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4-124 사관寺觀 절 구경 12 봉미사鳳尾寺
만장창애상萬丈蒼崖上 만 길 푸르른 언덕 위에는
황량유범궁荒涼有梵宮 거칠고 쓸쓸한 범궁梵宮이 있네.
정승의죽오定僧依竹塢 입정入定한 승僧 대 언덕에 기대 있고
수압방로총睡鴨傍蘆叢 잠든 오리 갈대 숲 옆에 한가롭네.
산영함허벽山影涵虛碧 산 그림자는 텅 빈 푸름 속에 잠겼고
파성양반공波聲漾半空 파도 소린 반만큼 공중에 출렁이네.
도인만아수道人挽我袖 도인道人이 내 소매를 꼭 잡더니
일숙청송풍一宿聽松風 하룻밤 자면서 솔바람 소리 들으라네.
높디높은 푸른 언덕 위
황량한 그곳에 절이 하나 있다네.
대나무 숲에선 스님이 참선에 들고
갈대줄기 곁에는 오리가 졸고 있네.
산 그림자는 허허롭게 푸른 하늘을 품고
물결소리는 반공중에서 출렁거리네.
참선하던 스님이 내 옷소매를 당기곤
산방에서 하룻밤 묵으며 솔바람 소리 듣자하시네.
►범궁梵宮 바라문교婆羅門敎 교조敎祖인 범천왕梵天王의 궁전宮殿.
사찰寺刹과 불당佛堂의 통칭通稱
류수제경각流水際經閣 시냇물은 장경각藏經閣 가로 흐르고
한운입범궁閒雲入梵宮 한가로운 구름은 절로 드네./<주경여朱慶餘>
범궁대전원차아梵宮臺前遠嵯峨 절의 전각 앞이 멀리 높이 솟았는데
사보이주야시과沙步移舟夜始過 모래톱에 배를 대고 밤에야 찾아갔네.
<이제현李齊賢 숙임안해회사宿臨安海會寺>
►정승定僧= 입정入定.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
즉 수행修行하기 위하여 방 속에 들어감을 말한다.
마음을 한 곳에 통일하여 신ㆍ구ㆍ의 삼업 짓는 것을 그치는 것,
참선하기 위해 선방에 들어가는 것 따위의 의미가 있다.
그밖에 스님이나 수행자의 열반을 의미하기도 한다.
객헌수미노승정客軒睡美老僧定 객실에서 달게 졸고 있는데 노승은 입정에 들었고
두우일성산갱유杜宇一聲山更幽 뻐꾸기 우는 소리 산이 다시 그윽하구나.
/<박춘령朴椿齡 계족산정혜사鷄足山定慧寺>
►죽오竹塢 대나무로 둘러쳐진 오목한 곳
►함허涵虛 비어있음을 품음. 텅 빈 마음
►반공半空 반공중半空中. 그리 높지 않은 하늘
만 길 푸른 언덕 위에는
황량하게 절 하나 있다.
참선 든 스님은 대숲 언덕에 기대고
잠든 오리는 갈대숲에 졸고 있다.
산 그림자 빈 푸른 공중에 젖어들고
물결소리 반공중에 출렁인다.
도인은 내 소매 끌어당기며
하루 묵으면서 솔바람 소리 듣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