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나보고 깡통이래
축구도 못 하고
공부도 못 하고
말도 잘 못하고
머리가 텅 비었다고
형은 나만 보면
깡통 하는 거야
학교에서 오다가
깡통을 봤어
길 한복판에
떡 버티고 있는 거야
냅다 걷어찼지
일주일 동안
발에 깁스를 하고 다녔어
깡통은 무조건 비어 있다고 생각한
내 잘못이지 뭐
나를 뭘로 채워야
형이 조심할까?
나팔꽃
매미 소리가
갈수록 커진다고
시험공부를 하던 누나
짜증을 낸다
매미 소리가 커진 이유를 난 안다
창문 아래
울퉁불퉁한 돌담
학교 갈 때 보니
보라색 나팔이
주렁주렁 달렸던걸
갈수록 많아지던걸.
날아봤으면
강아지가 심심할까 봐 고양이도 그렸지
그 종이로 비행기를 접었어
강아지는 왼쪽 날개
고양이는 오른쪽 날개
입 다물고 발톱도 숨기고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날아가
사뿐히 아파트 화단에 착륙했지
이젠 고슴도치와 보아뱀을 날릴 차례
언제 왔는지 엄마가
내 귀를 잡아당겼어
-숙제부터 하고 놀아야지!
더 놀고 싶은 마음 접고 책상 앞에 앉았지
그런데 자꾸만 몸이 배배 꼬이는 거 있지
누가 날 접어 날리려나 보다, 헤헤
잽싸게 의자에서 이륙했지.
내 이름은 사막의 로켓
나는 사막의 로켓이야
빗자루같이 긴 속눈썹과
문고리가 달린 콧구멍
억새풀 같은 귀털이 있어
활금빛 모자를 쓴 사막 부대의
모래 공격에도 끄떡없지
그뿐인 줄 알아?
등에 달린 뽀족한 연료탱크는
보름을 쓰고도 남는단다
잠깐, 방금 속도를 말했니?
속도가 느린 게 무슨 로켓이냐고?
사막의 밤을 보지 못했구나
유리 가루 쏟아질 것만 같은,
끔뻑 눈 한번 감았다 뜬 사이
성큼 한 발짝 내딛는 사이
저렇게 많은 별빛을 건너온 내가
로켓이 아니라고?
그냥 낙타라고 하는 게 좋겠다고?
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마녀는 고깔모자를 쓴단다
뿔난 걸 감추기 위해서지
빗자루가 가늘면 똥꼬가 아파
너무 짧으면 운전이 힘들대
검은 고양이도 갖고 다녀
보이지 않니?
빗자루에 매달려 날아가는
반짝거리는 구슬 눈 두 개
망토를 빠뜨릴 뻔했네
그게 있어야 감쪽같이
박쥐 떼를 숨길 수 있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지
그건 이 동시를 읽고 있는 너,
바로 너 같은 아이들이란다
알고 있니? 마녀의 식탁이
아이들 마음자리에 있다는 것
누군가를 미워하면 열이 나고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지?
그때가 바로 마녀의 식사 시간이야
마녀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나쁜 기억으로 버무린 미움이란다
미움을 잘근잘근 찝으니 아플 수밖에
몰랐니? 미움도 네 마음이라는 거?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카페 게시글
♤ 추천하고싶은 동시
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 심강우 / 고래책빵
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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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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