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가슴 죄고 심장 쿵쿵 대면
공황장애 의심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쉬기가 힘들다. 속이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다. 어지럽고 손발이 저려 견딜 수가
없다.’
최근 연예인이 잇달아
고백하며 주목받고 있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주요 증상이다. 공황장애는 한마디로 엄청난 겁을 먹는 병이다. 공황(恐慌)은
황망할 정도로 무섭고 공포스럽다는 뜻으로, 갑자기 일어나는 심리적인 불안상태를 말한다. 사실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은 사람이 살다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난기류로 갑자기 기체(機體)가 흔들릴 때,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화재를 목격했을 때, 무심코 길을
가다 차에 치일 뻔 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뛰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를 경험한다. 이처럼 분명한 원인이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엔 이상 없어 심장병으로
착각
공황장애란 별다른 이유 없이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가슴이 조여
숨쉬기가 힘든 증상이 나타나는 공황발작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몸에 이상이 생기다보니 “무슨 심장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뇌혈관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하게 된다. 이런 걱정이 심해지면 몸은 더 민감해지고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해진다. 몸에 작은
변화만 생겨도 지난번처럼 죽을 것 같은 무서움을 경험할까봐 겁이 나고 공황이 생길만한 상황을 피한다. 그런 노력에도 다시 공황발작을 경험하면
공포는 더 심해진다.
공황장애는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서 몸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병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겪지만 공황발작이 그치면 원상태로
돌아간다. 우리 몸은 불안을 느끼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근육이 수축한다. 동공이 커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순간적으로 팔다리에 혈액 공급이 줄어 손발이 저리거나 뒷목이 뻣뻣해지기도 한다. 공황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뇌에서 교감신경계에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청반핵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신경내분비나 뇌에서 기억·감정·호르몬을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이상이나 유전적 이유로도 발병하고 스트레스·과로가 쌓여 생기기도 한다.
공황장애로 진료 받는 환자는 최근 5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 수는 2010년 5만814명에서 2014년 9만278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한 환자 사례를
보자. 박모(50·여)씨는 자다가 갑자기 가슴이 눌리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가슴이 마구 조이더니 터질 것 같다가 꼭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가는 도중 차안에서 숨이 막히고 팔다리가 저리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잠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증상은 가라앉았고 별다른 이상 증상은 없었다. 이후 박씨는 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게 됐다. 좋아하던 사우나도 답답한 것을 견딜
수 없어 가지 않게 됐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 심장이 뛰어 다시 그날 일이 생각났다. 좋아하던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박씨는 날이 갈수록
우울해져 치료를 받고 있다.
과도한 카페인·다이어트 약은 피해야
공황장애 환자의 절반 정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두려워하고 피하는
광장공포증이 생긴다. 엘리베이터·터널·비행기·지하철·영화관 등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소를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공황장애가
생기면 사고와 행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미치는 것은 아닐까” 등 공황발작이 올까봐 지속적으로 걱정하게 된다.
걱정은 행동으로 이어져 생활에 불편을 준다. 공황발작을 경험하면 공포감으로 인해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를 피하게 된다. 커피나 술을 마시지 않는
회피 행동도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집안에서만 지내며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 편이다.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행동요법을 병행한다. 약물은 항우울제(선택적 세로토닌 차단제, 심환계 항우울제 등)와 항불안제(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등)가 주로
쓰인다. 인지치료는 공황장애 증상과 치료과정을 이해해 과도한 불안에 대한 인지왜곡을 교정하는 목적이다. 교감신경의 흥분 반응으로 미치거나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 공황발작이 일어날 때 괴로움을 줄일 수 있다. 행동요법은 겁이 나 피했던 활동을 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돕는다. 근육 이완이나 호흡 훈련 등도 불안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다.
공황장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심한 불안을 이겨낼 수 있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나 중추신경흥분제가 포함된 다이어트
약물도 피해야 한다. 평소 호흡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면 공황발작이 있을 때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요가나 명상 활동도 몸의 이완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자료 : 중앙SUNDAY(채정호/ 객원
의학전문기자)>