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던 콘도와 수영장
얼마 전이다. 친한 부부와 식사를 하다 말 끝에 그 부인이 자기 친구가 한가롭게 지내다 올만하다고 소문이 난 치앙마이로 간다고 하며 우리 부부도 가서 지내 보라고 권유를 한다. 기온도 초가을 같고 더구나 물가도 싸다고 한다. 치앙마이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나도 들어온 바도 있어 귀가 솔깃해졌다..
방짝이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거기다 허리가 좀 안 좋다. 수영장이 있는 콘도도 있다는데 허리엔 물속 걷기가 큰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권유도 있는 터라 더 가서 지내고 싶어졌다. 부랴부랴 서둘러 지인에게 부탁하여 수영장이 갖춰져 있는 콘도를 알게 되어 예약을 마치고 1월 초에 떠나 볼거리에 먹거리도 기웃거리고 틈만 나면 수영도 하며 적당히 더운 날씨에 40여 일 잘 지내다 돌아왔다. 다 알고 있듯이 불교 신자가 대부분이고 불교 사원이 그리 많았지만 성당과 교회도 있어 이채로웠다. 성당에 가 미사도 보았다.
이번 여행은 전자시대에 살고 있는 현장을 마주치며 이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을 직접 체감을 한 여행이었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기본적인 것만 알고 지내는 나같은 얼치기 노인은 상황에 따라 흥미롭기도 신기하기도 어안이 벙벙할 때도 작동을 몰라 당황할 일도 겪으며 도움도 받으며 지내다 돌아왔다. 그 과정을 여기에 적어본다.
여행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친척이 핸드폰으로 알아보고 콘도 숙소를 정하여 주었다. 핸드폰으로 콘도 주인(콘도 규모가 아주 큰 데 방을 개인이 소유하며 빌려주는 방도 있었다)에게 방세를 보내니 콘도 방 번호를 적고 이어서 콘도를 이용하는 전자 카드는메일박스에 있고 그 방을 여는 비밀번호도 적은 영문을 내 핸드폰에 보내왔다. 아들이 컴퓨터로 비행기 예약을 하고 항공예약권을 내 컴퓨터에 보내왔다. 인천공항 가는 버스티켓은 전에는 일주일 전부터나 살 수있어 그 이후에 터미널로 직접 가서 구매하였는데 이번엔 핸드폰으로 미리 간단히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출국하는 날 컴퓨터에서 프린트 하여 가지고 간 항공예약권을 들고 공항에 가 수속을 하려 하니 좌석표로 바꿔주고 짐 부치는 일을 하는 자리에 그 많던 직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제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컴퓨터가 다 해결해 준다. 도우미 한 여성만 있었다. 근처에 있는 컴퓨터에서 일일이 터치해서 좌석표를 받고 그것으로 화물짐까지 터치하여 짐표를 받고 짐을 컨테인 벨트에 옮겼다. 코로나19 이후 외국 여행이 처음인데 이리 변하였다. 출국 수속도 여권 놓는 자리에 여권을 대고 지문도 엄지를 대는 자리에 대면 확인이 되고 직원은 출국인 얼굴 확인만 하면 된다
태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마치고 택시로 예약된 숙소에 가면서 전화를 하면 와 주겠다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거니 통화가 안 된다. 아주 당황스런 상황에 부딪혔다. 다행히 콘도 로비에서 같은 콘도에 머무른다는 젊은이를 만났다. 핸드폰의 예약 내용을 보여주며 사정하니 그 젊은이는 익숙하게 메일 박스에서 카드를 찾아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터치하는 자리에 카드를 댄다. 신호가 울리니 층 번호를 누른다. 그제야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방 앞에 가서도 카드를 대니 숫자가 나타난다 이리 도움을 받아 핸드폰에 알려준 방 비밀번호를 눌러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 큰 규모의 콘도에 들어가며 이렇게 도우미의 도움도 없이 방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현실에 당황하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이렇게 콘도에 들어갈 때는 언제나 문,엘리베이터, 방문까지 반드시 카드를 대어야 한다. 그 다음엔 언제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한 번은 깜빡하고 카드를 방에 두고 나와 관리실에 갔으나 통화가 안 되어 참 답답했다. 번역앱을 사용하여 겨우 통화가 되어 경비원 동반으로 엘리베이터,문까지 도움을 받고 우리만 아는 비밀번호를 눌러 겨우 들어갔다. 아주 혼이 난 일화다. 그 이후로 방을 나설 때는 카드를 반드시 채근하였다. 방 주인은 내내 나타나지 않다가 떠나는 날 카톡으로 문자통화하여 온다기에 기다리니 그것도 심부름 왔다는 젊은 이가 나타나 사용한 전기료만 받아갔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태국 사람들과 통화를 할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난 서투른 영어나 겨우 하는 정도고 오히려 방짝이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 하는데 영어로 물어보면 그곳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영어 단어조차 못 알아 듣는이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참 답답할 때가 많았다. 심지어 그곳 대학에 가서도 보니 길을 묻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 알아 들어 실소도 했다. 기거하는 방의 화장실에 문제가 생겨 관리실에 신고할 때도 해결사가 바로 핸드폰의 번역앱이었다. 세상 참 편해졌다. 번역앱의 위력이 대단하다. 꽤 일반화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핸드폰의 유심을 사서 바꿔 끼웠는데 소통되지 않아 현지에서 다시 사서 바꿔 끼워야 했다. 이 유심의 단점은 현지 통화만 가능했다. 아들이 로밍이 되었다고 해서 공항에서 로밍을 확인하지 않고 왔는데 로밍이 안 되었단다. 우리나라와는 전화 소통이 되지 않아 먹통으로 지내다 왔다. 다행히 거기서도 우리나라와도 카톡은 보이스톡까지 다 가능하여 그것으로 소통하고 사진도 보낼 수 있었다.
그곳에 우리처럼 머무르는 분이 앱을 깔아주어 택시는 그 앱으로 불러 타고 다녔다. 식료품 주문도 가능한데 사용하지는 않았다. 먼 곳 여행은 그곳 여행사에 직접 가서 선택하고 현금을 지불하고 단체로 가는 패키지 여행도하였다. 동행한 젊은이는 앱으로 여행을 신청하여 왔다고 한다. 허허. 그밖에도 젊은이들은 온통 구글 앱으로 가고 싶은 곳을 열어 지도를 보고 다니고 먼 곳 여행도 그것으로 여기저기를 알아보고 다녀 부러웠다.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르는데도 온통 앱으로 하는 이가 많다. 올 때도 춘천 오는 버스 예약을 핸드폰으로 여러 날 전에 미리 하지 않았으면 첫차를 놓칠 번 하였다. 이리도 핸드폰으로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니 편한 일이 많아졌지만 앱 사용이 서툴러 곤란한 일도 많이 겪었다.
이렇게 전에는 사람이 손수 할 일을 온통 컴퓨터나 핸드폰이 대행하는 이런 전자 세상으로 시대가 바뀌었다. 앞으로는 지금도 이용하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만능의 AI(인공지능) 시대로 바뀌어 심지어는 AI의 지령을 사람이 받는 일까지 많아진단다. 지금보다 더 사람이 할 일을 거의 AI가 도맡게 된단다. 이런 세상이 일반화 되면 인간의 삶이야 아주 더 편하여지기는 하겠지만 우리 같은 얼치기 노인들에겐 두려워지기도 한다.
시쳇말로 늙으면 죽어야지. 그치?
유서 깊은 고찰
황금사원
백색사원
청색사원
long neck 소수민족
국립공원 산책길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도이 수텝 사원
천주교 성당
25일 아침 설경(우두동에서)
첫댓글 우와!~~~~
멋진 여행을 축하드립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감사합니다.
최윤현 교수님, 겨울에 따뜻한 먼 나라를 다녀 오셨군요. 워낙 여행을 좋아하시니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시는군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점 전자 시대의 삶이 생활화되어 감을 실감한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