이저리그에 온다. 지난 10일 소속 팀 니폰햄 파이터스가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승인한 데 이어 오타니를 영입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2019년 개막전을 일본에서 치를 수 있다는 일본쪽 보도가 나왔다.
오타니는 내년 시즌 진출을 위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2007년 마쓰자카 다이스케(26)는 5111만 달러의 포스팅 후 보스턴과 6년 5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보스턴은 만약을 위해 1111달러를 덧붙였다). 2012년 다르빗슈 유(25)는 5170만 달러의 포스팅 후 6년 6000만 달러를 받고 텍사스에 입단했다(텍사스가 포스팅 금액에 추가한 3411달러는 놀란 라이언의 영구 결번 34와 다르빗슈의 등번호 11의 조합이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포스팅액으로 2573만 달러와 함께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라고 생각한 7과 3으로 7737달러33센트를 구성했다).
2014년 다나카 마사히로(25)는 달라진 포스팅 제도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선수에게는 독소 조항이었던 <포스팅 승리 팀의 단독 협상>과 <계약 무산시 포스팅 취소>라는 종전 방식이 2000만 달러 상한 금액을 써낸 팀과 다자간 협상을 할 수 있게 바뀌면서 7년 1억5500만 달러라는 돈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한편 올 겨울 3년 670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을 취소하고 FA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다나카는 옵트아웃을 포기하고 양키스 잔류를 택했다).
반면 오타니는 '만 25세 이하 진출'인 탓에 대박 계약이 불가능한 국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아마추어 드래프트에 강제 슬롯 머니가 생긴 것처럼 각 구단은 국제 아마추어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사무국이 정해준 보너스 제한 총액을 넘길 수 없다(2012년 6월 LA 다저스 입단 당시 만 21세였던 야시엘 푸이그는 이 조항이 실행되기에 앞서 7년 4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국제 아마추어 계약 보너스 풀(pool)은 가장 큰 한도를 가지고 있는 팀들(애리조나 볼티모어 클리블랜드 콜로라도 캔자스시티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조차 575만 달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이미 이루어진 계약들로 인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잔여액 최고 팀 텍사스 350만 달러). 게다가 12팀(다저스 애틀랜타 컵스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휴스턴 캔자스시티 오클랜드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은 기존의 계약 위반 때문에 3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을 맺을 수 없다. 3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의 5라운드 하위권에 해당된다.
2015년 2월 보스턴은 국제 아마추어 선수인 쿠바 출신의 요안 몬카다(사진)에게 상한선을 초과하는 3150만 달러의 입단 보너스를 줌으로써 3150만 달러를 사치세로 내고 2년 동안 30만 달러 이상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됐다(그리고 몬카다를 크리스 세일 트레이드에 사용해 벌금으로 낸 3150만 달러를 날린 셈이 됐다). 하지만 유망주들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몬카다 계약이 탄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타니가 다른 아마추어 선수들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또한 <최저 연봉 3년>과 <연봉조정신청 3년>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FA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만 더 기다리면 다나카와 같은 대접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놀라운 결정인 셈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단돈 200만 달러로 그의 첫 3년을 사용할 수 있는 오타니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ops 1.004(382타석 .322 .416 .588)와 2017년 .942(231타석 .332 .403 .540)를 기록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을 원하고 있다. 박정환 MBC스포츠플러스 기록원에 따르면 오타니가 만 21-22세 시즌에 기록한 타율(.326) 출루율(.411) 장타율(.570)은 일본에서 양 리그 체제가 확립된 1950년 이후 역대 6위(1위 이치로) 5위(1위 기요하라) 7위(1위 니카시니)에 해당된다. 그러나 1969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투수가 ops .900을 넘긴 사례는 2003년 투수(42경기 53이닝 5.26)와 타자(76타석 .300 .355 .614)를 병행했던 브룩스 키시닉(밀워키)[관련기사] 그리고 2007년 마이카 오윙스(64타석 .333 .349 .683)와 2010년 댄 해런(57타석 .364 .375 .527) 세 명뿐이다. 오타니는 지난 2년 간 17.5타수당 1홈런(525타수 30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의 지난 4년 간 성적인 17.5타수당 1홈런(263타수 15홈런)과 일치한다(범가너 2014~2017년 ops .706). 투타 겸업의 전설적인 존재로서 1920년 타자로의 완전 전환 후 뉴욕 양키스에서 기록한 ops가 1.195(.349 .484 .711)였던 베이브 루스는 투수로 나선 경기에서의 통산 ops 또한 .916(.314 .382 .534)에 달했다. 그러나 루스 이후 투수가 타자를 겸업하며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사례는 없으며 통산 38홈런의 웨스 페럴과 야수 출신 밥 레몬(통산 37홈런) 만이 빈번하게 대타로 나서며 150타석 시즌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투웨이 플레이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오타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은 본업인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다. 오타니는 선배들에 비해 여러 모로 유리하다. 훌륭한 신체 조건과 함께 가장 어린 나이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어깨 소모론'에 대입할 경우 가장 안전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ML 진출 시점 NPB 통산 이닝(나이)
구로다 (33세) - 1701이닝 마에다 (28세) - 1509이닝 마쓰자카(26세) - 1402이닝 다나카 (25세) - 1315이닝 다르빗슈(25세) - 1268이닝 오타니 (23세) - 543이닝
오타니는 마에다(6회) 마쓰자카(5회) 다르빗슈(5회) 다나카(4회)와 달리 180이닝 이상 시즌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다르빗슈가 마지막 해 232이닝을 던지고 다나카도 226이닝 경험이 있는 반면 오타니는 2015년의 160이닝이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2016년 10월에 받은 발목 수술 때문에 25이닝(5경기 3승2패 3.20)밖에 던지지 않음으로써 도리어 안식년을 가진 셈이 됐다. 스캇 보라스가 맥스 슈어저(워싱턴) 판매에 나섰을 때 강조했던 피칭 주행거리(pitching odometer)가 가장 짧은 일본인 투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 해외 리그의 성적과 메이저리그의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보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예측은 다른 선수의 사례와 비교해 보는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NPB 마지막 3년 조정 era
227 - 다나카 215 - 다르빗슈 182 - 마쓰자카 161 - 오타니 160 - 마에다 150 - 구로다
NPB 마지막 3년 조정 fip
195 - 다나카 176 - 다르빗슈 171 - 오타니 169 - 마쓰자카 145 - 마에다 132 - 구로다
메이저리그 통산 조정 era (첫 시즌)
다르빗슈(5시즌) - 126 (112) 다나카 (4시즌) - 118 (138) 구로다 (7시즌) - 115 (112) 마에다 (2시즌) - 107 (115) 마쓰자카(8시즌) - 99 (108)
조정 평균자책점으로 봤을 때 2013~2016년의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3년의 다나카/다르빗슈와는 제법 큰 차이가 있으며 마에다와 비슷한 투수였다. 하지만 수비 지원이 배제된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로 보면 다르빗슈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메이저리그 진출 일본인 투수의 경우 조정 평균자책점의 하락 폭보다 조정 FIP의 하락폭이 더 적었다는 것. 또한 최소 두 살이 더 어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다.
오타니가 그의 선배들과 다른 점은 팀 선택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쓰자카와 다르빗슈는 포스팅 승리 팀과 단독 협상을 해야만 했으며, 다나카는 계약 금액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오타니는 큰 차이가 없을 계약 금액보다는 투타 겸업에 대한 약속 등 다른 요인들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선배들이 거쳐가지 않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로 이미 힌트를 준 오타니에게 주목되는 또 하나는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을 가진 팀을 고를 것인가다. 노모 히데오, 사이토 다카시 등을 팀 고문으로 영입한 샌디에이고에 입단하게 된다면 다르빗슈/다나카와는 다른 출발을 할 수 있다(한편 오타니가 본인의 우상이자 멘토인 다르빗슈에게 상담하게 된다면 "텍사스에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 다르빗슈는 텍사스를 추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오타니는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할까. 그를 영입하는 팀은 투타 겸업에 대해 어떤 약속을 하게 될까. 메이저리그의 올 스토브리그가 더 흥미로워진 이유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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