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스토리보드의 주인공은 ‘마루젠스키’다. 최근 개최한 여름 이벤트의 주역 중 한 명이고, 세련된(?) 수영복 차림으로 트레이너들 앞에 섰다. 예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 실제 등장 후 이슈가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물론, 수영복 버전이 나오기 전에도 마루젠스키는 인기 우마무스메였다. ‘세대차를 느끼는 복고풍’ 캐릭터란 독특한 속성을 지녔고, 슈퍼카를 모는 자취생 설정이 트레이너들의 호기심을 샀다. 그래서 팬덤에서는 ‘대학생과 사회인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캐릭터로 여기곤 한다. 이런 요소는 꽤 높은 확률로 개그 속성이 되기 마련인데, 스토리를 꼼꼼히 보면 오히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이번 시간은 마루젠스키의 이런 면에 집중해 이야기를 살펴보겠다.
오늘의 키 퍼슨: 마루젠스키의 컨디션? 당연히 초 베리 굿이야!
마루젠스키는 여러모로 독특한 요소가 많은 우마무스메다. 흔히 개그 요소로 말하는 ‘복학생’ 속성을 지녔고, 한물간 유행어를 즐겨 쓰거나 후배와 세대차를 느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 흔한 메신저 어플 사용법을 몰라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게다가 대사를 보면 90년생도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법한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못미’나 ‘킹왕짱’은 양반이다. 대체 다방 커피는 뭐란 말인가? 왠지 혼자 다른 시간대를 사는 사람 같다.
이런 속성이 붙은 건 실제 말이 우마무스메 등장 캐릭터 중 최고령마이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이를 극대화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는지, 80년대풍 사복과 세대차 개그를 온갖 장소에 넣어뒀다. 설정을 알고 보면 정말로 교복을 입은 성인이 아닐지 의심이 든다. 그녀는 자취생일뿐더러 자가용으로 슈퍼카를 몰고 다닌다. 그리고 어엿한 성인인 타즈나와 죽이 잘 맞는 모습을 보인다.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에서는 조금 더 발전해 ‘앞서 세대를 풍미하고 은퇴한 전설’ 취급이다. 심볼리 루돌프와 비슷한 세대처럼 묘사하며, 오구리 캡이나 스페셜 위크 같은 캐릭터를 보고 ‘요즘 세대 애들’이라는 말을 한다. 아무래도 민증을 한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깊은 관계를 맺은 건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다. 먼저 스페셜 위크는 실제 말 기준으로 마루젠스키의 외손자다. 그래서인지 개인, 이벤트 스토리에서 그녀를 열심히 챙기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스 원더는 지난 스토리 보드를 참고하길 바란다. ‘마루젠스키의 재림’이나 ‘괴물 2세’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이를 위해 그녀의 궤적을 좇는다. 여기서 마루젠스키의 고민과 어른스러운 모습이 함께 드러나는데, 그녀의 스토리를 감상할 때에는 그래스 원더의 이야기도 참고하는 걸 추천하는 바이다.
어디서든 나와요, 그녀는 명품 카메오 선배님
마루젠스키는 여러 우마무스메의 스토리에 카메오로 등장한다. 지난 그래스 원더 편에서는 동경의 대상이자 교훈을 주는 모습으로 나온다. 실제 말을 기준으로 외손주인 스페셜 위크를 챙겨주거나, 심볼리 루돌프가 등장할 때면 슬쩍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더불어 코믹스에서는 심볼리 루돌프가 은퇴한 강자 포지션으로 경기를 관람할 때,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장면이 있다. 이에 막 입문한 트레이너는 ‘쟤는 누군데 자꾸 나와?’라고 궁금해하는 게 수순이다.
그녀가 여기저기서 얼굴을 비추는 건 산전수전 다 겪은 대선배 포지션 속성의 반영이다. 일부 캐릭터 스토리에서는 이미 준수한 커리어를 쌓았거나 은퇴한 인물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여기서 나온 경험으로 후배들을 지탱하고 챙겨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게 현재 진행 중인 여름 이벤트다. 스페셜 위크와 다이와 스칼렛이 한 달 전부터 컨디션 난조를 겪는 중이고, 이에 두 소녀의 어머님은 ‘가끔은 좀 쉬어라’라고 조언한다. 물론, 스페셜 위크와 다이와 스칼렛은 절대 안 된다며 결사반대했지만 말이다. 오히려 하드 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했고, 이대로 가면 오버 워크로 다칠 게 확실했다.
여기서 나타난 게 멀리서 그녀들의 슬럼프를 지켜보고 있던 마루젠스키 선배다. 베테랑인 만큼 과도한 훈련이 역효과를 낼 거라고 판단, 버블리 랜드 티켓을 구해서 후배들을 데려간다. 흥미로운 건 마루젠스키의 철저한 준비성이다. 두 사람이 걱정하지 않도록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포섭했고, 렌터카까지 대여한다.
앞서 그래스 원더 스토리의 이야기도 살펴보자. 그래스 원더는 데뷔전에서 뛰어난 성적을 달성해 ‘마루젠스키를 잇는 괴물 2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선배의 행보를 따르며 타이틀에 집착하고, 자신도 모르게 라이벌을 무시해 상처를 준다. 마루젠스키는 이를 눈치채고 꾸준히 그녀를 자극해 ‘함께 경쟁하는 라이벌을 소중히 하자’라는 교훈을 준다. 이런 모습을 살펴보면, 후배를 사랑하는 이 시대의 참 선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가 졸업할 때에는 트레센 학원이 눈물바다가 될 게 분명하다.
달리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즐거우니까 그냥 뛰는 거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이 시키는 일이 항상 같을 수는 없어
이제 그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실제 말은 차원이 다른 강자로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우마무스메 마루젠스키 역시 놀라운 실력자로 묘사한다. 당연히 트레이너들은 앞다퉈 그녀를 스카우트하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정작 당사자인 마루젠스키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그렇다고 마루젠스키가 달리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성실하게 트레이닝을 하고, 학원 생활을 만끽한다. 물론, 앞서 살짝 엿보았듯 후배들을 챙겨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 왜 스카우트를 거절하는 걸까? 이에 대한 이유는 얼마 후 학교 옥상에서 주인공 트레이너와 만나며 밝혀진다. 머리로는 ‘고향 사람들이 걸어주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본심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달리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민은 이 간극에서 나온다. 이성과 직감의 차이로 고민해 본 트레이너가 있다면, 그녀의 기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주인공 트레이너는 ‘꼭 보답해 줄 필요는 없고, 기분 좋게 달리는 건 보기 좋다’라는 투의 답변을 안긴다. 그녀의 마음을 배려한 세심함보다는 자유분방한 바람 같은 느낌의 말이다.
마루젠스키는 이 답변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자유로운 사람끼리’라며 역지명을 한다. 물론, ‘자유로운’ 트레이너는 흔쾌히 허락한다. 그리고 쿨 계약을 마친 마루젠스키는 슬쩍 주인공에게 말 못 할 고민을 하나 더 털어놓는다. 요즘 후배들이 묻는 메신저 어플과 문자 메시지의 차이를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나 뭐라나. 어… 이 정도로 세대차가 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다들 꿈을 걸고 레이스에 출주했는데, 설마 나, 잘못 온 건가?
물론, 마루젠스키의 고민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원래 이성과 감성의 간극은 쉽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연장자 속성인 그녀인 만큼, 이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고민을 수면에 드러낸 게 스페셜 위크이고, 개인 스토리와 여름 이벤트 스토리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나타난다.
고민의 주제는 ‘나는 꿈이나 목표가 없는데 이대로 괜찮을까?’와 ‘후배의 동경에 응해줄 수 있을까?’다. 마루젠스키는 순수하게 질주를 즐기는 스피드광이다. 트레이너를 만나 지지자를 얻었지만, 고민을 완전히 해소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개인 스토리에서 스페셜 위크를 보고 동요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한다. 그녀가 일본 최고의 우마무스메를 목표로 정진하는 모습과 선배로서 동경하는 모습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그런 마루젠스키에게 레이스는 내심 부담이 되는 장소였다. 그녀는 순수하게 달리는 게 좋아서 출주했지만, 다른 이들은 무거운 짐을 짊어져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그녀의 고백을 빌리자면 ‘설마 나, 잘못 온 건가?’라는 심정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스페셜 위크가 병합 훈련을 요청해도 선뜻 응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민을 초 베리 굿하게 날려버린 것 역시 스페셜 위크다. 병합 훈련에 대한 답변을 위해 찾아갔을 때 트레이너가 슬쩍 ‘마루젠스키의 어떤 점을 동경해?’라고 묻는다. 여기서 스페셜 위크가 한 답변이 백미다. 그녀가 순수하게 달리기를 즐기는 점을 동경한 것이다. 트윙클 시리즈에 출주하는 우마무스메들은 사람들에게 꿈을 보여주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마루젠스키의 이런 점이야말로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명답이다. 마루젠스키도 뜻밖의 대답에 내심 만족했고, ‘동경의 우마무스메’를 꿈으로 정해 고민을 훌훌 털어버린다.
그 밖에도 그녀 나름의 고민과 해소 과정이 곳곳에서 드러나니 그녀가 등장할 때에는 여기에 집중해 글을 읽어보자. 이번 이벤트에서 스페셜 위크와 다이와 스칼렛을 챙겨준 건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스 원더를 신경 써준 건 압도적인 실력 탓에 제대로 된 라이벌이 없어서라는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이를 고려하며 대사를 음미해보면, 마루젠스키의 어른스러운 면모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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