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란,
-제보자를 보고
20141021 나현주
국회에서 시사회를 한다기에 남편을 위해서 제보자를 봤다. 남편이 보고싶어 했던 영화인데다, 국회로 출장을 갈 때면 부러워했던 남편에게 국회구경을 시켜줄겸, 그리고 꽃청춘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유연석이 나오는 등 여러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이유를 제치고도, 이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꽤 훌륭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에 영화로서의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도 완성도가 꽤 높아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거기다 다큐못지 않은 사실감으로 인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높아진다. 하지만 즐거운 사건보다는 어둡고 안타까운 상황을 재현하는 경우가 많기에 마냥 재미있어할 수 만은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온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었다가 대국민 사기임이 밝혀졌던 황우석의 줄기세포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리려는 심민호팀장(유연석 분)과 윤민철 PD(박해일 분)에 집중하고 있다. 감독도 내부제보자와 이를 사회에 알리는 역할인 외부제보자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얹어서, PD의 상사의 역할 또한 주목할만 하다. 제보자가 제보를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제반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버릴 수도 있다. 두 제보자 뒤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는 PD 때문에 고생을 하는 이성호 팀장(박상원 분)과 방송국 국장(권해효 분)이 있었다. 중요하고 위험한 일일수록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 한다면, 어렵지 않게 일이 진행될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심민철PD, 팀장, 국장의 호흡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PD가 제보자를 보호하려던 장면이다. 여러 외압으로 PD추적의 방영이 난항을 겪자 제보자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 때 PD는 “이미 많은 걸 희생하지 않았냐. 나머지는 나의 몫이다.”라며 제보자를 말렸다. 이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다. 회사 내부와 외부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PD 또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최선을 다한 제보자의 상황을 살피고 그를 보호하려는 태도가 정말 바람직하다고 느껴졌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이 상면이 실제와는 반대라는 사실이 꽤 실망스러웠다. 실제로는 제보자가 대중 앞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았고 참여연대가 제보자를 보고하고 있었음에도, PD수첩에서 제보자를 대중 앞에 밝히려고 했다고 한다. 영화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당시 참여연대 담당자에게 이 말을 듣는데,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는 사회책과 도덕책에서 배운 덕목과 기준은 그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떨어져버린지 오래인 것 만 같다.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걸 희생하고 포기한 사람에게 더 많은 희생과 포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서 희생과 포기를 외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때도 많은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조금씩 책임을 나눠지면 되는 일도, 책임을 지려는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아마도 감독도 언론에, 이 사회에 말하고 싶은 부분을 담아낸 장면이리라. 그 의미가 나와 같을수도 다를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에겐 큰 울림을 준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이 사회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겉보기에는 평온해보이지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식이 사라진 듯한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모른 채, 혹은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나는 어쩌다 모른채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을까. 어쩌며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모른채 하는 사람들이 더 진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모른채 하지 못한다 할하면서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내가 더 이중적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점,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실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실지가 궁금해진다.
첫댓글 같은 고민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