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김광균의 시 세계, 곧 “시는 회화이다”라는 모더니즘의 본보기로 꼽히는 작품으로 제2시집 『기항지(寄港地)』에 수록된 그의 대표작의 하나이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이 작품에는 거의 모든 시행에 주지적인 단면을 보여 주는 비유가 쓰이고 있으며, 그 비유는 시인의 독특한 이미지 제시에 기여하고 있다.
‘포하에 이지러진’것 같은 황량한 ‘가을의 정경’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연 구분이 없는 전 16행의 단연시 구성으로 내용상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락[1~3행]에서는 낙엽을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와 ‘도룬시의 가을 하늘’로 비유하여 이국적 정서와 함께 가을의 애상감, 공허감, 절망감 등을 환기시킨다.
둘째 단락[4~7행]에서 가을은 첫째 단락의 낙엽의 이미지에서 ‘구겨진 넥타이’같은 길의 이미지로 전이되면서 앞의 하강적(下降的) 이미지가 계속 이어진다. 낙엽의 낙하와 ‘이지러진’· ‘구겨진’으로 나타난 소멸의 가을은 ‘구겨진 넥타이’나 ‘일광의 폭포’처럼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가 공감각적으로 조응되어 ‘급행열차가 달리는 들’과 함께 가을의 상실감과 허무감을 심화시켜 준다. 즉 가을은 ‘낙엽’ → ‘길’ → ‘들’로 일관되게 전이되어 가을이 주는 소멸과 상실, 낙하와 조락(凋落) 등의 감정을 더욱 자극한다.
셋째 단락[8~11행]에 들어가면 ‘포플라나무’와 ‘공장의 지붕’, ‘근골’과 ‘흰 이빨
[작가소개]
김광균(金光均)
1914년 경기도 개성 출생
송도상업고등학교 졸업
1926년 『중외일보』에 시 「가는 누님」 발표
1936년 『시인부락』 동인으로 참가
1937년 『자오선』 동인으로 참가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설야」 당선
1950년 이후실업계에 투신
1990년 제2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1993년 사망
시집 : 『와사등(瓦斯燈)』(1939), 『기항지(寄港地)』(1947), 『황혼가(黃昏歌)』(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